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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3.13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2>농협의 주인은 누구입니까중앙회장 연봉 7억·퇴임하면 공로금 11억…‘그들만의 잔치’

[한국농어민신문=이상길 농정전문기자]

▲ 전국한우협회는 지난해 ‘농협중앙회장 셀프 전관예우’ 사건을 계기로 농협 적폐청산 없이 농민이 살 길이 없다고 선언하고 릴레이 집회를 비롯해 농협중앙회 개혁운동을 전개했다.

| 적폐로 지목된 농협중앙회

퇴직후 2년간 매월 500만원
‘셀프 전관예우’ 규정 만들었다  
거센 비난 여론 자초하기도

각종 수수료에 유통비만 증가
농민도 소비자도 결국 손해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이른바 ‘셀프 전관예우’ 논란으로 농민은 물론 국민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퇴직한 후에도 퇴임공로금과는 별개로 2년간 매월 500만원을 지급하고 차량과 기사도 제공하되, 이를 2년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을 만든 사실이 밝혀져서다.

농협중앙회장의 보수는 7억원에 이르는데, 절반은 농협중앙회에서, 절반은 농민신문 회장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원병 전 회장의 경우 퇴임하면서 농협중앙회에서 5억7600만원, 농민신문사에서 5억4200만원을 합쳐 11억원이 넘는 퇴임공로금을 받아갔다. 농협 주변에서는 최 회장이 재임기간 8년 동안 벌어들인 소득은 5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 개혁 차원에서 회장을 비상근으로 했는데도, 이런 저런 명목으로 7억대 연봉에, 거액의 퇴임공로금도 모자라서 퇴임 후에도 전관예우를 보장하는 규정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충격과 분노를 불렀다. 논란이 확산되자 농협중앙회는 이 규정을 폐지했지만, 농협중앙회가 농민과 회원 조합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군림하면서,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와 사익 추구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농민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농협중앙회를 ‘적폐’로 지목했다. 전남 곡성의 한 농민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농가소득 5000만원을 이룬다고 하더니, 자기 밥그릇부터 챙겼다”면서 “농협중앙회는 어려운 농민 위에 이룬 대표적인 적폐”라고 말했다.

특히 전국한우협회의 경우 “농협중앙회장의 셀프 전관예우 같은 몰상식한 처사, 구호에만 그치는 농가소득 5000만원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농협중앙회 적폐청산 없이 농민 농업 살길 없다”며 릴레이 집회 등 농협중앙회 개혁운동을 전개했다. 한우농가들은 “한우 분야 농협 점유율은 사료 70%, 공판장 60%, 정액공급 100%에 달하는데, 이들 사업에서 자체 수익을 중시하다 보니 농협의 경영성과가 좋을수록 농민은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예로 농민의 최대 부담인 사료의 경우 사료공장의 흑자를 내야 하고, 중앙회에 수수료와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다 보니 인하요인이 있어도 사료 값을 내리는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또 과거 서울공판장에서는 집배사업소를 두고 과잉시 물량을 비축하는 기능이 있었지만, 음성공판장에서는 소 값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자체 수익 때문에 물량 조절 없이 최대한 도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동조합형 패커로 중앙회 브랜드인 ‘안심축산’ 때문에 ‘ㅇㅇ한우’ 같은 산지 생산조직의 브랜드가 붕괴되고, 경매, 가공, 도소매 단계 수수료, 검사 수수료, 하나로마트 수수료 등이 붙어 유통비용 감축이 아니라 농가 비용은 늘고 소비자 부담은 증가하는 꼴이란 비판이다.


해외 부동산·자원개발 투자 실패…‘농민의 돈’ 1777억 날려먹어
<2008년 상호금융 적자>


MB-최원병 전 회장의 ‘적폐’
농협법 바꿔 금융지주 만들고
모피아 줄줄이 낙하산 꽂아
최악의 적자로 농민 ‘뒤통수’


농협중앙회는 이명박 정부 때 농민조합원의 돈인 지역농협 상호금융 자금을 날려먹은 사례도 있다. 농협중앙회는 2008년 지역농협이 운용을 위탁한 상호금융 특별회계를 운영하면서 해외 부동산 및 자원개발 투자로 무려 1777억원의 적자를 냈다. 김현권 국회의원에 따르면 그 내용은 텍사스 유전개발 펀드 160억원, 캐나다 토론토 주상복합 프로젝트 파이낸싱 150억원, 인도네시아 발리 오션블로 풀빌라 펀드 61억원, 인도네시아 발리 금호 다올랜드칩 펀드 40억원 등이다.

