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충주 신니면 내포긴들마을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귀농청년 #마을기업 #노인돌봄 #사회적농업 #이주여성 #순환농업

 

▲ 평범한 농촌마을인 충주 신니면 내포긴들마을은 마을기업 지정 이후 매년 8000명이 찾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평범하지 않은 마을’로 변모했다. 12월 10일 내포마을을 찾은 인근 마을주민들이 내포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농촌 마을이 있다는 ‘제보’ 아닌 제보를 받았다. 그 곳은 바로 충북 충주 신니면 내포긴들마을. 2014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마을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 것. 매년 8000명이 이 곳을 찾는 데다 심지어 ‘사과팝콘’을 만들어 농가 소득도 올리고, 주민들의 행복도 함께 튀기고 있다는 믿기 힘든 얘기. ‘마을기업을 만들어 마을이 행복해진 걸까, 아님 마을이 행복해 마을기업을 만든 걸까’. 비결이 궁금했다. 12월 어느 날, ‘사과팝콘’이 튀겨지는 달달한 내음을 ‘사정없이’ 퍼트리고 있는 현장인 내포긴들체험마을 농산물판매장을 ‘급습’했다.


산도 하우스도 없는
평범한 농촌 마을
마을기업 지정 후
곳곳에 활기 돌아
정부 사업들도 진행

손병용 이장이 앞장
팜스테이·직거래 등
20여개 체험 마련 
매년 8000명 찾아

작은 사과 등 활용
특색 있는 ‘사과팝콘’
농식품아이디어대회
대상 차지 큰 관심
2019년부터 본격 생산
농가소득 쑥쑥 올라

옥수수·미니 단호박
2014년부터 공동작업
“주민 의지가 원동력”


◆마을이 갖고 있는 게 원래 많았죠?=내포긴들마을은 ‘긴들’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너른 들판’이 있는 곳이다. 73가구 150명의 주민이 터를 잡고 있다. 신니면에서는 중간 정도 되는 마을이다. 주민의 90% 이상이 벼농사를 짓고 있으며, 60~70대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딱히 특별하게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게 손병용 내포마을 이장의 얘기다.

“제가 어릴 때인 1970년대만 해도 부자마을이었고, 활기찬 마을이었어요. 지금은 그저 그런 농촌 마을이에요. 산도 없고 비닐하우스도 한 동 없는, 별로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곳이죠.”

손병용(49) 이장은 내포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인생의 많은 부분인 30여년을 서울에서 살다가 2008년 귀향했다. 30년 만에 돌아온 마을은 방치돼 있었다. 마을회관도 창고로 쓰여 발길이 뜸해진지 오래였다. 마을 유산 중에서 굳이 장점을 꼽으라면 지리적인 여건 정도다. 신니면은 행정구역상 충주 소재지만, 충주 서쪽에 자리해 있어 음성군과도 가깝다. 서충주IC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빼고는 한적하고 소박한 우리 농촌의 마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뭐지?’ 다시 ‘미궁’에 빠졌다. 
 

▲ 마을기업을 이끌고 있는 손병용 내포마을 이장(오른쪽)과 윤용철 내포긴들영농조합 사무국장.


◆에이 설마, 이장님이 출중해서?=내포긴들마을은 2014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됐다. 앞서 2013~2015년 농촌건강장수마을사업, 2013~2014년 마을가꾸기 사업, 2014년 마을기업에 선정되는 등 여러 정부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불과 5~6년 전의 일이다. 손병용 이장이 2013년부터 마을이장을 맡으면서 일어난 변화다.

“2008년 마을에 내려와 농사지으며 3~4년을 지냈어요. 2010년부터는 사과 농사를 시작했고요. 2013년쯤 동네 어르신들이 이장을 맡기시더라고요. 젊은 사람이 마을을 좀 살려보라고 임무를 주신 셈이죠. 신니면이 26개 마을인데, 7년째 이장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막내에요.”

신니면을 통틀어 ‘막내이장’인 손 이장과 마을주민들이 처음 시작한 일이 마을 청소였다. 2014년부터 마을가꾸기에 나서 야생화단지 조성, 꽃길 조성, 소나무 가로수길 조성, 마을회관 재정비 등 아름다운 농촌마을 만들기 사업 등을 통해 마을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그렇게 손 이장과 마을주민들이 의기투합을 하면서 마을 환경 개선이라는 작은 변화를 만들었고, 또 다른 성과물들을 조금씩 내기 시작했다.

