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판매비에서 생산비를 제외한 것을 농업소득이라고 한다. 20년 가까이 명목농업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높이기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는 건 산지교섭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김병률 한국식품유통학회장의 말이다.

품목간 연합으로 농자재 공동구매…생산비용 절감 가능
품목 전문화 생산유통지원·연합판매사업 활성화 등 필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으로 식품유통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산지와 학계 모두가 공인하는 산지조직화와 생산·소비지유통 관련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이런 그가 농업소득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품목 간 연합을 통한 산지교섭력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수취가격 제고다.

그는 “큰 틀에서 볼 때 개별농가나 개별 조합단위의 생산·유통·판매는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파편화된 가운데 이 같은 일을 추진하게 되면 결국 제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밖에 남는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례로 “대표적인 특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한 지역의 경우 대형유통업체가 품목농협 한 곳과 나머지 단위농협들에 각각 납품코드를 하나씩, 그리고 영농법인들에게 두 개의 납품코드를 부여해 주고 생산자들 간의 납품경쟁을 시키고 있다”면서 “결국 코드를 부여받은 주체들끼리 납품을 위해 가격경쟁을 하게 되고, 이는 농가 수취가격 제고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북부 토렌토 지역의 유명한 사과협동조합·판매연합인 멜린다(Melinda)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작규모인 평균 1.5ha정도의 사과농가 4000여호와 16개 농협이 연합을 통해 판매연합조직을 만들었고, 생산한 사과를 전량 이를 통해 판매함으로써 품목연합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면서 품목연합을 통한 교섭력 제고를 강조했다.

그는 또 “품목이 연합하면 자연스럽게 생산에 투입되는 농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고, 농자재 연합구매의 장점은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인하효과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농산물 생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함으로써 농업소득을 높일 수 있게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하고도 명료한 얘기다. 그런데 왜 국내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그는 문제의 해답을 농민 간, 농민과 협동조합 간 신뢰에서 찾는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산지조직화와 관련해 연합판매사업, 공동마케팅조직 육성 등 여러 가지 정책이 추진됐지만 여전히 현장적용 측면에서는 아직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농민에게서 괴리되어왔던 협동조합의 신용사업 중심 운영과 농민의 농산물판매에 대한 무관심과 신뢰 결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품목단위의 연합조직의 육성을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품목전문화 생산유통지원정책, 연합판매사업, 의무자조금사업 활성화와 함께 협동조합 중심의 공동판매, 공동구매사업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이 가격지지보다 생산자조직 육성을 통한 농가자생력 강화에 경쟁력의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김병률 회장은 “농가수취가격을 무한정 높일 수는 없지만, 농가소득의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인 농업소득의 증대를 버릴 수도 없는 것”이라면서 “농업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생산비를 절감하거나 수취가격을 높이는 것인데, 품목 중심의 연합판매, 공동구매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해법 중 하나”라고 다시 한번 더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