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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3.13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5>구멍 뚫린 조합원 제도, 흔들리는 정체성농민 없는 도시조합…자본 앞세워 ‘농협 정체성’ 위협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 농협은 농민조합원을 위한 경제사업보다는 상호금융에 치중,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에 있는 한 지역농협의 하나로마트.


농민 없는 도시 농협

준조합원·일반 소비자 대상
신용사업 위주 조합 운영
“농협이라 부를 수 있나” 의문


도시조합 운영실태 전면조사
농산물 판매·도농상생 등
비전과 역할 새롭게 정립을


‘조합원 생신 축하지원에 하나로마트 생활물품 교환권 10만원씩 1억여원. 상반기 조합원 생활물자 지원으로 쌀 10kg 4포씩 8600여만원. 조합원 손자녀 32명에게 장학금 2700여만원. 65세 이상 원로 조합원 대상 효도행사에 4900여만원. 조합원 해외연수로 베트남 다낭, 서유럽(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103명 연수에 1억2000여만원. 52명 호주(시드니) 연수에 5600만원. 조합원 손자녀 어린이 42명 농촌현장체험에 172만원.’

얼핏 보면 어느 넉넉한 복지단체의 사업 같은 이 얘기, 실은 서울에 있는 J 농협의 9월 말 기준 교육지원사업 추진현황이다. 이 조합은 조합원 1000여명에 임원 14명, 비정규직 포함 직원수 177명, 사업장이 14곳이다. 올해 경제사업 계획이 140억 정도인데, 이 중에서 마트사업이 139억원이고, 구판매 사업은 사업이라 할 것이 거의 없다. 상호금융 예수금 잔액이 1조5000억원이 넘는 조합이 9월 말 현재 판매사업 실적은 100만원으로 잡혔다. 교육지원사업 중 농업과 관련되는 듯한 사업은 조합원 영농자재 지원으로 복합, 유박비료 및 봄채소 종자류 6500여만원 어치를 나눠준 것이 있다.

반대로 조합원 3800여명, 임원 14명, 직원 68명 규모의 전북 지역 한 농촌농협의 교육지원사업은 다르다. 이 조합은 같은 시기 교육지원사업으로 무인항공방제, 농축협 사업 활성화 과정 대의원 교육, 가축분뇨퇴비 사용 활성화 사업, 폭염 및 가뭄피해 대책 조합원 스프링클러 공급, 2017년 수매벼 장려금 지급, 겉보리 수매 조합원 톤백 마대 공급, 복분자 출하 조합원 퇴비 공급 등을 추진했다. 이 조합은 경제사업 계획이 올해 660여 억원 규모이고, 이 가운데 판매사업이 379억여 원으로 절반을 넘는다. 상호금융 예수금 잔액은 앞서 도시농협의 1/10 규모인 1500억여 원이다.

이는 J 농협 같은 도시농협이 농민이 중심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인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상호금융 위주로 조합을 운영하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J 농협의 경우 1조5000억원이 넘는 상호금융 예수금의 조합원 비율은 7.75%에 불과하고, 준조합원이 60%를, 비조합원이 31%를 넘는다. 1조1300여 원의 대출금 잔액으로 보아도 조합원은 8.99%인 반면 준조합원은 43%를, 비조합원은 47%를 상회한다.

도시농협은 농업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논 밭 한 뙈기도 없는 서울 도심지역에서, 농민보다 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농협을 농협으로 부르는 게 타당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그럼에도 도시농협은 막대한 자산과 사업규모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해, 중앙회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특별시나 광역시 소재 농협의 경우 조합 설립인가 기준이 300명이다. 현재 도시농협들은 형식적으로 이 기준을 채우고 있지만,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하면 많은 곳이 기준에 미달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제 도시농협에 대한 비전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다. 이호중 농어업 정책포럼 사무국장은 “도시조합의 준조합원 증가, 신용사업 치중으로 농협으로서의 정체성은 계속 악화될 것”이라며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농민의 농산물을 팔아주는 판매조합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도농상생, 그리고 지역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기여 등 그 기능과 역할의 전환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 10명 중 7명이 60세 이상…2030년엔 ‘반토막’ 날 듯

조합원 이질화·고령화 

9월 기준 조합원 수 219만여명 
40세 미만 청년 고작 ‘1.64%’ 뿐
 
쌀 기반 소농 전제로 만든 농협
영세농·고령농·겸업농 혼재
축산·원예 등 작목도 수십가지 
동일 서비스론 요구 부응 못해

많은 이들은 농협이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정체성(identity)이란 ‘어떤 존재의 본질적인 특성’을 말한다. 과연 농협을 농민의 협동조합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의문은 농민의 자조조직인 농협이 임직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준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사업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의 정체성 문제의 하나가 조합원의 이질화다. 이 것 저것 모든 사업을 다 하는 현재의 종합농협 체제는 쌀을 기반으로 복합경영을 하는 소농을 전제로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농업환경은 변했다. 조합원 중에는 전업농이 있는 반면 영세농, 고령농, 겸업농이 혼재한다. 작목도 미작, 축산, 과수, 원예, 특작 등 수십 종에 이른다. 전체 조합원에게 동일하게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농업을 전업으로 하는 농가는 농업수익을 극대화하고 시장에 더 적극 대응하기 위해 농협의 경제사업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농업소득 의존도가 낮거나 시장 판매 비중이 낮은 농가는 판매사업 수요가 적어 복지사업 환원사업을 선호한다. 이런 이질화는 도시농협의 신용조합화를 초래해왔고, 대규모 농협과 소규모 농협의 경영 격차, 조합 간 서비스 격차 문제로 연결된다.

