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경북 상주시 이안면 아천1리 마을 어르신들과 폐교로 들어와 ‘청년이그린협동조합’을 결성, 농사도 짓고 마을사업도 하면서 온 마을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청년들. 이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귀한 존재다. 1980년대로 마을의 생태환경을 복원해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꿈이 경자년 새해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라본다. 김흥진 기자

마을 주민간·세대간·계층간…
다양한 사람들 어울려 협동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곳
‘함께하는 가치’를 알아가며
절망 아닌 희망 더 가까이


“처음에는 농활 왔나 하다 그 다음엔 얼마나 갈까 했어. 그런데 주민등록도 이전하고, 농사도 짓는거야. 마을 청소도 앞장서서 하고 마을행사도 기획하고. 이제는 친손자나 다름없지.”

경북 상주 이안면 아천1리 마을 어르신들은 폐교로 들어와 ‘청년이그린협동조합’을 결성하고 갖가지 마을사업들을 추진하며 온 마을을 구석구석 헤집고 돌아다니는 청년들이 귀하고 귀하다. ‘도랑 치고 가재 잡던’ 1980년대로 생태환경을 복원해보자, 장동범 이장의 큰 그림에 청년들이 합세하면서 아천1리 마을의 생태복원 사업인 ‘프로젝트 1980’은 속도를 내고 있다.

그야말로 ‘너른 들판’만 있던 충북 충주 신니면의 내포긴들마을은 지난해 사과팝콘 덕분에 눈 코 뜰 새 없는 한 해를 보냈다. 2017년 마을에서 팝콘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를 접목, 지난해 본격적인 제품 출시로까지 이어진 사과팝콘이 그야말로 대박을 친 것. ‘젊은 사람이 마을 좀 살려보라’는 어르신들의 권유로 2013년부터 7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손병용 이장은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마을 주민들이 믿어주고 함께 힘을 보태주니 가능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별빛마을에선 ‘우리마을 119’가 혼자 계시는 농촌 어르신들의 효자노릇을 한다. 밤에 형광등이 나가거나, 방충망에 구멍이 났거나, 가스가 안 나오거나…. 사소한 것 같지만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너무 불편한 소소한 생활의 문제들을 즉각 해결해준다. 어르신들은 “편하게 부탁할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맙다. 

“농촌개발사업으로 새 건물이 들어서고, 새 농기계가 들어오면 행복한 농촌마을일까요. 밤에 불이 나가 깜깜해도 편히 불러 고쳐줄 사람 하나 없는데요.” 이 사업을 운영하는 춘천별빛마을센터의 윤요왕 대표는 지금 당장 농촌 현실에 맞는 노인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화군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으로 11년째 ‘친환경 두부’를 생산하며 지역농산물 수매와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미션을 수행해 온 ㈜콩세알은 올해 사회적 농장으로 두 번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서정훈 대표는 “취약계층을 돌보는 지역내 다양한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콩세알을 중심으로 장애인도, 고령자도, 아이들도 더불어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모든 기업은 사회적 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에선 결혼이주여성들이 재배하는 아열대 채소를 제주 로컬푸드로 판매·가공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심채농업회사법인주식회사 홍창욱 대표는 “가속화되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이주여성 고향채소 로컬푸드화와 음식 나눔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충남 서천군 기산면에 가면 경종농가와 축산농가가 함께하는 자원순환농업단지가 있다. 2006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2년째 함께 하고 있다. 경종농가는 품질 좋은 퇴비를 확보해 좋고, 축산농가들은 조사료와 축분 처리문제를 해결해 좋다.

본보는 새해를 맞아 ‘함께 준비하는 미래’를 주제로 더불어 행복한 마을을 찾아 나섰다. 마을 주민 간, 세대 간, 계층 간 다양한 사람들이 마을에서 어울려 협동하고 서로 힘이 되는 곳이다. 여기엔 마을의 디딤돌이 된 누군가의 헌신이 있었고, 함께하는 가치를 알아가는 주민들의 자발적 협력이 있었다. 인구 과소화니, 지방소멸이니 해도, 주민 스스로 이어 가는 이런 노력이 있는 한, 농촌은 소멸되지 않으며, 아직 절망보다 희망이 크다고 믿는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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