2008년 캐나다 주상복합시설 개발 프로젝트에 농협이 거액을 대출해줬다가 떼인 사건은 주진우 기자가 출연하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제작한 영화 ‘저수지 게임’의 그 스토리다.

이명박 정부 때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중앙회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나눠 지주회사로 거느리게 됐다. 그 때 연임된 최원병 회장은 MB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농협 금융지주에는 재경부 출신의 모피아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왔다. 농민의 돈인 상호금융은 해외투자로 날려먹었다.

협동조합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와 최원병 전 회장이 농협에 남긴 적폐로 지주회사를 만들어 농협을 주식회사화 하고, 중앙회장 선거제도를 조합장 직선제에서 대의원 조합장 간선제로 바꿔 농협중앙회를 농민과 조합으로부터 분리한 것을 꼽는다. 이런 구조에서 농협중앙회의 전관예우를 비롯한 적폐는 점차 심화되고, 농협은 농민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간다. “농협은 누구 겁니까?”란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농협중앙회의 독점과 특권
신용·공제 등 다 틀어쥐고…회원조합 위에 ‘군림’


농협은행, 상호금융과 경쟁 등
자체사업 이익 극대화에 열중
교육·연구·농정활동 등은 외면
지주회사체제 전환 후 더 심화


보통 외국의 농협은 회원조합, 경제사업연합회 및 신용사업연합회 같이 지역과 품목 중심으로 상향식 연합조직이 만들어진다. 전국단위의 중앙회는 직접 사업을 하지 않고, 조합과 연합회를 지도·교육·감독하면서 농민과 조합을 대변하는 일을 한다. 그것이 협동조합의 상식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시중은행인 NH 농협은행), 공제사업(보험),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 지도감사, 교육지원, 농정활동을 모두 틀어쥐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조합이 연합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앙회가 조합 위에 군림하고, 회원을 통제하는 하향식 구조가 한국 농협의 핵심문제다.

농협법에는 ‘중앙회는 회원의 공동이익의 증진과 그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지만,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농민들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라니까 2012년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지주회사로 이관했지만, 농협중앙회 1인 지배구조여서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중앙회는 회원의 공동 이익 증진이 아니라 자체사업 중심 운영으로 조합과 경쟁하고 이익을 침해한다. 이는 중앙회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조합의 상호금융 점포와 지역에서 경쟁하고, 지자체 공공금고 취급에 따른 이익을 독점한다.

공제사업의 경우 농협 사업구조 개편 이후 지역 농축협이 운영하던 것을 중앙회 자회사인 NH농협보험사로 이관한 뒤 조합들이 NH보험과 판매수수료를 받는 판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이것이 불공정하다는 여론이다. 일선에서는 책임, 배상, 감사, 비용에 대한 부담을 모두 조합이 지고, 수수료도 과거보다 줄었다는 불만이다. 카드 역시 발급 권한은 농협카드사에 있고, 지역조합은 업무대행으로 수수료를 받지만, 연체 등 부실에 따른 손실은 전적으로 조합이 부담하는 반면 수익의 대부분은 카드사가 가져간다.

경제사업은 중앙회 경제지주가 회원조합과 경합한다. 농협중앙회가 조합 구역에 하나로클럽 또는 하나로마트를 만들어 조합 마트와 경쟁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중앙회 공판장이 원예조합 공판장과 같은 시장 내에 마주보고 장사를 한다. 사료사업은 중앙회사료공장과 회원 축협 사료공장이 치열하게 시장에서 싸운다. 중앙회 목우촌이 양돈조합의 도드람 브랜드와 경쟁하는 것, 조합이 김치공장을 하는데 중앙회도 김치공장을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는 이처럼 자체 이익을 위한 사업 기능에 치우치면서 농협의 중앙조직으로서 고유기능인 교육, 조사연구, 지도 감독, 농정활동 같은 비사업 기능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은 농민을 앞세워 사업을 하면서도, FTA 반대 성명서 한 번 낸 적이 없고, 협동조합 원칙, 농협의 역할에 대한 조합원 교육이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않는다.


| ‘본말 전도’된 일선 조합
신용사업에만 치중, 농산물 판매는 ‘뒷전’


