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의 목적이 농민이 아닌 현실과 농업인 소득 문제가 어디에서 발생하는 지를 점검해 개혁하지 않고서 공약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김영삼 정부에서 1993년 12월부터 1998년 2월까지 신농정 정책 수립을 맡아 청와대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을 지낸 최양부 전 수석의 말이다. 

농민이 증산의 수단으로 몰리면서 ‘주객전도 현실’ 지속  
농업소득 20년째 제자리…이것부터 해결해야 논의 가능
근본적 문제 파악, 농업계 합심해 ‘개혁 아젠다’ 추진을 


최 전 수석은 그간의 농정과 대선 공약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는 말에 “농민이 정책의 목표가 아닌 그간의 농정은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고, 대선공약도 매 5년마다 되풀이 되는 연례행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 ‘농정의 정책 목표가 농민이 아니다’라는 이유는 이랬다.

이야기는 박정희 정부로 옮아간다. 땅이 좁은 국내 여건 상 대다수 국민을 차지하고 있는 농민의 소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중요했다. 면적당 단수를 높여야 소득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기술개발. 여기에 덧붙여 간척사업 등을 통한 농지의 추가확보도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농정의 목표이던 ‘농민, 그리고 농민의 소득향상’의 자리를 ‘증산’이 차지하면서 농민들은 이 증산의 수단으로 내몰리게 됐다는 것. 주객이 전도되는 왜곡이 일어났는데, 이 문제가 현재까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게 최 전 수석의 판단이다.

또 공산품 수출중심의 개방농정이 정부 정책기조로 자리 잡으면서 공산품의 수출경쟁력 제고라는 미명 아래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막기 위한 저가 농산물 가격 정책인 농산물을 통한 물가안정정책이 추진됐고, 이는 현재도 물가당국의 중요 업무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도시일반 근로자 가구가 한 달에 3300원정도 밖에 돈을 쓰지 않는 배추가, 값이 조금만 오르면 ‘금추’가 돼 ‘가계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호들갑을 떨게 한 이유다. 

“정책이란 한 사회나 국가의 국민들이 시대적으로 당면한 절박한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천과제를 설정하는 것”이라는 최 전 수석은 “그럼 2017년이라는 시점에서 농정의 목적이 되어야 할 농민들이 어떤 절박함에 처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정의 목표가 농민이 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최 전 수석은 “또 중요한 것이 농민의 삶의 질과 관련해서 불안정한 소득, 불평등한 소득, 소득격차 등과 같은 요소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농가소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농업소득이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이것을 이대로 두고 어떻게 농정을 논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농업소득의 문제에 대해 “소비자가격은 높아지고 농가수취가격은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고착화 되고 있는데, 이는 유통마진의 문제”라면서 “이 근본적인 문제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농가소득을 높일 수 없다고 보며, 이는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정책자금 이자율 낮추기, 예산 추가 확보도 정책적으로 중요하지만 이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 문제를 농정 아젠다로 선정해야 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최 전 수석은 또 “과거와 달리 가중되는 개방화와 4차혁명까지 거론되면서 미래가 더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포퓰리스트적으로 표 따기 좋은 공약이 나온다면 이전의 상황을 다시 반복하면서 농업은 미래가 없고, 절망이고, 그만둬야 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개혁 아젠다로 삼는 공약이 만들어지고, 이것을 전 농업계가 합심해서 실제 추진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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