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로컬푸드와 함께하는 세상 <4> (사)농부시장 마르쉐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매년 7월 열렸던 ‘햇밀장’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햇밀 전시’ 컨셉으로 진행됐다. 8월 28일 서울 종로 인사동길 전시장.
코로나19 영향으로 매년 7월 열렸던 ‘햇밀장’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햇밀 전시’ 컨셉으로 진행됐다. 8월 28일 서울 종로 인사동길 전시장.

‘(사)농부시장 마르쉐@’(마르쉐)는 매년 햇밀이 수확되는 여름을 기다리며 ‘작은 축제’를 열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해 매년 7월마다 밀 생산 농가와 베이커, 요리사, 소비자들이 함께 모여 갓 수확한 햇밀을 맛보는 ‘햇밀장’을 말하는 것인데,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전과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행사 규모를 줄이는 대신 온라인플랫폼을 제작해 햇밀 관계자들의 소통과 교류 공간으로 만드는 동시에 국산 밀 소비 촉진 활동 무대로 삼아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고 있다.
 

혜화·성수·합정 등 ‘도시형 장터’ 토종·로컬 농산물 눈길

‘마르쉐@’는 프랑스어로 ‘시장, 장터’를 일컫는 ‘마르쉐(marche)’에 장소를 의미하는 ‘@(at)’을 붙인 것으로, 서울 혜화·성수·합정 등지에서 열리는 도시형 장터로 널리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심 번화가에서 열리는 농산물 시장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마르쉐에서는 소농들이 생산한 ‘소량 다품종 농산물’, ‘토종 농산물’ 등 '얼굴'이 있는 로컬 농산물을 만날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만나 ‘대화’(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공간으로 기획되면서 단순한 장터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마르쉐가 추구하는 지향점 역시 분명하다. “먹거리를 통해 삶을 연결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생산자를 생각하는 소비, 소비자를 생각하는 생산이 만나는 장을 펼쳐가겠다”는 것.
 

매년 7월 열리는 ‘햇밀장’, 코로나로 올핸 온라인·전시만

마르쉐는 올해 온라인플랫폼을 구축해 ‘온라인햇밀장’을 처음 선보였다. 홈페이지 캡쳐.
마르쉐는 올해 온라인플랫폼을 구축해 ‘온라인햇밀장’을 처음 선보였다.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국면에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 매년 7월마다 준비해 온 ‘햇밀장’도 마찬가지다. ‘햇밀장’은 전국의 소규모 밀 농가와 소규모 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밀을 가공하는 사람들이 모여 햇밀 음식을 맛보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시장으로 2015년 처음 시작됐는데, 전국 각지의 ‘우리밀’은 물론 생산자와 베이커, 요리사, 소비자들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올해는 오프라인 행사 규모를 축소해 8월 24일부터 8월 3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서 ‘햇밀 전시’ 행사로 대체하는 한편 ‘온라인 햇밀장’(www.haetmeel.net)을 7월 30일부터 9월 12일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햇밀 기획의 테마는 ‘마을의 밀’이다.

이보은 마르쉐 상임이사는 “마을에서 자라는 밀을 지켜가는 농부의 이야기와 마을의 밀로 작업하며 작은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얘기를 담고자 했다”며 “불가피하게 ‘온라인 햇밀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햇밀’ 생산자와 밀 작업자 등의 생생한 얘기들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흥 농부의 빵집 ‘그랑께롱’이 쓰는 우리밀 품종들이 전시돼 있다. 

“옛날에 우리가 밀을 했을 때는 우리가 생각도 못했던 밀들이 많았어요. 내가 길렀어도 품위도 품종도 모르고. (중략) 카톨릭농민회 최성호 대표가 지역에서 함께 농사를 지어보자고 했어요. 솔선수범할 사람들이 느그들 아니냐 해서 다시 밀 농사를 시작했어요.” (30년째 밀을 길러가는 홍순영 농부, 전남 구례군 광의면)

“밀을 거둬도 제분소가 이미 사라진 뒤라 제분을 못하는 거야. 1993년 나라에서 1지역 1특품사업을 지원한다네. 마을 사람들 42명이 같이 영농법인을 만들고 백방으로 뛰어다녀서 (중략) 온 마을 사람들이 지고 나르면서 그렇게 만든 제분공장을 세웠어.” (광의면에 제분공장을 세운 최성호 구례우리밀가공영농법인 대표)

“목월빵집의 요즘 고민은 일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까입니다. (중략) 단팥빵 같은 빵을 만드는 일은 동네 어머니들의 손을 빌리고 있는데 어머니들이 정말 즐겁게 일하시니 뿌듯합니다. 지역 어른들과 함께 빵을 만드는 목월의 작업을 순천에서도 시작해요.” (마을이 만든 빵, 마을을 만드는 빵, 장종근 목월빵집 대표)

순창으로 귀촌한 이들이 기르며 지키고 있는 우리밀.
순창으로 귀촌한 이들이 기르며 지키고 있는 우리밀.

이처럼 ‘온라인 햇밀장’에는 구례, 순창, 옥천, 예천, 제주의 밀 얘기가 생생하게 어우러져있다. 앉은키밀, 아리흑밀, 조경밀, 경기참밀, 조경밀, 금강밀, 우주밀 등 이름도, 모양도 다양한 우리밀 품종들도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국산 밀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햇밀상점’도 ‘입점’해 있다.

이보은 상임이사는 “우리밀의 자급률이 1%대에 그칠 정도로 어려운 여건에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밀을 지키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고, 우리밀의 다양성을 흥미로워하고 우리밀의 식감을 경험해본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먹거리를 통해 생산자와 작업자, 소비자의 삶을 연결한다는 마르쉐의 지향점이 온라인에서도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공동기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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