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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3.13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7>농협중앙회장 선거, 직선제로 바꿔야 임명제→직선제→간선제…‘거꾸로 간’ 중앙회장 선거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조합원과 조합을 대표하는 만큼,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하란 여론이 높다. 지난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개최한 ‘농협·수협·산림조합 회장 임기 및 선출방식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구환 농협중앙회 기획조정상무가 진술을 하고 있다.

한 때 농협중앙회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농협 조합장은 농협중앙회장이 임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1962년 군사정권이 ‘농업협동조합 임원 임면에 관한 임시조치법’이란 것을 만들어 농협을 통제하고 농민들의 삶을 옥죄던 26년간이 그랬다.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민주주의와 자율성이라는 협동조합 7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농민의 협동조합인 농협을 직접 지배하던 암울한 시대였다.   

이러한 임명제는 1970년대 가톨릭농민회로부터 이어진 농협 민주화운동과 1987년 민주항쟁으로 88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되고, 조합장은 농민조합원이, 중앙회장은 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하는 민주적 제도가 도입됐다. 그동안의 개혁 실패로 농협은 ‘조합은 농민 위에, 중앙회는 조합 위에 군림하는 임직원의 조직’이란 평가를 받지만, 그나마 직선제는 농민 조합원이 농협의 주인임을 상징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9년,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은 역사를 거슬러 후퇴했다.   당시 정부가 선거과열 및 비리 방지, 정치성향 배제, 전문 경영 등을 이유로 1100여개 농협조합장들이 직접 투표하던 ‘조합장 직선제’를 겨우 290여명의 대의원 조합장들이 선출하는 ‘대의원 간선제’로 개악한 것이다. 이는 1972년 박정희 군사정권이 유신헌법을 만들어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을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으로 선출했던 ‘체육관 밀실선거’에 비견되는 역사의 후퇴였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는 중앙회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안을 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내년 3월 조합장 선거와 이듬해 초 치러질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중앙회장 간선제를 다시 직선제로 정상화하라는 요구가 높다. 240만명의 농민에, 1100여개 조합의 조합장이 있는데도, 겨우 대의원 조합장 290여명만이 투표에 참여하는 ‘체육관 간선제’는 어불성설이다. 농협은 누구의 조직인가? 모름지기 농협의 최고지도자인 농협중앙회장의 선출은 농민 조합원과 조합의 뜻을 반영하는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  


고작 290여명이 뽑는 ‘농민 대통령’…통제 없는 막강권력 행사

흑역사 되풀이, 막강한 회장 권력

2009년 직선제→간선제 개악
비상임 전환·4년 단임도 도입
절대 권력 있지만 책임은 안져

민선 1·2·3대 회장 줄줄이 구속
4대 회장 땐 측근 등 25명 기소
현 회장도 선거법 위반 재판 중

일부에선 농협중앙회장을 ‘농민 대통령’이라고 표현한다. 대통령은 국민들이 뽑지만, 그러나 농협 회장은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이 뽑지 못할뿐더러, 범접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표현은 220여만 명 조합원이 있는 1100여개 농협을 회원으로 두고,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비롯한 3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면서 누리는 막강한 힘을 빗댄 표현이다. 

그동안 역대 농협중앙회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농민과 조합 위에 군림하다가 상당수가 구속되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회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권력과의 밀접한 관계도 배경의 하나지만, 회장이 농협중앙회란 거대조직의 막강한 힘을 제대로 된 통제 없이 행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회장 임명이 민선으로 바뀐 1990년 이후 1, 2, 3대 회장 3명이 모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4대 최원병 회장은 2015년 검찰의 농협중앙회 비리 수사에서 본인은 기소를 피했지만, 측근을 포함해 총 2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최 전 회장은 MB의 포항 동지상고 후배여서 당시 정권 실세인 ‘영포라인’으로 불린 인물로, 2007년 12월 MB가 당선된 직후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현 김병원 회장의 경우 2016년 중앙회장 선거 당시 위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당선 무효 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하면서 4년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농협 회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농협법을 개정해왔다. 2004년에는 중앙회장을 상임에서 비상임으로 전환한데 이어 2009년에는 회장 선출을 직선제에서 대의원 간선제로 바꾸고, 차기 회장부터 회장 임기를 4년 단임으로 했다.     

