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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3.13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3>농협 경제사업 활성화하려면“중앙회 독점·통제 구조가 지역조합 경제사업 발목”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2012년 사업구조 개편 후 
신용사업 치중 오히려 심화
재무 중심 평가방식 개선
품목별·기능별로 재편해야


지역농협의 목적은 무엇인가? 협동의 방식으로 농민의 생산을 도우면서,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 값 받고 팔아주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도 농협은 신용사업 위주의 타성에 안주하면서 농민의 협동조합으로서 제 기능을 못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지난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농협중앙회를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면 경제사업 활성화가 된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2012년 사업개편 이후 신용사업 위주의 구조는 더 심화돼 가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매출총이익 기준 전국의 9개 도지역 농협의 사업비중은 신용사업 61.3%, 경제사업 38.7%로 신용사업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전국 7대 특광역시 소재 농협의 신용사업 비중은 76.2%인 반면 경제사업 비중은 23.8%에 불과했다. 
이는 2013년 도지역 61%, 시지역 72.7%이던 신용사업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박 의원은 “농협의 존재이유에 속하는 경제사업이 도시지역 조합을 중심으로 외면 받는 것도 모자라 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손쉽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신용사업에 매몰됨으로써 정작 농협의 존재이유를 망각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제사업이 활성화되려면  근본적으로 조합의 경제사업을 제약하는 농협중앙회의 독점과 통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신용사업 치중을 부채질하는 조합 평가방식을 조합원 이익 중심으로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농촌 노령화와 전문화 추세에 맞게 조합과 중앙회를 품목별 기능별로 재편해야 한다. 

협동조합 전문가인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경제학 박사)은 “지역농협의 목적은 조합원의 이익증대에 있는데도, 현행 평가 방식은 농협중앙회 사업의 시행여부나 성과를 평가하는 항목이 많고, 재무평가에 치우쳐 협동조합의 운동체적 성격을 간과 한다”면서 “이는 농협중앙회가 사업을 독점하고 지역조합과 경쟁하는 문제와 함께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 지역조합 평가 방식
중앙회 사업 강화 수단 작용
조합 자율성 침해 우려도
협동조합 정체성 회복 위해
조합원 중심 평가기준 확립을


농협중앙회의 지역조합 평가방식은 지역조합 경영평가, 지역조합 종합업적평가 2가지다. 지역농협 경영평가의 경우 재무관리 지표를 보면, 평가항목이 △ 경영실태 평가로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이 있고 △ 자립경영 평가로 순자본비율, 배당여력이 있으며 △생산성에 직원 1인당 매출 총이익, 직원 1인당 예수금 평잔, 직원 1인당 대출금 평잔 등으로 구성된다. 평가 결과는 조합장이 이사회, 총회에 보고하고, 회원에 대한 각종 지도 지원으로 활용된다. 이것이 성과급여(상여금) 차등지급 기준, 우수조합 표창의 근거가 되고, 부진 조합은 자체 경영개선계획을 시행해야 한다. 

문제는 경영평가가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 관련 평가요소가 없고 조합의 경영상태만을 개선하기 위한 평가란 것이다, 또한 기업회계에나 적합한 수치 중심의 경영계수로 재무를 평가하다보니, 협동조합평가로선 적합하지 않고 지역조합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지역조합 종합업적평가의 경우 농축협의 유형과 사업량을 감안, 평가그룹을 농협, 축협, 품목 등 총 20그룹으로 분류해 평가한다. 그러나 이는 평가에 따른 혜택이나 불이익이 거의 없어 지역농협의 경영개선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경제사업 활성화를 평가하는 요소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역시 조합원이 아닌 조합 경영 중심의 평가인데다, 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농협중앙회 사업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우려다. 농촌사랑상품권, 계통사료 이용, 계통종자 구매실적, 하나로마트, 식사랑 농사랑 운동, 이동상담실 운영, 영농 및 생활정보지, 합병노력도, 한계지사무소 정리 등이 대표적인 항목으로 꼽힌다. 조합원 교육 같은 항목은 배점도 낮고, 조합에서 진행하는 자체교육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사업 활성화와 협동조합 정체성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조합평가방식이 개편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호중 박사는 “농협은 사업체와 운동체 성격 모두를 가지고 있으므로 재무중심이 아닌 농민 조합원 중심, 협동조합에 맞는 평가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면서 “지역 조합 발전계획 수립과 이를 토대로 한 지표, 질적 평가, 조합이 아니라 조합원의 재무상태를 평가하는 항목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제사업 활성화에 대한 배점을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항목을 도입하며, 조합 자율성을 침해하는 항목은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현장에서 경제사업이 잘 되려면 근본적으로 중앙회의 사업 독점과 조합 통제를 해소하면서 다양한 품목농협이 육성되고, 지역농협은 개혁을 통해 자치농정의 핵심주체로 발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샘골농협은 지역농업과 조합원 조사를 통해 사업목표를 도출하고 경제사업 중심 농협으로 가고 있다. 사진은 농기계센터와 육묘장.

“조합원 실태 아는 게 먼저…전수 조사 후 사업목표 구체화”
경제사업 힘쓰는 ‘샘골농협’

계약재배 품목 계속 늘리고
가격 결정시 농가 뜻 반영
농자재 이용 60%대까지 늘려 
7억 규모 유통손실기금 조성도


전라북도 정읍의 샘골농협(조합장 허수종). 2007년 인근 정우, 북면, 이평 등 3개 지역농협의 합병으로 탄생한, 조합원 3825명의 지역농협이다. 이 조합은 계약재배와 수매제도, 유통손실기금 운영 등 경제사업 확대를 통해 조합원들의 소득을 보전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샘골농협은 2015년 지역농업 발전계획을 세우기 위해 관할지역 조합원을 전수 조사했다. 조합원의 연령, 실제 소득, 논밭 면적, 품목현황, 농기계 등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 목표를 정했다. 생산량의 몇 %까지 판매할 것인가, 비료, 유류 등 소비되는 농자재의 어느 정도까지 구매실적을 올릴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이런 조사를 기초로 사업에 대응한 결과 샘골농협은 농자재 이용고객이 40%대에서 60%대까지 늘었다. 샘골농협은 농협중앙회 계통구매 가격에, 조합 자체적으로 지도사업비를 투입해 더 인하한 가격에 공급한다. 