2013년 8월 설립한 내포긴들영농조합을 중심으로 마을기업에 선정되면서 농촌체험마을, 팜스테이 마을, 농산물 직거래, 로컬푸드 매장 운영 등 다양한 시도를 추진할 수 있었고, 이에 맞춰 마을 안에는 한옥고택, 카라반, 팜핑장 등 숙박 및 캠핑시설과 잔디광장, 계절별 농산물 체험과 공예 체험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다목적 체험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영농조합에는 73가구 중 56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농업 종사 가구의 90%가 참여해 농산물 판매나 체험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사과팝콘 만들기는 내포마을의 대표적인 인기 체험프로그램이다.


◆그러면 마을주민들이 잘해서 그런 거네요?=마을주민들의 노력은 내포마을을 외지의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싶은 마을로 탈바꿈하게 했다. 매년 8000명이 이 곳을 찾아 소박한 농촌 풍경을 즐기고,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주민들은 농촌체험 및 관광마을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 교육, 홍보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대며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었고, 서로 같은 곳을 볼 수 있었다.

마을에서 진행하는 체험프로그램만 20여개가 넘는다. 사과, 감자, 땅콩, 옥수수, 밤 등 제철 농산물 수확 체험을 비롯해 마을 내에서 직접 재배하는 새송이 버섯 농장을 탐방하고 수확하는 농장 체험도 마을주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 손 이장은 “주민들과 다양한 정부 사업에 참여하면서 공동체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니 가시적인 성과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고 했다.

▲ 충주의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해 만든 사과팝콘은 내포마을의 ‘대박상품’이다.

내포마을의 대표 히트작인 ‘사과팝콘’도 이런 노력 속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사과팝콘’은 체험활동으로 진행한 팝콘만들기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기존 팝콘에 충주의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해 보자는 것에서 출발했다. 작고 못생긴 사과를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사과 발효액을 만들고 이를 가미해 특색 있는 팝콘을 만들게 된 것.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가 주최한 2017년 ‘제2회 농식품아이디어경연대회’에서 사과팝콘이 대상을 수상했고, 농협 하나로마트의 제품 출시 제안이 들어오면서 가공공장을 설립, 2019년 초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사과팝콘은 팝콘의 고소함과 사과의 향긋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고추와 우유를 활용해 ‘고추팝콘’과 ‘우유팝콘’도 기획해 일찌감치 특허 출원을 마쳤다. 팝콘 만들기는 매년 이 곳을 찾는 8000명의 체험객들로부터 가장 인기가 많은 체험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사과팝콘은 지상파 방송을 타면서 주문량이 급증했다.
 

▲ 다양한 체험활동은 어린이들에게도 인기다.


◆“함께 하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마을 공동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도 주민들의 의지가 원동력이다. 2014년부터 옥수수 재배단지와 미니 단호박 공동작업을 통해 공동 소득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았다. 마을 내 옥수수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이를 영농조합이 전량 수매하니 국내산 품질로 차별화할 수 있었고, 고령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 마을 홍보 및 소득 증대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인근 마을까지 확대해 500~700평 정도의 옥수수 재배 작업을 하고 있다.

손 이장은 “팝콘도 중요한 아이디어지만, 마을 주민들이 같이 옥수수 농사를 지으면서 마을 공동체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 크다”고 말했다.

마을기업으로 유명세를 타다보니 농촌 마을의 방문도 꽤 된다. 내포마을을 소개하는 손 이장은 “아무 것도 없는 우리 마을도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작은 노력에서 시작해 조금씩 변화를 이뤄냈다”며 응원을 보낸다.

그는 “시행착오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하니 가능할 수 있었다”며 “2013년부터 50억원 정도의 정책자금이 마을로 들어왔는데, 민원이 한 건도 없었다. 서로에 대한 믿음도 컸고 6명의 회원 농가들이 늘 함께 고민하면서 결정해 왔던 것이 지금의 내포마을을 있게 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내포마을은 홍보자료에서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마을”이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손발이 오글거릴 수도 있다. 그들의 얘기를 몰랐을 때는 말이다. 하지만 내포마을은 마을주민들이 합심해 만든 마을기업을 통해 예전 1970년대처럼 활기를 찾아가고 있고, 주민들의 행복을 높이고 인근 마을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내일도 이 곳을 찾는 이들과 함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마을을 지키며 또 가꿀 것이다. 2020년 내포마을의 또 다른 변화가 기다려진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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