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농정철학이다. 농민이 농업과 농촌을 지탱해 나가고 있고, 또 농업·농촌이 대도시를 뒷받침하고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행복농정’을 주창하고 있는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농업농촌이 대도시 안전판, 대통령 철학이 중요
국민 행복하려면 농업·농촌 다원적가치 극대화
성장주의 정책패러다임 속에서는 ‘백약이 무효’


박 이사장은 ‘농업·농촌·농민만을 위한 농정’이 아닌 ‘국민이 행복한 농정’에 대해 말한다. 그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 국민은 행복한가?”라고 반문하면서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모두가 행복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거리가 멀어졌다”고 한국의 국민행복도를 진단했다.

이유에 대해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이 지속되면서 경쟁위주의 사회로 전환되고, 이것이 다시 인간을 파편화 시키면서 공동체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그는 “공동체란 내가 어려울 때 도와줄 친구가, 가족이, 이웃이, 그리고 국가가 있다는 것인데,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더 좋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가 10점 만점에 0.2점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하는 등 공동체 붕괴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진도 이사장은 국민이 행복하기 위해 갖춰져야 할 요소를 농업·농촌에서 찾는다. 그는 “국민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먹거리와 안식처가 제공돼야 하며, 여기에 덧붙여 자연과 함께 하는 인성교육과 공동체의 유지·발전이 필요한데, 이는 곧 농업·농촌이 가지는 다원적·공익적 가치”라면서 “국민행복에 기여하는 농정이란 결국은 국민 행복을 위해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가 최대한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장주의 정책패러다임으로는 국민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를 견인해 내기 어렵다는 것. 그는 “현재의 농업·농촌도 소위 성장주의 정책에 희생된 산물”이라면서 “이러한 성장주의가 지속되는 한 농정은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뒤치다꺼리 하는 데서 끝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장주의 기조가 지속되는 한은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그는 또 성장주의 정책 패러다임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여전히 정치권과 정부 구성원들이 성장주의에 젖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이 행복하기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하는 그는 이를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기능의 극대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고, 범 정부차원의 국민행복농정위원회의 설치를 주창하고 있다.

박진도 이사장은 “국민이 행복한 농정으로의 전환은 농업, 환경, 문화, 복지, 지역개발 등을 아울러야 하며, 정부의 한 부처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범정부가 참여하는 가칭 국민행복농정위원회를 설치해서 정책을 기획하고, 조율하고, 실행하고,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국민행복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치는 시장에서 가격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식량안보가 시장에서 가격으로 반영되지 않고, 농촌전통문화를 잘 보전하는 것이 농산물 가격으로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이를 시장실패라고 하는데, 여기에 국가가 개입해서 가치를 보전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행복농정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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