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농협 개혁’ 역사는 오래됐다. 하지만 몇 차례에 걸친 ‘개혁 작업’은 결과적으로 미봉책에 그쳤거나 정권의 입맛대로 변질됐다.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 달라”는 요구는 번번이 좌절됐다. 이러는 사이 중앙회의 독점적 지위와 권한은 강화됐다. 농업 지표의 하향곡선 속에서도 농협 조직은 비대해졌다. 중앙회가 지역조합 위에, 지역조합은 농민 위에 군림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농협 개혁’의 핵심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농협 개혁의 주체는 농민 조합원이고, 조합원이 선출하는 조합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년 3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선거의 의미와 함께 농협 개혁 과제를 점검하고자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은 12월 10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재)지역재단 사무실에서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대담 :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진행 :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위원 겸 농정전문기자


“중앙회장 선거권 가진 조합장부터 잘 뽑아야”
 

신용사업 치중하는 농협
박 "신용사업 중심 운영으로
준조합원 수, 조합원의 7~8배
협동조합 정체성 상실 초래"

김 "농업 외 자금조달 위해선 
준조합원 사업·확대 불가피
예대마진 축소 등 농민 도움도"

중앙회 본질적 문제는
박 "금융·경제지주 100% 출자로
중앙회장이 두 곳 모두 관할
자체 사업, 조합과 충돌 잇따라"

김 "업무 축소·해체 수순 가야 
관리감독 역할만 독립시키고
나머지 권한 다 뺏는 개혁을"


동시조합장선거의 의미


이상길(이하 이)=‘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집니다. 조합장의 중요성, 그리고 조합장 선거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김순재(이하 김)=농협의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조합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사회 의장, 대의원 총회 의장 등 핵심 역할을 하는 이들이 모두 조합장입니다. 국가기관으로 생각해보면 대법원장도, 국회의장도, 대통령도, 헌법재판소장도 모두 조합장이 하는 셈입니다. 그만큼 조합장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농협 직원과 조직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조합장 개인의 역량에 따라 조합 운영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박진도(이하 박)=상임이든 비상임이든 간에 조합장이 조합 경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비상임의 경우 당연히 상임이사가 책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비상임이라도 경영을 실질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상임 조합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협동조합이니까 경영체이기도 하지만, 협동조합으로의 특성이 있습니다. 주식회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협동조합 운동가적인 조합장이 우리나라에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여건입니다. 또 하나는 직선제든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간선제든 간에 결국은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선출한다는 것입니다. 중앙회는 지역조합을 회원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선거권을 행사하는 이들은 조합원이 아니라 조합장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신용사업 치중하는 농협

▲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이=농협은 농민 조합원의 조합인데도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은 소홀히 하고 준조합원 대상의 신용사업에 치중하면서, 조합은 농민 위에, 중앙회는 조합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이 따릅니다.

박=우리나라 농협 조합원들은 스스로 가입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농사를 지으면 조합원이 되게 돼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기본은 경제조직체인데, 우리는 지연조직체인 상황입니다. 그 권역에 있는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조합원이 돼 버리는 것입니다. 협동조합 취지에는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농협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유통·판매하는 사업을 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신용사업을 허용해 준 것입니다. 일종의 특권을 준 것이죠. 그런데 경제사업이 곁다리가 되고, 신용사업이 중심이 되는 구조로 흘러갔습니다. 신용사업도 준조합원 제도 위주로 운영되면서 준조합원 숫자가 조합원에 비해 7~8배 정도 돼 버렸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진 셈이죠. 결국 농협 본래의 역할은 손실되고, 흔히 말해서 돈 장사만 한다는 비판을 받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또 하나는 ‘농협 개혁이 왜 안 되냐’ 하는 부분과 관련된 얘기입니다. 옛날에는 0.5ha 규모에서 농사를 짓고, 소 한 마리 키우는 식으로 형태나 규모가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달라졌습니다. 같은 조합원 중에서도 품목이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졌습니다. 이질적인 조합원들이 모여 있어 경제조직체가 될 수 없는 구조로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조합 설립 당시에 비해 여건과 환경 등은 달라졌는데, 그 틀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준조합원 얘기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입니다. 준조합원이 전체 조합원의 7~8배가 된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은 농업 외에 돈을 끌고 올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2010년 동읍농협 조합장이 되고 보니 신용사업 수지의 상당 부분은 준조합원에서 발생하는데, 적립과 배당은 조합원에게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준조합원들에게도 이용고 배당을 하기 시작했고, 신용사업의 비중을 늘렸습니다. 그러면서 농민들이 빌려가는 돈에 대해 예대 마진을 현저히 줄여나갔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측면은 조합원들에 대한 일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서 돈 장사를 한다는 시각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부의 농업예산이 줄어들어 농업 생산성이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농업 외에 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박=농업협동조합의 핵심은 농업 생산을 위한 지도, 생산물 판매, 가공, 그 이외의 활동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신용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게 핵심이자 협동조합의 정체성입니다. 준조합원 제도를 허용한 것은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농촌에 금융기관이 없으니 비농민의 금융 행위를 돕기 위한 필요성에 의한 것입니다. 전 세계 어느 협동조합도 농민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에게 이용하도록 한 곳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준조합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2년간 연장됐고, 배당도 비과세입니다. 준조합원이 은행보다 농협에 맡기는 것이 유리한 상황인 것이죠. 이런 정책으로 원래 취지에 벗어나 준조합원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일본 농협 개혁과 준조합원