그러나 회장을 비상임으로 바꾸고, 대의원 간선으로 바꿨다고 농협중앙회가 달라진 것은 없고, 오히려 조합과 농민조합원들은 농협중앙회장과 더욱 멀어졌다. 농협중앙회장은 말이 비상임일 뿐, 여전히 농협중앙회 임직원들에 둘러싸여 절대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로 돼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법적으로 중앙회를 대표하고,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대외 활동 외의 업무는 전무이사, 사업별 대표이사, 조합감사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임, 전결 처리한다. 또 회장은 이사회 의장이자 총회(대의원회)의 의장이며, 직원에 대한 임면권을 갖고 있다. 
회장은 조합에 대한 지원자금 배분에 영향을 미치고, 조합감사위원회를 통해 감사권을 행사한다. 각 사업별로 전무이사와 대표이사가 그 사업을 대표하고, 소관 분야의 직원 임면권을 위임받고 있지만, 전무와 대표에 대한 인사권을 사실상 회장이 쥐고 있기 때문에, 핵심 인사는 회장의 의사가 반영되는 구조다. 반대로 어떤 인물이 회장이 된다 해도, 중앙회를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인의 장막과 권력구조에 편입돼 결국은 조합이나 농민이 아니라 농협중앙회를 위한 회장이 된다는 것이다. 


안건만 상정되면 프리패스…거수기 전락

제기능 못하는 이사회·대의원회

작년 1~8월 17개 모두 통과
집행부 견제하는 역할 ‘실종’
사실상 회장 뜻대로 돌아가


그렇다면 형식적으로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대의원회),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기구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위성곤 국회의원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된 총 17개 안건 모두가 원안 가결됐다. 그 1호 의안이 회장 퇴임공로금과는 별개로 2년간 매월 500만원을 지급하고 차량과 기사를 제공하는 ‘임원보수 및 실비변상규정’ 개정안이었다. 1호 의안은 ‘셀프 전관예우’ 비난이 일자 8월22일 이사회에서 폐지됐다. 2017년 2호 의안은 바로 비상임이사의 활동수당을 기존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2배 인상하는 안건이었다. 위 의원은 “이사회가 프리패스 거수기로 전락했다”며 “이사회가 집행부를 견제함으로써 농민과 조합원을 위한 농협중앙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이사회는 당연직인 중앙회장과 상호금융대표이사 및 전무이사, 조합장이사 17명, 사외이사 8명 등으로 구성된다. 대의원회와 이사회는 임원 선출에 관여하고 사업계획 수지예산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지만, 사실상 회장과 중앙회의 뜻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세간의 시각이다.    


민주적 절차 무시한 간선제, 되레 ‘선거과열’ 부추겨

간선제 허구성과 직선제 필요성

농민 조합원 의견 반영 못하고
소수의 대의원 집중관리 용이
금품선거·줄 세우기 등 더 심화
직선제 개정안 국회 통과 시급


중앙회장 선출방식은 2009년부터 대의원 조합장에 의한 간선제다. 중앙회 대의원은 지역조합과 품목조합의 조합장 또는 품목조합연합회장으로 구성된다. 대의원 수는 300명 이내에서 광역자치단체별, 품목조합의 경우에는 품목별로 조합원 수, 경제사업 규모, 중앙회에 대한 출자금 규모, 지방자치단체 수 등을 고려해서 규약으로 정한다. 

그러나 중앙회장을 대의원회에서 간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은 농민 조합원들의 의견도, 조합의 이해도 반영할 수 없는 비민주적 방식이다. 정부는 2009년 중앙회장 선출방식을 간선제로 바꾸면서 중앙회장 비리 방지, 정치 중립 등을 내세웠지만, 중앙회장 비리 문제는 직선이냐 간선이냐 하는 것과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간선제로는 정치적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중앙회장 권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협중앙회 체제를 지주회사가 아닌 사업별 연합회로 재구성하고, 중앙회는 사업을 하지 않는 비 사업기구로서 조합과 농민을 위한 조사연구, 협동운동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바꾸면 된다. 

선거 과열 방지를 위해 간선제를 도입했다는 명분도 근거가 없다. 간선방식은 소수의 대의원 조합장에 대한 집중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금품선거, 줄 세우기 등과 같은 선거과열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업경영인 출신인 한 조합장은 “선거과열, 전문경영의 문제가 중앙회장 간선제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간선제로 간 이후 중앙회 운영이 더욱 비민주적이고 퇴보했다”면서 “회장 선출방식은 조합장 전체가 참여, 올바른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직선제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의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장을 이사회에서 뽑는 경우가 많다면서 간선제를 옹호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농협은 기본적으로 민주적 운영관리가 체질화됐고, 중앙회는 조사연구, 교육 등을 담당하기 때문에 간선제나 이사회 호선제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처럼 중앙회가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농민조합원과 조합 위에 군림하는 상황에서 간선제는 민주주의의 후퇴이자, 임직원과 정부의 입김을 강화할 뿐이다. 지금까지 법 개정은 농협중앙회 개혁의 핵심인 연합회 체제 및 비 사업 기능 중앙회 전환을 외면한 채 회장 간선제, 지주회사화 등 잘못된 방향으로 호도돼 왔다. 