농업금융·농자재 공급 등 ‘독점’
다양한 생산자조직 발전 저해


지역농협이나 품목조합은 농민조합원들이 농사를 잘 짓도록 지도하고, 조직화하고, 무엇보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 값에 잘 팔아줘야 한다. 그것이 농민들이 요구하는 경제사업을 잘 하란 의미다. 지역농협의 신용사업이란 경제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조합은 신용사업에 치중하면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지 못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조합들은 그동안 준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신용사업으로 유지하면서, 농산물 판매는 제 값을 받는 것보다는 그저 농산물을 공동으로 운송해주는 역할에 그치는 곳이 많다. 일부 선진적인 조합은 공동마케팅과 공동계산을 하고 있지만, 그 취급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품목별 수급조절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면서 일선 조합은 농업금융, 농자재 공급 등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생산자 조직, 품목별, 기능별 협동조합이 생겨나 발전하는 것을 제약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구매농협, 판매농협, 가공농협, 유기농협을 만들기가 불가능하고, 품목조합이 다양하게 생기는 것도 어렵다. 영농조합법인에 대한 농협의 견제는 뿌리 깊은 갈등이다. 그동안 농협이 제 역할을 못하자 농민들이 로컬푸드 매장을 만들면, 지역농협이 따라서 매장을 만들어 경쟁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동안 농협은 신용사업에서 벌어 경제사업 적자를 메우고, 경제사업은 곁가지처럼 운영해왔다. 하지만 대내외 시장환경의 변화, 조합원 고령화, 농촌지역 쇠퇴는 신용사업에 치중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다. 농민 조합원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농협법이란 특별법으로 보호받고, 사업을 독점하는 농협만의 방식은 마치 자신만의 표준만 고집하다가 시장에서 고립되는 ‘갈라파고스화(Galapagos Syndrome)’의 함정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 어떻게 할 것인가
갈 길 먼 농협개혁, 조합장 선거가 ‘첫 발’

중앙회 적폐청산·개혁에 방점
직선제로 중앙회장 선출하고
경제지주, 사업연합회 전환을


농협개혁은 역대 정권이 모두 실패하거나 왜곡하고, 농협 개혁 운동에 나섰던 이들이 좌절해온, 불가능한 일이란 의견이 있다. 그 만큼 정부, 정치권, 농협을 중심으로 하는 기득권이 강고하고, 농민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농협에 독점과 특권을 보장하는 농협법을 폐지하거나, 농협을 해체하는 게 답이란 견해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농협이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자주적 협동조직”이란 점이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농민의 삶과 상관없이 ‘조합은 조합원 위에, 중앙회는 조합 위에’ 군림하는 구조는 지속될 것이다. 농협의 주인인 농민 조합원들이 농협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고, 농협이 제대로 해야 국민의 먹을거리도 바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국민적 과제이기도 하다. 조합장 선거는 농민들이 농협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조합을 올바로 이끌 조합장을 선출하고,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제대로 뽑아 농협중앙회를 농민과 조합의 조직으로 바꾸는 전기가 될 것이다.

허헌중 좋은 농협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지역농협 개혁도 중요하지만 이를 추동하며 지역농협의 조직운영 민주화와 사업경영 혁신을 지도·감독하기 위해서도 중앙회 적폐청산과 개혁이 중요하다”면서 “농협중앙회가 회원(조합)의 공동이익 증진과 그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존재이유, 곧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농협 개혁과제를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함께 지주회사체제로 주식회사가 된 중앙회를 협동조합 연합체로 환골탈태시키는 일”로 요약했다.

농협중앙회는 지금처럼 금융 및 경제 지주회사를 거느린 사업조직이 아니라 비사업적인 기능, 즉 지도감독, 조사연구, 농정활동을 하는 조직으로 전환하고, 경제지주는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상호금융은 상호금융연합회로 독립시켜 조합의 상호금융을 지원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지난 대선공약 요구사항을 통해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 경제지주를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하고, 상호금융연합회를 별도로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농산물을 제 값 받고 팔려면 품목별 협동조합과 그 연합회 육성이 중요하다는데도 의견이 일치한다.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는 “농협 경제사업은 농민들이 판로와 가격을 걱정하지 않게 공동판매조직을 구축해 강력한 시장교섭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이것이 가능하려면 품목별협동조합연합회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통해 유통조절명령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지역 농축협의 개혁과제로는 사업계획부터 운영까지 조합원의 민주적 참여 보장, 조합 운영의 투명한 공개, 구매사업의 개선, 농산물 판매사업의 혁신, 찾아가는 영농지도사업, 협동조합 교육 강화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 농민단체는 조합원들과 이러한 과제를 지역에서 공유하고 조합장 후보자들에게 요구, 공약으로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조합장 선거는 현장의 요구를 조합장에게 수용토록 하고, 이것이 조합장이 참여하는 중앙회장 선거를 통해 농협중앙회 개혁으로 이어지는 시작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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