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가축분뇨 4700만톤…재생에너지 자원으로 활용 모색을

 

소·돼지·닭 사육두수 증가로
가축분뇨도 덩달아 늘어
90% 가량 퇴비·액비 만들지만
악취로 인한 주민 민원 여전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따라
‘바이오매스’ 설비 지원 많아도
매전 단가 낮아 손익 못 맞춰
선진국 수준으로 현실`화 절실


▲축산업 성장의 그늘 ‘악취’=축산물 소비가 상승하면서 소, 돼지, 닭 등의 사육두수도 증가해 왔다. 주요 축종의 사육동향을 보자. 2010년 159만 마리였던 한육우는 2006년 200만 마리를 넘어섰고, 최근에는 300만 마리를 넘나들고 있다. 돼지도 매년 증가해 2000년 821만4000마리에서 이제는 1100만 마리를 뛰어 넘었고, 닭은 1억7000만 마리로 성장했다.

이처럼 가축 사육두수가 늘면서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것이 연간 4700만톤에 달하는 가축분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가축분뇨의 90% 가량이 퇴비와 액비로 만들어지고, 정화처리 등의 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축분뇨 악취는 여전히 미궁이다.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아 전국 곳곳에서 축산악취가 발생하며 민원과 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가축분뇨 등 축산관련 악취 민원이 2013년 2604건, 2014년 2838건, 2015년 4323건, 2016년 6389건 등으로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 관련 각종 연구에서도 축산악취에 대한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국민경제를 고려한 미래 축산정책 개선방안 연구(2016년)’를 한 결과 현재 거주중이거나 여행지에서 축산농장의 악취·소음·수질오염 등의 문제를 경험했다는 비율이 65.7%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농업인의 98.4%가 악취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농촌공간에서 축산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된다는 것이다. 또한 축산악취와 수질오염 등에 대해 농업인을 물론 비농업이 모두 ‘심각하다’는 의견이 80%를 넘고 있다는 것이 축산환경의 현주소이다.


▲축산환경과 가축분뇨 대책은=그렇다고 축산업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축산업이 양적으로 성장을 해 왔지만 축산물 소비 증가로 인해 여전히 자급률은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국내산 축산물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한우, 돼지, 낙농 등 주요 축산물의 자급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신선한 육류를 즐겨 찾는 반면 가축분뇨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에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은 바로 ‘악취 문제’ 해결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 대세를 이룬다. 정부 또한 축산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축산업의 질적인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환경 문제의 핵심인 가축분뇨 처리와 악취의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가축분뇨의 숨겨진 가치를 만드는 게 방향이다. 골칫거리 폐기물로 인식했던 개념을 탈피하고 농작물 양분(퇴액비) 공급과 재생에너지(바이오매스) 자원이라는 것이다. 

이에 하루 70톤 이상의 분뇨를 처리하는 시설로 운영되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액비유통센터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축산농가 개별적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공동자원화 시설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인 것이다.

양돈장의 경우 가축분뇨가 바로 처리되지 않아 악취의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공동자원화시설을 통한 신속한 분뇨 수거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축분 퇴비의 부속도 기준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개별농가 처리가 아닌 공동처리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축산분야에서 악취 관리 대책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축산농장 청소와 축사주변 나무심기 등을 전개하고 있으며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의 기능을 보강해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가축분뇨’=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수립해 놓았다. 국민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의 국민 만19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여론이 84.6%로 조사된 것이다.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에너지 정책에 따라 가축분뇨 에너지화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면서 본격 추진되고 있다. 혐기소화 에너지화하면 악취 억제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하루에 70톤 이상을 처리하면서 처리물량 중에서 가축분뇨 비중이 70%를 넘으면 보조와 융자를 지원받아 사업을 할 수 있다.

기존의 퇴·액비화 시설에 바이오가스 관련 설비를 추가할 때는 농식품부가 설정한 총 사업비에서 국비 보조 40%, 지방비 보조 30%, 국비 융자 30% 조건으로 지원된다. 또한 신규로 설치할 때도 국비 보조 50%, 지방비 보조 20%, 국비 융자 20%, 자부담 10%로 사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 투자와 운영비 대비 손익을 맞출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보조를 받아 시설을 구축했더라도 낮은 전기 판매단가와 바이오매스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1’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 운영자들은 “1KW 당 70~80원인 전기 판매 단가로는 시설을 운영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농업과 농촌 그리고 가축분뇨 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한 매전 단가가 현실화와 함께 바이오매스의 REC 가중치 상향 조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입장은 해외의 사례를 통해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독일의 경우 매전 단가가 1KW당 350원 수준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차액을 보상하는 동시에 바이오매스, 농축산부산물로 전기를 생산할 경우 추가로 보너스를 제공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전문가 제언 

"축산환경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을"

▲이명규 상지대 교수(한국축산환경학회장)=“축산의 가치는 축산인이 아닌 주변의 이용자가 평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치는 무엇을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이명규 상지대 교수는 축산의 공익적 가치와 지역내 자원순환을 강조한다. 우수한 축산물 공급과 함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가축분뇨 자원화를 통한 부가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명규 교수는 “축산환경 개선대책은 환경오염 부하를 낮추면서 악취를 해소하고 퇴액비·에너지 자원화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이를 위한 통합 관리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양돈장의 경우 어떤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진단하고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는지 조사해 해당 양돈장에 맞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형 바이오매스를 구축해 축산 악취를 저감하고 주변인들과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며 “현재 축산환경에서 문제되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원칙의 룰’을 통해 축산의 정론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축분뇨, 자원으로 바라봐야"

▲안희권 충남대 교수=“농축산분야에서는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인식하지만 환경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는 폐기물로 간주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축분뇨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자원으로 바라보는 통일된 시각이 필요합니다.”

안희권 충남대 교수는 가축분뇨의 에너지화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에너지화 사업의 확실한 주체가 필요하고 수익성 확보와 지역 내 혜택의 공유 등을 제언했다.

안 교수는 “우선적으로 밀폐된 상태로 처리하는 가축분뇨 혐기소화의 장점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혐기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에너지화할 수 있고 유효성분이 우수한 액비는 악취가 없다”며 “특히 작물이 바로 흡수할 수 있는 무기질화 상태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도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와 함께 독일의 사례처럼 정책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술적 지원을 통해 개별 축산농장에서 분뇨를 혐기처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가축분뇨 처리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악취문제도 해결하는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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