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로컬푸드와 함께하는 세상 <2> 농업회사법인 ㈜덕풍골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덕풍골 장용택 대표(사진 왼쪽)와 신지윤 팀장이 로컬푸드로 만든 캠핑꾸러미를 들고 선보이고 있다. 캠핑용 밀키트로, 피서객이 들고 오는 냉매제와 스티로폼 포장을 줄이기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다.
㈜덕풍골 장용택 대표(사진 왼쪽)와 신지윤 팀장이 로컬푸드로 만든 캠핑꾸러미를 들고 선보이고 있다. 캠핑용 밀키트로, 피서객이 들고 오는 냉매제와 스티로폼 포장을 줄이기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다.

삼척 덕풍계곡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간직한 곳으로,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기암괴석과 용소가 절경을 이룬다. 특히 트레킹 마니아들에겐 꼭 가봐야 할 계곡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덕풍계곡은 여름 피서객들이 몰려오면서 해마다 쓰레기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엔 캠핑 문화가 확산하면서 쓰레기 발생은 더 늘어나는 추세. 농업회사법인 ㈜덕풍골은 이러한 덕풍계곡을 지키기 위해 ‘로컬푸드’를 떠올렸다. 

트레킹 마니아들에 입소문
덕풍계곡 쓰레기로 몸살

삼겹살·농산물·밑반찬 등
다회용 용기 담아 판매

제철 농산물 맛본 관광객 만족
지역 농민 소득에도 도움


㈜덕풍골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지역 공동체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해 로컬푸드로 꾸러미 상품을 만들어 여행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 이른바 ‘캠핑꾸러미’ 사업이다. 캠핑꾸러미엔 삼겹살과 함께 주변 농가들이 재배한 농산물, 또 그것으로 만든 밑반찬이 들어있으며, 포장재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찬 등은 다회용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캠핑을 마치고난 후엔 용기 등을 캠핑꾸러미 박스에 담아 다시 반납하면 된다. 

“마을야영장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에 제일 많이 나오는 게 스티로폼 박스하고 냉매제더라고요. 신선도 문제 때문에 다 가지고는 오시는데 이걸 다 버리고 가니. 쓰레기가 가만히나 있나요? 바람에 날리고, 새들이 헤집어 놓고. 그런데 요새는 차박이나 캠핑 인구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잖아요.” 덕풍마을 사무장으로도 일했던 신지윤 덕풍골 팀장의 말이다. 

덕풍골 캠핑꾸러미는 이런 고민에서 탄생했다. 캠핑을 올 때 음식 재료를 안가지고 와도 되니 냉매제나 스티로폼 박스가 발생하지 않을 테고, 다회용 용기에 반찬 등을 담으니 일회용품 사용도 줄일 수 있다.

더욱이 캠핑꾸러미에 쓰이는 재료는 돼지고기를 제외하고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쓰기 때문에 지역 주민 소득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관광객들은 제철 농산물을 맛볼 수 있어 좋다. 덕풍계곡 주변 팬션으로도 배달을 하는데 쓰레기 발생이 적어져 펜션 주인들의 호응도 높다. 

㈜덕풍골 장용택 대표는 30여 년 간 도시에서 생활하다 10여 년 전 귀향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고향은 예전의 산골 깊숙이 숨겨진 청정 계속이 아니었다. “부모님 연세가 많아 고향으로 다시 들어왔어요. 돌아 와보니 정말 무법천지가 돼 있더라고요. 계곡에서 고기 구워먹고, 행락객들이 무질서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며. 아, 이대로 둬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덕풍골은 캠핑꾸러미 판매 외에도 계곡 트레킹을 떠나는 여행객들에게 쓰레기봉투를 나눠주는 에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트레킹 중 발견한 쓰레기를 담아오면 지역 농산물과 바꿔주는 데 반응이 좋다. 

덕풍골의 1차 목표는 덕풍계곡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이지만, 고령화 돼 가는 마을주민들에게 소득원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한 사업 목표 중 하나다. 

“이곳 풍곡리에 130가구 정도가 있는데 어르신들이 많고 조금 조금씩 여러 작물을 재배합니다. 이분들이 집에 수확해 놓은 걸 보며 싹이 날까, 혹은 썩을 까 걱정하는 것 보다 적은 돈이라도 소득을 올리는 게 좋지요.”
 

덕풍골은 이 지역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수매해 가공을 하고, 그것을 여행객들에게 판매하는데, 올 여름 준비한 블루베리 스무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블루베리는 생물로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블루베리청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

또 봄·가을 나는 산나물이나 버섯을 말려 상품화하고 있다. 장용택 대표는 이러한 활동 모두가 덕풍계곡은 물론 지구 환경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생산한 농산물을 덕풍계곡에서 가공하고 소비까지 하니, 생산과 가공, 소비가 한 곳에서 이뤄지는 것이죠. 비록 규모는 작아도 대규모로 가공하기 위해 업체로 보냈다가, 또 소비하는 곳까지 보내면 그게 다 탄소를 배출하는 거잖아요. 또 꾸러미를 여기서 만드니 소비지에서의 포장재 사용도 줄겠죠? 대량화해서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런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숨어 있습니다.”

㈜덕풍골은 2019년 12월 시작해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은 법인이다. 더욱이 사업을 시작하고는 코로나19가 발생해 여행객 수가 큰 폭으로 줄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엔 큰 수해까지 입어, 아직까지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평소 행락객을 생각하면 한 80% 줄었다고 봐야 합니다. 아직 수해 복구도 안 끝났고요. 하지만 캠핑꾸러미에 대한 반응이 좋아 여행객이 다시 찾아오면 판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가을에는 능이버섯을 이용한 제품과 옥수수, 감자를 이용한 막걸리도 만들어 팔아볼 생각입니다.”

장용택 대표는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사업을 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지내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다. 

“여기 덕풍계곡에만 여름 한철 쓰레기를 치우는데 1500만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그 비용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또 어느 마을이나 저희 같은 고민거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요. 비록 작은 산골마을 계곡이지만 이러한 로컬푸드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반드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삼척=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공동기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