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에너지 독립’ 마을 200여곳…유기성자원 재생이 핵심

▲ 가축분뇨와 유기성폐자원은 농촌마을의 새로운 동력 에너지가 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바이오에너지마을이 전국적으로 200여소 가량 조성돼 있고,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생산해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마을 주택에 저렴한 비용으로 난방열을 공급하며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 1호 바이오매스 마을인 윤데마을로 바이오가스 등 재생에너지 시설이 설치돼 있다.

독일의 농촌은 농축산물을 재배하는 공간인 동시에 전기와 난방열을 생산하는 발전소로 진화하고 있다. 석유 등 화석연료와 원자력 의존을 탈피하고 에너지 독립을 선언한 에너지 독립마을이 전국적으로 200여개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에너지 독립을 가능하게 한 것은 가축 분뇨와 함께 각종 에너지작물 등 유기성자원을 이용한 재생에너지가 핵심이다. 네덜란드에서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가축분뇨 처리에 무게를 두고 바이오가스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폐기물로 간주돼 왔던 가축분뇨가 에너지화 등 자원으로 지역경제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독일 괴팅겐대학과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의 전문 연구자를 찾아 가축분뇨 재생에너지가 무엇 때문에 중요한지 취재했다.


#에너지 발전소로 거듭나는 독일의 농촌
"가축분뇨 활용 수익 창출…고갈·오염 걱정도 없어"

평범했던 농촌 ‘윤데마을’에
2001년 ‘바이오에너지’ 접목
바이오가스 생산·폐열 활용
난방열 공급 등 ‘발전소화’
주민 참여 협동조합 체계로
비농업인도 같이 혜택 누려
정부는 관련법 등 만들어 지원

▲ 독일 괴팅겐대학교 IZNE 사우어 박사는 농촌마을의 바이오에너지사업이 가축분뇨의 효율적 처리와 악취를 저감할뿐더러 화석연료와 원자력  에너지보다 경제성이 우수하다고 설명한다.

“가축분뇨는 어차피 발생하는데 버리면 폐기물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원료로 이용하면 농가의 수익이 됩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석유와 달리 고갈 걱정도 없고 환경오염도 없습니다.”

독일 괴팅겐대학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학제 간 연구소(IZNE)’ 베네딕트 사우어 박사는 재생에너지로 인한 농촌의 변화와 지구환경에 대한 효과를 강조한다. 그는 괴팅겐대학 IZNE에서 윤데마을 프로젝트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이 분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괴팅겐대학교 IZNE는 생태·경제·사회 등을 통합해 연구하기 위해 조직된 학교 내 연구소로 농업, 지리, 토양, 경제, 사회, 심리, 정치 등의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독일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에너지독립 마을 이른바 ‘바이오매스타운’ 산실이 바로 IZNE이다.

그저 평범했던 농촌마을인 독일 괴팅겐 윤데마을에 2001년 바이오에너지 개념을 접목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을로 이끈 곳이 바로 IZNE이다. 윤데마을은 독일의 제1호 바이오에너지마을이다. 

