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로컬푸드와 함께하는 세상 <8> 협동조합 농부장터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쓰레기 없이 담아가는 시장, 담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바구니에 담긴 무화과를 골라 담고 있다. 대형마트나 일반마트에선 대부분 박스포장이 된 무화과가 판매 되는데, 포장 없이 바구니에 담겨 있는 농산물이 마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한다. 
 ‘쓰레기 없이 담아가는 시장, 담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바구니에 담긴 무화과를 골라 담고 있다. 대형마트나 일반마트에선 대부분 박스포장이 된 무화과가 판매 되는데, 포장 없이 바구니에 담겨 있는 농산물이 마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한다. 

쓰레기 없이 담아가는 시장
농산물 비닐포장 없이 
장바구니·재활용 봉투 활용

지난해부터 사업 시작
소비자 관심 꾸준히 늘면서
소비자 조합원 모임도 생겨

가을 날씨가 완연했던 지난 9일, 협동조합 농부장터 로컬푸드직매장(대구 북구 태전동 소재) 마당에선 마치 시골 5일장이 열린 것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농부장터가 지역 환경단체와 함께 준비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캠페인) 로컬푸드 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쓰레기 없이 담아가는 시장, 담장’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선 북적이는 사람만큼이나 갖가지 농산물을 장바구니나 재활용 봉투에 담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히 움직였다. 

“대형마트는 제로웨이스트를 마케팅 수단으로 쓰겠지만, 농부장터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목적을 두는 만큼 제로웨이스트와 로컬푸드를 실천하며 멋진 방법으로 농산물을 팔고, 그것이 농가 수익으로 이어지도록 만들고 싶어요.” 

제로웨이스트 로컬푸드 시장을 기획한 농부장터 박지연 기획팀장의 말이다. 그는 아일랜드 유학 시절 지속가능한 농업을 배우며 제로웨이스트와 같은 환경 문제에 대해 유럽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것을 느꼈고, 농부장터에서 일하면서부터 로컬푸드와 제로웨이스트를 접목한 사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농부장터의 제로웨이스트 사업은 지난해 첫 발을 뗐다. 대구환경교육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농부장터 로컬푸드직매장에 있는 농산물을 포장 없이 팔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재고관리가 편한 곡물을 시작으로, 단호박 등 비닐포장이 굳이 필요 없는 품목으로 사업의 폭을 넓혀갔다.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는 곡물디스펜서.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는 곡물디스펜서.

폭발적인 관심은 아니더라도 매장 내 쌀과 같은 곡물을 필요한 만큼 담아갈 수 있는 곡물디스펜서가 설치되니, 로컬푸드직매장을 찾는 소비자들도 하나 둘 관심을 보였고, ‘이거 어때요’라는 소비자 조합원 모임까지 생겼다고 한다. 

박지연 기획팀장은 “적극적인 소비자들은 무조건 천주머니를 가져와 곡물을 담아가시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곡물디스펜서를 써 물건을 사가는 걸 낯설어 하는 소비자가 많고, 또 동참하는 소비자들이 확 늘어나는 느낌은 없다”며 “하지만 로컬푸드와 제로웨이스트를 연결한다는 것. 더디더라도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업에 참여한 생산자들의 반응도 좋다. 농부장터 로컬푸드직매장에 곡물디스펜서를 설치해 쌀과 잡곡 등을 판매하는 영리영농합자회사 관계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처음에는 생소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괜찮고, 포장 값이 들지 않아 판매단가도 내려간다”라며 “무엇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한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리며 홍보 활동이 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 같은 활동을 더 많이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지연 기획팀장은 “설문조사를 해보니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안다는 사람은 있지만 농부장터에서 제로웨이스트 사업을 한다고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코로나19로 정기 생산자 교육이 못 열리고 있는 게 아쉽지만, 올해 주요 농가들을 돌며 제로웨이스트 사업을 설명하고, 사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장재 없이 바구니에 담긴 무화과.
포장재 없이 바구니에 담긴 무화과.

지난 9일 열린 ‘담장’ 행사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사업에 공감하는 농부장터 생산자들은 물론 대구에서 제로웨이스트 관련 일을 하는 상인 등이 참여해 20여개 판매대를 차려 놓고 소비자 발길을 사로잡았다. 유기농 배추부터 무화과까지 새벽부터 수확한 농산물을 들고 나와 로컬푸드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했다. 

여기에 로컬푸드직매장 2층 그린테라스에서는 소비자들이 참여해 샴푸바와 업사이클링 러그 ·밀랍초 등 제로웨이스트 물품 만들기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서 온 전정자 농민은 “원래는 플라스틱 통에 무화과를 나눠 담는데, 오늘은 바구니에 한꺼번에 싣고 와 재활용 포장지에 싸드리고 있다”라며 “무화과를 담아가는 소비자들 반응도 좋고, 작은 힘이지만 이렇게 하면 지구 온도를 0.1도라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기수 농부장터 대표는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은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고, 로컬푸드라는 영역 안에서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산자는 농사를 지을 때부터 비닐 등이 나오지 않게 하고, 유통 과정에선 포장 문제, 소비 단계에선 최종 폐기물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며 로컬푸드 전 과정에 환경문제를 끌어들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대기업에선 라벨 없는 생수를 유통하고 있다. 단순히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게 더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질적으로 로컬푸드직매장과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제로웨이스트 사업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공동기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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