이=일본의 아베 정부가 농협중앙회를 개혁하기 위해 준조합원 문제를 지렛대로 삼았지요.

박=준조합원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히 해야 합니다. 조합원 대비 준조합원이 도시조합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7~8배 정도 되니 농촌 지역은 2~3배 정도 될 것입니다. 도시에 비해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준조합원 숫자가 더 많아요. 이것이 어떤 문제가 되느냐고 하면, 최근 일본의 농협개혁 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일본은 준조합원이 조합원보다 20% 정도 많은데, 이에 대해 농협이 너무 준조합원 중심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 왔습니다. 아베 정부가 이런 비판을 이용해 농협개혁의 칼을 휘둘렀습니다.

아베 정부는 2016년에 농협법을 개정해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全中: 젠추)를 2019년 9월까지 농협법상의 조직에서 일반 사단법인으로 이행하고, 젠추의 지역농협에 대한 지도감사권을 폐지하고 공인회계사 감사로 이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젠추는 이름만 있을 뿐 실제로 지역농협의 중앙회로서의 지위는 상실한 것입니다. 아베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시장개방에 반대하는 농업계의 정치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그 정점에 있는 JA 젠추에 공격을 집중한 것입니다. 젠추 해체에 대해 지역농협들은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아베정부가 준조합원의 이용한도를 줄이겠다고 하자 결국 젠추 해체에 동의하는 대신 준조합원 이용제한은 5년 뒤로 미루기로 합의했습니다. 일본에 비해 준조합원수가 월등히 많고 준조합원에게도 비과세 혜택을 줘 신용사업에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이 준조합원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개혁을 추진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김=농촌 농협의 경우 준조합원 문제에 따른 타격은 도시보다 크지 않습니다. 금융에 의존하는 농협들은 도시 농협들이 많죠. 농협 전체의 조합원 대비 준조합원 숫자가 7~8배인데 도시농협은 30~50배까지 되지만, 농촌 지역 농협은 그 비율이 낮습니다.

박=맞습니다. 농촌 지역은 준조합원 비율이 2~3배 정도밖에 안 됩니다. 문제는 준조합원을 제한해 빠져나간다고 하면 유지가 되겠냐는 것이죠. 대도시는 준조합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없어도 문제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수입이 좋기 때문에 큰 타격이 없을 수 있죠. 하지만 농촌 지역에선 농협이 독점적인 지위가 있기 때문에 농협에 돈을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준조합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면, 준조합원들은 농협 대신 일반 금융기관을 이용할 것입니다. 특히 인터넷 뱅킹이 더욱 활성화되면 굳이 농협에 갈 일이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도시형 조합과 농촌형 조합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유형별 규모와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기본적인 구조는 같아요. 본질은 농촌 조합이든 대도시 조합이든 농협이 본래 해야 할 농산물 판매 등을 통해 농민 소득을 올리는 일은 뒷전이고, 신용사업에만 몰두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중앙회의 본질적 문제

▲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이=중앙회가 조합을 옥죄고 조합과 경쟁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중앙회가 갖고 있는 운영이라든지 사업구조, 지배구조 문제, 중앙회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죠.