조합원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5년에 65세 이상 농가경영주는 54만9000호로 43.1%였지만, 2017년에는 58.2%인 60만7000호로 늘었고, 75세 이상 농가경영주는 9.7%인 12만4000호에서 26.7%인 278천호로 증가했다. 이제는 영농가능 기대 평균연령이 약 75세로 조사되고 있다. 반면 40~64세 농가경영주는 2005년 53.5%인 68만1000호에서 2017년 40.9%인 42만6000호로 줄어들었다. 특히 40세 미만의 청년 경영주는 2017년 고작 9000호(0.9%)로 1%가 채 안 된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농협조합원 수는 219만 명인데, 이 중 70세 이상 조합원이 39.08%, 60세 이상 70세 미만까지 포함하면 70.41%에 달한다. 반면 40세 미만의 ‘청년 조합원’은 고작 전체의 1.64%에 불과하다. 전체 조합원 수는 사망, 이주, 자격상실, 자진탈퇴 등을 사유로 2014년 235만 명에 비해 15만명이 감소했다. 이 정도 속도면 2030년에는 조합원수가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의 고령화는 조합의 지속 가능한 발전보다는 단기배당을 선호하게 한다. 또한 조합원의 이질화는 조합원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게 하고, 농민조합원들의 힘을 분산시킨다. 이는 결국 사업을 이용하는 조합원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이용실적에 비례해서 편익을 제공한다는 협동조합의 원칙을 퇴색시킨다. 이것이 경제사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다.
 


준조합원 해마다 급증…비과세 예탁금 ‘82%’ 점유 

준조합원과 비조합원 상호금융 의존

일반인 위주 신용사업 운영
협동조합 원칙에 맞지 않아


농업인구 감소, 도시화는 농협의 조합원들도, 농협도 변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농협이 이런 변화에 협동조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준조합원,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신용사업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2017년 말 지역 농축협, 품목 농축협의 전체 조합원 수는 221만6221명인 반면 준조합원 수는 무려 1735만1897명이다. 준조합원이 조합원의 7.8배를 넘는다. 전체 조합원 수가 2014년 235만명에서 2017년 221만명으로 줄어드는 동안 준조합원 수는 1675만 명에서 1735만 명으로 늘어났다. 조합당 조합원 수는 1960명인데, 준조합원 수는 1만5342명꼴이다.

2017년 말 상호금융 예수금은 299조원, 대출금은 228조원을 기록했으며, 둘을 합친 규모는 527조원에 이른다. 또 농협중앙회의 상호금융특별회계에 상환준비 예수금과 여유자금으로 예치된 자금이 94조6428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농협 상호금융은 그 이용 비중이 조합원은 20~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 소비자인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이다. 농협 상호금융의 대표적 금융상품인 비과세 예탁금(예적금)은 2017년말 42조4700억원 규모인데, 이중 82%가 준조합원의 것이다. 최근 정부의 준조합원 세제혜택 폐지 움직임에 농협이 반발하는 이유도 이런 준조합원 의존성 때문이다.

일반인 위주의 상호금융 운영은 협동조합 원칙에 맞지 않는다. 조합의 신용사업을 상호금융이라고 하는 것은 은행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데 비해 상호금융은 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 금융이기 때문이다.

상호금융은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에 따라 △호혜금융 △민주금융 △지도금융으로 운영되는 게 원칙이다. 조합원이 스스로 출자해 조합을 설립하고 여유가 있는 조합원이 자금을 필요로 하는 조합원을 돕는 상부상조의 금융이다. 상호금융은 더 많은 예수금을 모아 예금과 대출 사이에 마진을 많이 붙여서 이익을 추구하는 은행과 달리, 적정한 경비만 이자로 붙이고, 조합 자체는 비영리로 운영하는 게 옳다. 
 