가축분뇨와 냄새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보려는 이번 특별기획의 첫 취재처로 IZNE를 찾아간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사우어 괴팅겐대학 IZNE 박사는 독일에는 재생에너지법이 있어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어 박사는 윤데마을을 바이오에너지마을로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괴팅겐대학의 여러 학과가 협력해 지속가능성을 취지로 외부의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 화력과 원자력 에너지 없이 자연의 에너지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농가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면 해외로부터 에너지원을 수입하지 않아도 돼 농촌이 발전소가 되기도 한다”며 “특히 에너지 생산을 통한 농촌지역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바이오에너지 마을은 주민이 동등한 위치에서 참여하는 협동조합 체계로 가자는 것이 우리의 기본 방향”이라며 “에너지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01년 윤데마을을 선정했고, 에너지마을을 조성해 2005년부터 가축분뇨와 유기성자원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발전하고 폐열을 이용해 마을주택에 난방열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독일에는 200여개이 바이오에너지마을이 조성돼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독일 농촌마을이 성공적으로 바이오에너지마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오는 2050년 전체 전력생산 중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 80%를 목표로 세웠다. 또한 최종 에너지 소비 중 비율도 60%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실현 가능성도 높다. 독일의 전체 전력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2011년 20.3%에서 2016년 31.7%로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2016년 기준 7%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독일에서 이처럼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확산하는 것은 재생에너지법(EEG)에 의한 지원과 함께 재생에너지난방법 등을 통해 사용을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축분뇨와 농산부산물 등을 이용해 혐기소화 방식으로 발전하면 추가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어 박사는 “독일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기본기준을 적용했을 때 1㎾/h 당 30센트(유로화 기준)이기 때문에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1㎾/h 당 20센트 정도의 비용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따라서 재생에너지법을 근거로 발전 차액을 보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축분뇨와 곡물 등 농산물부산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발전하면 태양광과 풍력보다 비용이 다소 더 높다”며 “하지만 바이오가스 발전은 시간과 날씨에 관계없이 전기가 필요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축분뇨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이 떨어지고 혐오시설이라는 민원이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우리나라 다수의 지역 축협에서 가축분뇨를 기반으로 한 가축분뇨자원화센터 바이오가스 발전 사업을 시도해왔지만 주변 민원에 표류하고 있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사우어 박사는 “에너지의 경제성을 따지기 전에 어느 관점에서 접근해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며 “기존의 발전방식은 환경오염 유발에 따른 정화와 특히 사고 위험부담 등을 비용으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농촌마을의 바이오가스 발전을 할 때 장점을 특히 강조했다. 농축산 농가는 물론 비농업인 모두 공동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을주민 모두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사우어 박사는 “독일에서도 축산관련 악취 민원과 동물보호주의 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윤데마을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처음 시도할 당시 공모를 통해 윤데마을을 선정했고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지역 내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가축분뇨는 미래의 자원이다
"양질의 퇴비 만들어 수출…바이오가스 생산 확대"

인 함량 기준 가축분뇨의 20%
퇴비로 프랑스·독일 등 수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발맞춰
가축분뇨 ‘바이오가스화’ 힘써

▲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 데뷔센제 박사는 가축분뇨가 지속가능한 우수한 자원이라고 강조한다.

네덜란드에서는 토양과 지표수의 인과 질산염을 관리하고 악취 발생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축분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가축분뇨를 통한 바이오가스화 시도가 적극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3년까지 국가 전체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16%로 늘리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바이오가스의 확대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바이오가스는 가축분뇨를 비롯해 각종 유기성폐자원을 활용해 생산하는 방안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에 농축산분야 대학에서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의 축산·환경연구소를 찾아 가축분뇨 처리에 대해 취재했다. 네덜란드 또한 가축분뇨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연구가 비중 높게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국토면적과 지형적 한계로 인해 축산 농장별로 가축사육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와게닝겐대학교 축산·환경연구소의 프리드조프 데뷔센제 박사는 “네덜란드에서는 가축사육 권리를 확보하는 규모만큼 농장경영이 가능하다”며 “따라서 축산농가의 감소추세가 나타나면서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분뇨와 악취문제에 대해 일반인들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2007년부터 축산농장의 공기정화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고 한다. 

따라서 데뷔센제 박사는 축산농장 특히 양돈장의 악취 저감 연구와 함께 가축분뇨 자원화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데뷔센제 박사는 “우리 연구소에서는 축산관련 환경, 가축건강,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특히 축산환경 분야에서는 정부, 축산농가와 함께 공동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네덜란드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는 국내에서 모두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축분뇨 고액을 분리하고 양질의 퇴비로 만들어 프랑스와 독일 등으로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 물량 중에서 인 함량을 기준으로 20% 가량이 수출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축분뇨의 바이오가스화에 대해서 공감하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사실 가축분뇨보다 옥수수 등 곡물을 통한 바이오가스 생산이 많은 실정”이라며 “그러나 가스 에너지 등의 국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바이오가스에 대해 정부와 국가 차원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가축분뇨 자체의 가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가축분뇨는 퇴비와 바이오매스는 물론 유용 미생물과 각종 효소 분리에도 매우 우수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데뷔센제 박사는 “가축사육은 우선적으로 분뇨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네달란드는 가축사료 원료를 수입하고 축산물은 수출하지만 가축분뇨는 남게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축산에 대한 연구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사진=김흥진 기자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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