김=지금 같은 조직이라면 중앙회는 해체돼야 합니다. 중앙회의 기능이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업무 조정 축소 후 해체 수순으로 가야 합니다. 정부 기관으로 보면 금융감독원처럼 감독기구만 남겨야 합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를 보면 농협 조직 자체가 공짜로 생긴 것이라서 그렇습니다. 호적 등록만 하면 투표를 주듯이 농협 조직을 다 만들어 자본권력과 조직권력을 함께 가지게 되니 중앙회가 이렇게 간 것이고, 조직이 불필요하게 비대해졌어요. 농협중앙회가 금융 사업을 위해 카드, 보험 등을 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필요 없는 사업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요. 종자회사인 농우를 사들인 것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반면 농약회사를 사들였는데, 시장견제기능을 전혀 못합니다. 이런 조직들은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농민들이 생산에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또 유통하는 데 지원하고, 생산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해야지 그와 상관없는 조직을 갖고 있는 것은 심각한 부분입니다.

더 큰 문제는 농협중앙회가 지금 상태로는 안 바뀐다는 것이죠. 농협중앙회장 등 고위직은 이런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기를 채우는 데 목적이 있으니 개혁을 하지 않습니다. 궁극적인 개혁 방향은 중앙회의 관리감독 역할을 독립시켜놓고 나머지 권한을 다 빼앗아야 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결국은 농협중앙회가 사업을 한다는 데에 모든 문제의 근원이 있는 것입니다. 본래의 중앙회로서 기능을 하게 하자, 그래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시켜 각각을 독립 법인화하고, 중앙회는 사업을 전혀 하지 않고 관리·지도 활동만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농협 개혁 방향으로 얘기돼 왔던 것들입니다. 그러자 정부와 중앙회가 ‘정 그렇다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주겠다’고 해서 분리했죠. 그런데 분리 동기가 불순했던 것이 2008년 당시 세계 금융위기가 터져 중앙회 신용사업마저 위험할 수 있으니 신용사업을 빨리 분리시켜서 건전화해야 한다고 해서 논의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곁다리로 경제사업도 슬쩍 지주회사로 갈라놔 버린 것이죠. 이렇게 되면서 중앙회가 100% 출자해서 금융지주, 경제지주 두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거대 지주가 돼 버렸습니다. 이 모두를 중앙회장이 관할하고 있습니다. 법상으로 실제 사업은 지주회사 대표이사에 넘겨주고 중앙회장은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실제로는 그것이 안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등기이사를 하지 않고 비등기로 하면서 실제 경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농협중앙회는 사업을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조합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신용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요. 경제사업도 사료, 육가공, 한우판매, 과일 사업 등이 충돌을 낳고 있죠. 그런데 회원조합과 같이 사업을 하는 농협중앙회가 지도감사권을 갖고 있으니 중앙회에 대해 비판적인 조합들을 얼마든지 쳐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농협중앙회 문제를 얘기할 때의 핵심은 농협중앙회가 여전히 사업체라는 것입니다.


“중앙회 자체사업 떼 내고 지도·지원에 집중을”

농협 개혁의 방향은
박 "중앙회 금융지주 떼어내고
경제지주, 연합회로 다시 재편
무자격·고령 조합원 정리 급해"

김 "중앙회 법인 연합회로 넘겨
금융·경제사업 과부족 보완을
횡령·배임 농협은 파산시켜야"

중앙회장 직선제와 연임
박 "조합장 전원 투표 바람직
회장이 사업에 손 떼야만
연임제도 허용 가능할 것"
김 "사업 잘하면 연임 문제 없어
임기보다 선택의 과정이 중요
정부 개입해야 할 측면도 있어"