정체성 왜곡·줄소송 부른 ‘무자격 조합원’ 문제부터 해결해야

내년 동시선거, 무자격 해결부터

영농계획서로만 자격 유지 등
국감서 다시 문제제기 나와
“남은기간 철저한 단속” 주문

은퇴농에 이용권·배당권 주되
의결권·선거권은 제한하는
‘명예조합원제도’ 의무화 검토

경제사업 이용 조합원 우대
‘약정 조합원제’ 강화 의견도


내년 3.13 전국 조합장 동시 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거지는 무자격 조합원 문제의 해결은 시급한 과제다. 농민이 아닌 무자격자가 농협의 조합원으로, 임원으로, 나아가 조합장으로 행세한다면 농협의 운영과 의사결정, 농정마저도 왜곡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무자격 조합원을 둘러싼 논란과 분쟁은 선거 때마다 발생해왔다. 첫 번째 전국 동시선거인 2015년에는 이 문제가 더 크게 불거졌다. 의성축협 조합원들은 조합원 1900여 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40%가 넘는 700여명의 무자격조합원이 선거인명부에 등재된 것을 확인했고, 우여곡절 끝에 조합측은 선거를 불과 5일 앞둔 시점에서 772명의 무자격조합원을 탈퇴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1회 선거 때는 무자격 조합원 문제로 인한 선거무효소송이 전국적으로 30여건에 달했다. 이로인해 농협개혁 시민단체에서는 1회 선거를 총체적인 부정선거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자격 조합원 문제는 4년이 지난 2회 선거를 앞두고 다시 반복된다. 지난 10월 농협중앙회의 국정감사에서 김현권 국회의원은 세종중앙농협 등 일부 농협이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하지 않고 영농계획서만으로 계속 자격을 유지시켜 준 사실을 지적했다. 영농(양축)계획서는 천재지변, 살처분, 토지건물의 수용 등으로 농축산업을 영위하기 힘든 경우에 한해 제출하는 것으로, 1년만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데도 1년이 지나도 정리를 안 하고 있는 것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농협의 정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농협 정체성의 첫 걸음”이라며 “4년 전 선거에 비해 도시화는 더 진행됐고 조합원들의 고령화는 더 심각해 진 만큼,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남은 기간 동안 무자격 조합원 정비부터 철저하게 감독하고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무자격 조합원 문제가 반복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일각에서는 조합장이 고령 은퇴농이거나 비농민 등 무자격 조합원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어 정리에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 또 자신에게 비판적이거나 경쟁자 편에 설 가능성이 큰 무자격자를 탈퇴시키고 자기편을 감싸는 경우, 조합원수 부족으로 인가 취소나 합병을 우려해 정리에 소극적인 케이스도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 제1회 선거에서부터 무자격조합원 문제를 제기해온 최양부 전 청와대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은 “농식품부가 올 1월에 ‘조합원 자격요건 확인기준 고시’를 마련했지만, 무자격조합원 정리를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2회 선거에서는 완전하고, 확인가능하고, 비가역적인 조합원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제도와 관련, 지난 2016년 12월 농협법 개정으로 2년 이상 조합의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한 제명이 가능해졌고, 지난 6월 농식품부가 농협 정관례를 개정, 조합이 자율로 명예조합원 제도를 도입할 수 있지만 무자격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호중 박사는 “조합원 이질화, 비농민 확대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격상실 은퇴농을 위해 이용권과 배당권은 주되 의결권과 선거권은 제한되는 명예조합원 제도를 의무화하고 경제사업 이용을 계약하고 이행하는 조합원을 사업 이용 배당에 우대하는 약정조합원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아베, 준조합원 문제 등 빌미 ‘농협 개혁’ 추진 나서

일본 농협, 타산지석으로

우리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수준
늦기전에 스스로 개혁 착수해야


최근 일본의 아베 정부는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JA전중)을 일반 사단법인으로 전환하고, 조합의 자율가입, 중앙회 감사 폐지 등을 포함하는 농협 개혁을 진행 중이다. 

아베의 농협 개혁은 신자유주의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평가지만, 군림하는 중앙회, 준 조합원 문제, 신용사업 중심의 사업 등 협동조합 원칙에 대한 문제제기가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특히 일본은 농민의 협동조합에서 준조합원이 정조합원을 10% 초과한다는 점이 공격의 빌미가 됐다. 

일본과 농업환경이 유사한 우리나라는 어떤가? 준조합원이 조합원의 7.8배를 넘는다. 조합원 구성이나 사업 비중에서 농민의 협동조합이란 정체성 상실이 더욱 심화된 한국의 농협에게 일본 농협의 사례는 더 늦기 전에 개혁에 착수하라는 타산지석이 아닐까?


<조합원, 준조합원 자격>

농협법과 시행령 정관 등에 따르면, 조합원은 지역농협의 구역에 주소, 거소(居所)나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이어야 한다. 지역농협 조합원의 경우 1천 제곱미터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 농지에서 330제곱미터 이상의 시설을 설치하고 원예작물을 재배, 660 제곱미터 이상의 농지에서 채소·과수 또는 화훼를 재배해야 한다. 가축의 경우 소 2마리, 돼지(젖먹이 돼지 제외) 염소 5마리, 토끼 50마리, 닭 100마리, 꿀벌은 10군을 사육해야 하는 등 축종마다 기준이 있다. 조합원은 1좌 5000원, 20좌 이상~200좌 이내에서 출자한다.

준 조합원은 지역농협이 허락한다면 관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조합원은 의결권, 선거권, 검사청구권, 사업이용권, 잉여배당금 청구권, 지분환급 청구권 등을 갖는 대신 출자와 사업이용 등 반드시 부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준조합원은 경영에 참여는 못하지만 가입금 등을 내고 비과세 금융상품을 이용하거나 예금과 하나로마트 등 거래실적에 따라 이용고 배당을 받는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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