“유통비용은 줄이고 신선함은 더하고…장보기 수월해져”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생산자와 소비자의 필요에 의해 설립된 순천로컬푸드주식회사. 이 중 첫 매장이자 정부의 우수 농산물 직거래사업장 인증을 획득한 순천만국가정원점에서 생산자 박덕자 씨(사진 오른쪽)와 소비자 송미경 씨(사진 왼쪽)가 남창우 본부장과 함께 매장 주요 상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소비자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
30여 소비자·시민단체 참여
소비자 회원 수 1만여명 넘어

지역 생산자 최우선
판로 걱정 사라지고
재배기술 교육 등 변화 뚜렷


인구 28만여명이 거주하는 전남의 대표 도농복합도시 순천. 하지만 서울까지의 거리가 300여km에 달하는 등 순천 농산물이 도심지의 주요 도매시장이나 유통업체 물류센터에 출하되고, 이 농산물이 다시 순천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선 많은 유통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순천의 생산자와 소비자, 지자체 모두 로컬푸드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이에 순천시와 관내 시민·소비자단체, 생산 농민이 합작해 2016년 5월 농업회사법인 순천로컬푸드주식회사를 만들었고, 현재 순천만국가정원점과 조례호수점 두 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처음으로 생긴 순천만국가정원점은 지난해 정부의 우수농산물 직거래사업장 인증을 획득했다.

#시민이 만든 순천로컬푸드

‘순천인의 순천인에 의한 순천인을 위한 먹을거리’를 지향하는 순천로컬푸드주식회사는 시민 주식회사로 통한다. 순천로컬푸드 설립을 위한 자본금 9억원 중 순천시 출자금 4억원을 제외한 5억원이 시민들에 의해 마련됐다. 설립 당시 주주 1089명 중 3분의 2가 시민일 정도로 시민들이 로컬푸드의 필요성을 먼저 인식했다.

남창우 순천로컬푸드 본부장은 “순천은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로, 농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곳보다 높은 지역이지만 대형 유통업계와 소비지와의 먼 거리로 인해 순천 소비자들이 순천 농산물을 소비하기 어렵고, 농가들은 어느 지역보다 유통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이기도 하다”며 “이에 로컬푸드 설립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고, 30여개에 달하는 순천 관내 소비자·시민단체의 관심과 투자 속에 순천로컬푸드가 출범했다”고 전했다.

출범 이후에도 시민들의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 현재 순천로컬푸드 소비자 회원 수가 1만3000여명, SNS 회원도 3000여명에 이른다. 순천만국가정원점에만 1일 500여명이 찾고, 1일 매출이 1000만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순천로컬푸드는 소비자들의 구매 편의를 위해 가공식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 업체와 농산물가공센터를 통해 생산된 가공품 중 지역농산물 원재료 비중이 50%를 넘는 가공품이 순천로컬푸드직매장에 진열된다. 

소비자 송미경 씨는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는데 순천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농산물을 사면 부모님이 재배한 농산물을 맛보는 것 같은 신선함이 느껴진다”며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해 채소는 무조건 순천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구입하고 있다. 더욱이 농산물뿐만 아니라 일반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양질의 가공품도 구매할 수 있어 장보기가 수월하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엔 단순히 매장에서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였다면 이제는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며 순천로컬푸드의 한 구성원이 되었다”며 “앞으로 농사를 지을 생각을 어렴풋이 했는데 순천로컬푸드를 보고 농사를 지어도 되겠다는 확신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생산자가 주도하는 순천로컬푸드

출범 당시 7대 가치를 내세운 순천로컬푸드는 첫 번째 가치로 ‘가족농, 소농, 영세농, 고령농을 배려합니다’를 올려놓았다. 그만큼 지역 생산자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고, 현재 관내 900여 농가가 순천로컬푸드와 함께하고 있다. 공직 생활에 근무하다 20년 전부터 농업에 뛰어든 박덕자 씨도 순천로컬푸드가 설립되면서 농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판로 걱정도 해소됐고, 농사 재배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박 씨는 “우리 같이 다른 일을 하다 농사를 시작한 이들은 무엇보다 판로 걱정이 앞선다. 순천로컬푸드 설립 전에는 마땅한 판로처가 없어 지인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나눠줄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거의 모든 물량을 순천로컬푸드로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천로컬푸드에서 하는 교육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며 “여기서 농사 재배 기술도 배우고 있고, 현재 배, 감, 호박, 오이 등 다양한 농산물도 재배할 수 있게 됐다. 로컬푸드가 내 농업 인생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순천로컬푸드의 주인공은 박 씨와 같은 생산자다. 국가정원점에 들어가면 ‘순천로컬푸드의 자랑스러운 주인공들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생산자들의 사진을 맨 처음 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순천로컬푸드는 생산자가 주도적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순천로컬푸드에선 도·소매가격과 타 매장 가격 등 농산물 유통정보를 제공해줘 농가들이 가격 결정을 하는 데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시세가 수시로 급등락하는 품목은 해당 품목의 생산자들이 모여 기준 가격을 정한다. 물론 출하 농산물은 까다로운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순천대친환경인증센터와 농식품분석연구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수시로 안전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간 2000건 이상 안전성 감사가 이뤄진다는 게 순천로컬푸드의 설명이다.

지난해 획득한 정부의 우수농산물 직거래 인증은 순천로컬푸드의 또 하나의 자부심이다.

남창우 본부장은 “우수농산물 직거래 인증은 직원들과 순천로컬푸드의 주주이자 구성원인 생산자·소비자에게 큰 자부심이 되고 있다”며 “특히 우연히 찾아온 고객들에겐 우수농산물 직거래 인증이 로컬푸드직매장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순천로컬푸드의 역할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지역의 소농들이 농업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며 “생산자들이 순천로컬푸드의 주인으로, 농가가 주도하는 순천로컬푸드가 되도록 더 노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공동기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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