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으로 보기에는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 퇴액비로 만드는 시설로 보이지 않는다.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는 혐기소화조에서 가축분뇨 등을 발효해 퇴액비를 제조하고, 발효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탄가스로 하루 평균 1만4000㎾의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수많은 축산현장에서 가축분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논산에서는 돈이 되는 자원이다.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가축분뇨를 고품질 퇴액비로 만들어 지역 내 양분 순환 체계를 구축했고, 악취를 줄이면서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전기를 생산하는 등 논산지역의 지속가능한 농업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자연순환농업센터가 독일 등 선진국과 견줘 오히려 우수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어 현장을 취재했다.  


160여 축산농장서 배출하는
가축 분뇨 매일 500톤 처리
음식물 쓰레기도 20~30톤 반입

30일 이상 발효 거친 퇴·액비
골프장·과수원 등 무상 살포

전기 하루 생산량 1만4000㎾ 
발생하는 열은 난방에 가능
악취로 인한 갈등도 해결


▲자연순환농업센터 시작은=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의 가축분뇨 자원화와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는 국내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인식돼 왔던 가축분뇨 재생에너지 사업을 성공시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고, 심지어 중국 등 해외에서도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논산계룡축협의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은 지난 1994년 퇴비화시설을 가동하면서 시작됐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가축분뇨 문제가 요즘처럼 심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소, 돼지 등 가축사육 두수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고, 농촌지역에서 분뇨로 인한 갈등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논산계룡축협은 대학 등과 연계한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가축분뇨로 액비·퇴비를 만드는 시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의 가축분뇨자원화 시설 준공에 이어 2016년 환경부의 지역단위 통합자원화사업 준공 등을 통해 현재의 자연순환농업센터를 완성했다.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소화조와 퇴액비 생산 시설, 매탄가스 저장조, 열병합발전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는 지난 20여년 이상 노하우를 축적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축산농가는 몰론 경종농가 그리고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시설로 운영한다는 사업방침을 뚝심있게 지켜온 성과다. 방치하면 심각한 악취를 발생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가축분뇨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화로 발상을 전환한 것이다.  

김완주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소장은 “가축분뇨를 그대로 투기하면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악취를 풍기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비료 원료와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축분뇨가 훌륭한 자원”이라고 말한다.
 

▲ 매탄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 우리가 책임진다=자연순환농업센터는 논산지역의 160여 축산농장에서 배출되는 가축분뇨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처리하고 있다. 하루 평균 500톤의 가축분뇨가 반입되고 있으며 이를 밀폐된 혐기소화조에서 처리한다. 가축분뇨 뿐만 아니라 논산시내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도 매일 20~30톤을 반입하고 있다.

이렇게 들어온 가축분뇨와 음식물 폐기물은 밀폐된 혐기소화조에 담겨 미생물을 배합해 30일 이상 발효를 거쳐 액비와 퇴비로 만들어진다. 또한 매일 250톤 가량 생산되는 액비는 논산지역의 농경지를 비롯해 골프장, 과수원 등 2100ha에 무상으로 살포되며 품질 좋은 농산물 생산을 위한 거름이 되고 있다.  

가축분뇨와 음식물폐기물이 액비와 퇴비화 과정에서 매탄가스가 생성된다. 이를 이용해 시간당 300㎾의 청정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2대가 24시간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김완주 소장은 “농촌의 악취 원인을 찾아보면 가축분뇨 이외에도 농산부산물, 생활하수와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유기물을 방치하지 않고 발생하는 즉시 처리하면 악취를 예방할 수 있고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유기성 물질은 버리면 폐기물이 되지만 이를 자원화하면 퇴액비와 청정에너지원인 매탄가스로 재탄생해 환경을 보전하면서 돈을 버는 수익원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특히 바이오가스의 장점에 대해 “가축분뇨와 음식물폐기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면 축사의 분뇨를 바로 처리할 수 있어 악취로 인한 각종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며 “여기에 더해 온실가스 등의 발생도 억제하는 등 농촌지역의 환경은 물론 지구 환경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누구에게나 혜택을 주는 시설=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를 운영하는 기본 원칙은 지역의 자원순환과 경제적 가치 공유이다. 센터를 직접 이용하는 축산농가는 물론 경종농가, 그리고 지역 주민 모두에게 혜택을 돌린다는 개념이다.

가축분뇨를 충분히 발효시켜 만들어진 고품질 퇴비가 로봇으로 자동 적재 되고 있다.

축산농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가축분뇨를 합리적인 비용에 책임지고 신속 처리하고, 경종농가에게는 퇴액비 공급과 살포 대행 등 고령으로 농사일이 어려운 농가의  일손을 덜어주고 있다. 여기에 센터를 운영하는 인력은 지역 내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농촌의 일자리창출도 하고 있다. 축산농가-경종농가-지역 주민이 가치 사슬로 묶여 경제 가치를 함께 만들고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논산시 연산면에서 돼지를 키우는 양돈농가 도기정씨는 “농장에서 자체적으로 분뇨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시설에 투자비가 더욱 가중되고 악취 문제를 억제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며 “자연순환농업센터가 세워져 돼지 분뇨를 매일 수거해 가면서 악취가 대폭 줄고 분뇨 배출을 걱정하지 않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연순환농업센터에서 생산된 액비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액비를 살포해 달라는 경종농가들이 대기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완주 소장은 “전국의 많은 농촌지역에서 가축분뇨 악취로 민원과 갈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가축사육이 많은 시군에서 우선적으로 우리와 같은 시설을 세워 나간다면 악취 관리는 물론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농촌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우리 센터에서는 하루에 1만4000㎾ 정도 발전하고 있다”며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약 17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오매스 전기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도 소중한 에너지다.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시설 인근의 비닐하우스에 난방열을 공급할 수 있고, 농공단지 등 공장이 밀집해 있는 곳에 열을 공급하면 더욱 훌륭한 모델이 된다.

하지만 그는 현재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바이오매스에 대한 중요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완주 소장은 “바이오매스 매전단가를 상향조정하고 REC 가중치를 높여 지역에 환원한다면 수많은 지자체에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사진=김흥진 기자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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