농협 개혁의 방향은


이=그러면 농협중앙회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박=농협중앙회 개혁 방향의 핵심은 상호금융연합회, 경제사업연합회, 품목연합회로 다 분리하자는 것입니다. 금융지주는 떼어내야 합니다. 연합회의 핵심은 회원조합을 위한 것이에요. 방향은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것을 차지하더라도 경제지주를 경제사업연합회로 바꾸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은 협동조합 금융이 아니고 일반은행의 금융업과 다를 바 없으니 금융지주가 됐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바가 없지만, 경제지주는 전혀 다른 얘기죠. 지주회사가 되면서 조합·조합원과 더 멀어졌어요. 농협중앙회가 자기 사업체로 더 가버린 것이죠. 중앙회가 사업을 하고 있는 한 답이 없는 것입니다. 지주회사를 만든 목적이 농업 경제사업 활성화인데, 관련 데이터 수치는 오히려 떨어졌어요. 농협중앙회가 판매하는 292개 자체브랜드상품 중 133개 품목이 수입농산물을 쓰고 있다는 자료도 나왔습니다. 경제지주를 다시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해 회원조합을 지원하는 기능으로 가야 합니다.

김=법을 통해 지역과 품목농협들을 중심으로 하는 연합회의 길을 열어나가야 합니다. 지금의 농협중앙회와 관련 법인들은 전부 연합회로 넘기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중앙회는 축소 후 해체시켜야 합니다. 연합회를 통해서 지역과 품목농협의 금융과 경제사업에 대한 과부족을 보완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농협사업의 세부사안과 사업 본질에 복무하는지에 대한 감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감사관련 기관과 구성원은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지역농협 개혁 방안도 말씀해 주시죠.

박=지역농협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조직의 문제입니다. 이질적인 조합원들이 하나의 조합원으로 뭉쳐 있다는 것이 굉장히 제약적인 요인이에요. 무자격조합원도 있어요. 또 조합원이긴 하지만, 농업과 관계없는 고령 농민들도 굉장히 많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 정리를 해야 합니다. 정리 대상은 첫 번째, 무자격 조합원입니다. 두 번째는 고령 조합원들, 실제로 농사를 거의 짓지 않고 있는 영세 고령조합원들은 원로조합원으로 모셔 조합의 혜택을 누리더라도 의결권은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이사회 구성을 실질적으로 농업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들로 바꿔야 합니다. 일본은 이사회 구성의 절반을 ‘인정농업자’들로 했습니다. 유럽은 ‘활동적 농민(Active Farmer)’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이런 ‘액티브 파머’를 대상으로 농협이 운영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협이 품목조합 판매농협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물론 영세농을 배제하자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김=횡령·배임과 관련이 있는 지역·품목농협들은 파산시켜야 하고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합니다. 통폐합된 농협 대부분의 부실 원인은 횡령과 배임입니다.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출마하고자 하는 지역농협의 조합장이 있었는데, 제가 살펴본 바로는 그 농협의 연체율이 10%가 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지역농협에 대한 감사권을 가진 농협중앙회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뒤에 해당 농협은 인근의 더 부실한 농협과 합병했습니다. 그 부실한 지역농협의 조합장은 재임 중에 조합장을 사직하고 농협중앙회의 자회사급에 해당하는 곳의 사장으로 갔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제가 중앙회장 선거에 나갈 때 농협중앙회를 개혁하자는 것은 달리는 자동차를 세우지 않고 바퀴를 바꾸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람 구성원을 냉정히 봐야 합니다. 이런 구조에선 바뀔 게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역농협의 개혁방향은 괜찮은 사람들이 조합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이=도시 조합의 문제점과 개편 방향에 대한 견해도 궁금합니다.

박=문제가 되는 부분은 도시 조합의 경우 본연의 역할인 농산물의 생산, 판매, 가공 등 농민의 영농활동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신용사업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고 자산규모가 커서 중앙회의 의사결정구조에 입김을 세게 미친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개편이 필요합니다. 도시 농협이 신용사업 사업액의 일부를 경제사업을 하도록 의무 조항을 둬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주고요. 예를 들어 한 도시 조합의 신용사업 규모가 1조원이라고 하면, 이중 5~10%를 의무적으로 농산물 판매 사업을 하도록 한다면 금액이 500억~1000억원에 달합니다. 도시농협 전체를 놓고 보면 농산물 판매가 수조원에 달할테니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명확한 규정도, 이에 대한 페널티 규정도 없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위탁선거법 개정 시급

이=위탁선거법 개정 문제도 시급합니다. 이번에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내년 3월 선거에 적용될 수 있는데요.

