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로컬푸드와 함께하는 세상 <3> 두꺼비학교협동조합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두꺼비학교협동조합은 로컬푸드를 활용해 독거노인의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들이 도시락을 만든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꺼비학교협동조합은 로컬푸드를 활용해 독거노인의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들이 도시락을 만든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흑미·귀리 넣은 잡곡밥에
로컬푸드로 만든 반찬 담아
당뇨·고혈압 등 관리


8월 25일 경북 경산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두꺼비학교협동조합. 아침부터 지역 독거노인 어르신들에게 점심 식사로 배달하는 ‘건강도시락’을 만드는 손길이 분주했다.

“오늘 건강식단은 당뇨와 고혈압 예방에 좋은 저염식단입니다.” 이날 도시락 메뉴는 잡곡밥, 들깨버섯탕, 가지쇠고기채볶음, 도라지오이무침, 건파래무침, 방울토마토. 잡곡밥에 뭐가 들어가는지를 묻자, “흑미와 귀리가 들어갔고요, 가장 중요한 ‘정성’도 듬뿍 넣었습니다”라며, 미소를 띤 대답이 돌아왔다.

도시락에 음식을 담는 과정도 꼼꼼했다. 밥과 반찬, 국물 모두 적정량 배식에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렇게 1시간여 동안 준비한 도시락은 ‘노인돌봄생활지원사’들의 손에 들려 지역 독거노인 10여명에게 전달됐다.

두꺼비학교협동조합은 올해 지역 독거노인의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로컬푸드를 활용한 건강식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만성질환은 오랫동안 지속해 재발하는 질환을 말한다. 고혈압, 관절염, 당뇨병 등이 대표적이다.

애초 독거노인과 함께 하는 요리교실을 구상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건강도시락’을 만든 후 각 가정에 배달하면서 식단관리 교육을 병행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임산부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는 ‘영양플러스’ 사업 취지와 다르지 않다. 

김은영 두꺼비학교협동조합 대표는 “독거노인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영양소를 균형적으로 섭취하기가 힘들어 만성질환에 노출되는 경우들이 많다”며 “로컬푸드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식단 요리교실을 계획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져 ‘건강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고,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식단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영 대표는 “독거노인 어르신들이 지역에 700여분 계시는데, 이중 10% 정도가 고혈압과 당뇨를 중복적으로 앓고 있다. 이 분들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삼아 특별 관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식단 구성은 대구한의대 이난희 교수의 자문을 받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선한 로컬푸드 재료를 바탕으로 한 저염식 위주의 식단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락을 받아 본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떨까. 김은영 대표는 “지역 정서상 음식 간을 세게 해 드시는 경향이 많다보니 도시락을 받아온 어르신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싱겁다는 얘기들이 많았고, 식단 관리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하지만 노인돌봄생활지원사들이 찾아가 어르신들의 입맛을 살피고, 식단교육을 꾸준히 병행하면서 어르신들의 이해와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컬푸드를 활용해 만든 ‘건강도시락’.
로컬푸드를 활용해 만든 ‘건강도시락’.

‘로컬푸드=건강식’ 인식 확산
식단교육 꾸준히 병행하며
어르신 이해·만족도 쑥쑥

통합돌봄 프로그램과 연계
사회적 경제모델 구축 숙제


주목할 부분은 65세 이상 노령인구 중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로컬푸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컬푸드=건강식’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로컬푸드 식재료는 지역의 또다른 사회적기업인 두레장터협동조합에서 구매해 지역 농업인들과 지역 주민의 상생 취지를 한층 더하고 있다.

김은영 대표는 “로컬푸드는 얼굴 있는 안전한 먹거리인 동시에 지역 농업인들이 정직하게 생산한 농산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건강식단 교육뿐만 아니라 김장철에는 로컬푸드를 활용해 절임배추에 김장양념을 쉽게 버무려 담글 수 있도록 밀키트로 만든 김장담그기 행사도 진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로컬푸드를 매개로 한 사회적경제 모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 과제다. 이 과정에서 두꺼비학교협동조합이 추진해 왔던 ‘통합돌봄’ 프로그램과 연계·확장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요리교실에 참여해 왔던 자원봉사자들의 일부를 노인일자리, 사회공헌일자리 등 일자리 사업과 연계했고, 인접 대도시인 대구의 농부장터협동조합과 로컬푸드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구상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김 대표는 “독거노인 맞춤돌봄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 경제 모델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지 고민이 많다. 건강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한 건강 및 영양 관리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가고, 이런 부분을 공공복지서비스 차원에서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공동기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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