농협을 농민의 협동조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농민 조합원을 우선으로 하고, 조합을 위해 농협중앙회를 이끌 수 있는 바른 인물을 회장으로 선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민주적이고 퇴행적인 대의원 간선제를 즉각 폐지하고 중앙회장을 조합장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중앙회장 직선제 전환 및 농협 개혁과 관련, 김현권, 황주홍, 이완영 의원 등이 각각 제출한 농협법 개정안이 의원 발의로 제출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 김현권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중앙회장과 조합감사위원장, 시도지역본부장을 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하는 내용이다. 최근 지역조합장 모임별로 자체 실시한 의견수렴 결과 이에 대한 찬성의견이 80~90%에를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만큼 현장에서도 조합-지역본부-중앙회로 이어지는 상향식 의사결정구조를 요구하는 것이다.    


‘5~8선’ 조합장 수두룩…장기집권하며 조합 사유화

‘비상임’ 무제한 연임도 문제  

1970년대 말부터 11선 연임도
측근 직원 채용·방만 운영 속출
상임이사, 퇴직자 재취업용 변질


상임이나 비상임이나 권한이 막강한 것은 중앙회장 뿐만 아니라 조합장도 마찬가지다. 농협법은 상임 조합장의 경우 2회로 연임을 제한, 임기 4년씩 3회 연속 12년까지 조합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조합장 1133명 가운데 359명인 비상임 조합장(2016년 현재)은 연임 제한 규정이 없어 무제한으로 조합장에 출마할 수 있다. 비상임 조합장은 조합 자산규모가 2500억 원 이상인 경우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고, 자산규모 1500억 원 이상인 조합은 도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비상임 조합장의 권한이 상임 조합장과 다를 게 없는데도, 비상임 조합장만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상임 조합장이 사업 전반에 권한이 있는 반면, 비상임 조합장은 신용사업의 경우 상임이사에게 권한을 위임하지만, 경제사업과 지도사업은 똑 같은 권한을 행사한다. 일부 조합에서는 상임 조합장이 연임을 위해 편법으로 자산규모를 늘려 비상임으로 정관을 개정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조합장은 1970년대 말부터 11선이나 연임하는 경우도 있고, 5선~8선이 수두룩하다. 일부 조합장은 비상임으로 장기집권하면서 조합을 사유화, 자신의 측근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무리한 고정투자 등 방만하게 운영하면서도 이를 비판하는 조합원들을 오히려 제명하는 등 전횡을 일삼는 경우도 있다.  

또 상임이사제의 경우 자산규모 1500억 원 이상 조합에 전문경영을 위해 도입됐는데, 현장에서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농협중앙회나 조합의 퇴직자들이 재취업용, 낙하산식으로 내려온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임이사는 후보 추천이나 중간평가 시에 조합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현 조합장의 지위 보전용, 선거 논공행상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유동수 국회의원은 2016년 9월6일 농협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횟수를 2회로 제한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 현재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 중이다.    


"차기 중앙회장, 전체 조합장이 직접 선출해야"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

"조합장·중앙회장 선거 일치시켜 
조합원 1인 2표 방식으로 가야"

협동조합 전문가인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경제학박사)는 “올바른 농협중앙회장 선출은 농협 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소수 대의원에 의한 체육관 선거에서 전체 조합장 직접투표로 전환하고 후보자 정책토론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농협중앙회장의 자격을 조합원으로 한정한 것은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조합원의 대표로서 조합원의 이해에 충실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도, 현재의 대의원 간선제는 농민조합원의 의사가 배제되고, 조합장의 의사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중앙회 지역본부장, 시군지부장을 중앙회장이 임명하는 것은 하향식 통제구조의 전형”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농협중앙회장, 시도지역본부장, 조합감사위원장 직선제가 담긴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회원조합의 의사가 반영되는 농협중앙회를 만들고, 지역연합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음 단계로 농민 조합원의 총의가 반영되는 조합장과 중앙회장 선출을 위해 중앙회장 선거일과 조합장 선거일을 같은 날로 일치시켜 조합원이 1인 2표로 조합장과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박사는 농협중앙회장의 구조적 비리 등 농협의 제 문제는 구조적인 개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 지주회사 농협을 상호금융연합회, 경제사업연합회, 품목연합회 등 연합조직으로 개편하고, 농협중앙회는 영리사업에서 손을 떼어 본래 역할인 조사연구, 지도감독 등 협동조합 정신에 충실할 때 중앙회장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농협 개혁이 실패한 이유로 “농협중앙회의 반대, 정부의 반대 협력이 원인이지만, 개혁을 추진할 농민조합원과 농민단체의 개혁주체 형성이 미흡한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농협개혁은 “농민 조합원 역량강화를 상시적으로 추진하고, 농협의 독점적 지위와 특권을 폐지, 농협 스스로 농민조합원의 자주적 협동조직으로 거듭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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