샘골농협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관내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품목에 대한 계약재배다. 기존 신동진벼, 찰벼, 흑미벼 등 벼 위주의 계약재배에서 보리, 밀 등으로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는 신동진벼 1360여 필지(1필지는 1200평), 동진찰벼 800필지, 흑미벼 120필지에 대한 계약재배를 마쳤다. 겉보리 8500가마와 우리밀은 정읍시 관내 5개 농협과 연계, 농업회사법인 남도그린과 계약재배 약정으로 생산, 수매, 판매에 공동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무농약과 유기농 등 조합원이 생산한 친환경 벼에 대해서도 2016년, 2017년산을 전량 수매, 전량 판매했다. 

이 조합은 가격결정 과정이 이채롭다. 예컨대 찰벼 같은 경우 농가들이 원하는 시기인 11월 넷째 주에 가격을 정하는데, 그 시기는 찰벼의 시중가격이 가장 높은 시기다. 가격은 찰벼 농가들과 조합이 협의, 시중가격을 감안한 수준에서 결정한다. 

유통손실기금 적립, 최저가격보장제도 운영도 중요하다. 샘골농협은 7억원 규모의 유통손실기금을 적립하는데, 한우 등 품목마다 사업을 통해 수익금의 5%를 적립하고, 가격 손실을 충당하는데 사용한다. 또한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일부 품목은 최저가격을 보장한다. 복분자와 흑미의 경우 최저가격을 보장해 준 다음, 수익금은 판매 이후에 추가로 공동정산 해주는 식이다. 최근 가격이 바닥을 쳤던 이 품목 재배농가들에게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샘골농협은 환경부 시범사업 1호로 지난해 준공한 가축분뇨자원화센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우 등 관내 조합원들의 축산 사육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 등 부산물을 이곳에서 양질의 퇴비로 만들어 저렴하게 공급하면 지역의 산성화된 토양도 개량하고 새만금 유역 수질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샘골농협은 농촌 고령화와 인력부족을 감안, 농민조합원의 전답에 퇴비 살포를 대행해 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이외 일손이 부족한 조합원들을 위한 배추, 고추, 벼 등의 육묘 사업 확대, 농기계은행 취급기종 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 


"신용사업 기대지 말고 경제사업 중심으로 가야"
허수종 샘골농협 조합장 

교육 통해 조합 변화 이끌고
농가 안정적 소득 보장 역점
상호간 신뢰 쌓기가 핵심 

샘골농협의 사례는 조합의 사업과 운영이 신용사업 위주에서 경제사업 중심으로, 농민 조합원 중심으로 바뀌는 데는 농민조합원의 대표이자 조합의 대표인 조합장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농업경영인 출신인 허수종 조합장은 2015년 조합장이 되기 전부터 협동조합 전문가로 활동해 왔고, 현재 농협 조합장모임 정명회의 총무이기도 하다. 

허 조합장은 “농민 조합원들의 열망대로 농협이 제 역할을 하고 조합원이 참 주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조합, 즉 ‘참 좋은 농협’을 만드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조합장이 되면서 경제사업 중심 농협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며 “기존의 계약재배와 수매제도를 개선하고 신규사업 발굴에도 박차를 가해 조합원들의 안정적인 소득구조를 만들어 가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합의 변화를 위해 차근차근 교육사업을 통해 협동조합 정신의 올바른 이해와 조합 운영에 대한 역량을 키워왔고, 약속을 지키는 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허 조합장은 “현재 상호금융의 예대율이 올라가고 수익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의 현상은 주택담보 대출이 1금융권에서 제재가 되니까 2금융권으로 넘어와서 그렇다”면서 “이는 촛불이 꺼지기 전에 일시적으로 밝아지는 현상과 같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대손 충당 등 금융시장 변동에 미리 대비하고, 결국에는 신용사업에 기대서는 조합이 존치하기 쉽지 않은 만큼, 경제사업 중심구조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가 쉽지 않은 이유를 “막연하게 하니까 답이 안 보이는 것”이라며 “지역농업, 조합원 실태를 전수 조사해서 사업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기초로 충성고객은 왜 이용하는지, 그렇지 않은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 지 파악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자재의 경우 가격인하가 필요하면 지도사업비를 투입해서 가격을 내려왔고, 지금은 “왜 농약 값이 비싸냐”는 소리는 안 나온다고 한다.

그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조합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관련, “유리할 땐 시장으로 가고, 불리할 땐 농협으로 온다고 하기 전에, 그동안 농협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데서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시중 가격을 견인하는 계약재배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적정가격에 계약재배나 수매를 했다가 시장 상황에 따라 적자를 볼 수 있습니다. 농협이란 사업을 하다보면 적자도 흑자도 볼 수 있는 겁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조합원이나 이사들이 인정을 해주시면, 우리가 지속적으로 가격지지를 하고, 안정적인 수요처를 발굴해 낼 수 있습니다.” 

판매사업이 활성화되려면 “농협은 적정 가격을 보장하고, 조합원들은 출하에 대한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조합과 조합원이 서로 약속을 지키면서 신뢰가 쌓이고, 경제사업은 그런 풍토에서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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