김=동시 선거를 하게 된 취지가 무엇인지를 봐야 합니다. 선거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돈을 살포하거나 흑색선전은 하지 못하게 법으로 막고, 입과 발은 풀어 몸으로 뛰게 하는 정책선거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부적인 제도의 미비로 발과 입 대부분을 묶어 정책선거를 제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돈과 거짓이 판을 칩니다.

여기서 꼭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어요. 농협중앙회가 9월 상호금융특별회계 예치금 이자 3000억원을 조기 추가 정산해 지역 농·축협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우리 지역 농협의 경우 이번에 6억원이 내려왔습니다. 이 돈을 통해 현장의 무능한 조합장들도 경영이 유능한 조합장으로 평가돼 이번 선거에서 당선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2018년 사업계획에 포함돼 있는 돈이 아니기 때문에 회계 회기를 넘겨 2019년 1월 경영성과에 잡힐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급 등의 비용으로 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 이 돈은 10월 수지의 75%가 정해져 있어 미리 예상됐었습니다. 일선 농협으로 11월 임시총회에서 자금에 대한 운용계획에 반영하라고 지침을 내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내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용으로 쓰일 공산이 있습니다.

박=예비후보와 정책토론회 도입,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이게 안 되면 정책선거가 될 수 없습니다. 농민단체 초청 토론회도 못하게 하고, 언론사 초청 토론회도 못하게 됩니다. 그저 14일 동안 어깨띠를 후보자 혼자 두르고 명함을 나눠주는 선거만 하라고 하니 정책선거가 어려워요. 동시 선거를 한 목적을 보면 행정적 필요에 따라 선거 관리 차원일 뿐 처음부터 좋은 조합장을 뽑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위탁선거법도 제한적으로 되게 된 것이죠. 2015년 첫 동시 선거는 그야말로 ‘깜깜이’ 선거였습니다. 발을 풀고 입을 풀어야 되는데, 발과 입을 묶어놓으니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돈 밖에 풀게 없는 것입니다.


중앙회장 직선제와 연임

이=국회에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을 보면 회장·지역본부장·조합 감사위원장 직선제 방안이 제시됐어요. 농협중앙회도 새삼스레 중앙회장 직선제와 연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중앙회장 선출과 관련해 직선이든 간선이든 대세에는 지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앙회라는 것이 조합의 중앙회이기 때문에 조합장 전원이 투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임제는 중앙회장이 사업에 손을 뗀다는 것을 전제로 가능하다고 봅니다.

김=연임제는 개인적으로 찬성입니다. 협동조합 조합장이 방침을 잘 정해서 사업을 잘하면 계속 신임을 받고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죠. 임기를 제한한다는 것이나 연임을 허용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결국 조합장이나 중앙회장을 선택하는 과정이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제도를 보완해야 할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은 시혜적으로 농협을 산업화 과정에서 던져준 것이고, 중장기 정책방향은 여러 학자들의 지적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실행되는 과정은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저는 1998년도 농식품부 농협 개혁위원을 시작으로 지난 20년 동안 농협 개혁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논의를 통해 농협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학계나 농민들 사이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농협 개혁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교수, 농민단체도 관심이 없고 정치인은 더 기대할 것도 없습니다. 농협중앙회에 대해 비판은 많이 하지만, 그것을 조합원과 회원조합을 위한 조직으로 바꾸려는 힘이 매우 미약합니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 훌륭한 조합장들이 당선돼 함께 개혁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사진=김흥진 기자
 

박진도 이사장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35년간 재직하고 현재는 명예교수다. 2004년 지역재단(KRFD)을 설립, 2014년부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충남발전연구원 원장,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을 지냈다. 2011년부터 국민총행복을 추구하는 부탄을 연구하고 2017년 ‘부탄 행복의 비밀’을 썼으며, 현재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도 맡고 있다. 1998년 농림부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비롯 농협 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김순재 전 조합장은 
진주 경상대를 나와 농업경영인이자 농민회 회원으로 농민운동에 매진했다. 전농 창원농민회 사무국장과 전농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 경남농민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2010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에 당선돼 단감 판매 등 경제사업 혁신을 중심으로 개혁을 추진해 주목을 받았다. 2016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농협 개혁을 담은 ‘반보장각(긴 다리의 반걸음)’이라는 저서가 있다. 단감 외에 노지 밤호박과 배추(절임)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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