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서귀포 공심채농업회사법인주식회사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귀농청년 #마을기업 #노인돌봄 #사회적농업 #이주여성 #순환농업

 

▲ 공심채 농업회사법인 홍창욱 대표(사진 오른쪽)가 국제결혼 이주여성들과 함께 재배하는 아열대채소 시설하우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심채는 이곳에서 재배된 아열대채소로 로컬푸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다문화가구 33만가구, 다문화가구원 100만명 시대. 우리나라도 단일민족문화에서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혐오, 이주여성 인권 침해, 동화주의적 사고와 요구, 생활문화 차이 등으로 다문화가정 내 갈등을 넘어 가정 해체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다문화사회 전환이란 흐름 속에서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 이주여성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노력,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문화를 이해하는 노력 중 하나가 음식을 활용한 접근법. 결혼 이주여성의 고향채소인 아열대채소를 생산·소비함으로써 결혼 이주여성의 경제·사회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아열대채소 로컬푸드 식탁 운영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제주 결혼 이주여성들의 고향채소 로컬푸드화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 중
1.6%가 다문화
가구원 100만명↑

언어 등 차이에도
한국 문화만 강조 
가족 해체로 이어져

공심채 농업법인
이주여성 고향채소
로컬푸드화 추진
“음식문화 나누며 
거리감 해소”

서귀포시도 나서
식탁교류 등 진행
“판매·가공 확대 땐
시너지 더 클 것”


▲다문화사회 전환과 해체=산업화 이후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농촌인구 감소에 따른 국제결혼 증가로 우리나라도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가구 수는 2018년 기준 2049만9543가구, 이 중 다문화가구는 33만4856가구로 총 가구 대비 1.6%를 차지하고 있다. 다문화가구원은 100만8520명으로 이 중 외국인 및 귀화인이 39만735명, 결혼이민자는 16만5919명에 이르고 있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이 34.9%로 가장 많고, 베트남 21%, 중국 19.9%, 필리핀 5.6% 순이다. 전국 다문화 혼인은 2018년 기준 경기도가 6605건으로 가장 많지만, 혼인 건수 대비 다문화 혼인 비율은 제주가 전국비중 9.2%보다 높은 12%로 1위를 기록 중이다.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일 년 사이 전국적으로 다문화가구는 5%, 다문화혼인은 8.5% 증가했으며, 지방과 농어촌으로 갈수록 증가폭은 더욱 큰 상황이다.

다문화 혼인이 늘어나는 만큼 가정 내 갈등과 문화적 몰이해 등으로 인한 다문화이혼, 다문화가구의 해체도 이어지고 있다. 다문화이혼 건수는 2018년 기준 1만254건으로 우리나라 전체 이혼건수 대비 9.4%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주 다문화이혼 비율이 11.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의 해체 문제와 정책과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일반적인 이혼 사유는 가족의 모욕과 폭언·폭력 등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여성인권 침해성 폭력이다. 또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및 생활양식의 차이 등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이해하지 않고 이주여성에게만 한국 문화 중심의 삶을 강조하는 동화주의적 요구가 다문화가구 해체로 이어지고 있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다문화가구 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국제결혼 당사자가 배우자에 대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예비 다문화가정 대상 프로그램 강화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의 언어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과 상담 기회가 거의 없는 예비 남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것. 여기에 이주여성을 대상 으로 입국 전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 한국 내 생활 적응과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권한과 제도적 절차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이뤄져야 함을 제언하고 있다.

▲주목받는 ‘제주 결혼 이주여성들의 고향채소 로컬푸드화 프로젝트’=다문화사회로 전환 되고 있는 지금, 함께 준비하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다문화 이해와 노력 방안 중 하나가 음식 문화 공유다. 최근 베트남, 태국, 멕시코 등 제3세계 국가의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 ‘에스닉 푸드(ethnic food)’라 지칭되는 이 트렌드는 다문화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농촌지역 내 다문화 요리와 식재료, 가공식품 등 새로운 산업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제주 결혼 이주여성들의 고향채소 로컬푸드화 프로젝트’는 이 같은 흐름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심채농업회사법인주식회사(대표 홍창욱·공심채)가 추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바질, 공심채, 고수 등 아열대채소를 국제결혼 후 제주로 이주한 여성들과 함께 생산·가공·판매해 로컬푸드화 하는 사업이다. 또한, 이주여성들이 만든 고향음식을 지역민과 공유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나가는 작업이다.

공심채는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991㎡(300여평) 시설하우스에서 무농약 인증 공심채와 바질을 재배하고 있다. 6~12월까지 생산되는 바질은 이탈리아 식당에, 8~11월에 생산되는 공심채는 친환경학교급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아열대채소 수확 5개월여 만에 1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등 프로젝트는 희망적이다.

홍창욱 대표는 “무농약 인증 공심채와 바질을 생산해 11월 현재 3곳의 학교급식 자재업체와 10여 곳의 식당에 공급하고 있다”며 “공심채는 학교급식 식자재로 한 달 50여kg, 바질은 식당 소스 원료로 30여kg을 납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공심채는 지난 10월 서귀포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상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주여성들과 아열대채소 재배·수확방법과 레시피 등 활용 방법을 공유함은 물론 국가별로 음식을 조리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이주여성 로컬푸드 식탁 및 교류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심채 홍창욱 대표는 “프로젝트는 현재 초기단계이지만 앞으로 이주여성과 함께 로컬푸드화 한 아열대채소 생산을 넘어 판매·가공까지 확대되면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음식 체험을 통해 이주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물론 다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였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속화 되는 다문화사회 속에서 이주여성 고향채소 로컬푸드화와 음식 나눔은 서로에 대한 거리감을 해소하는 등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토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구 센터장은 “이주여성의 고향 식재료를 이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생각은 비전이 있는 아이디어”라며 “공심채와 교류가 많아진다면 향후 이주여성들이 고향채소를 제주에서 재배하는 전문 농업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왔다고 한국 문화에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화 동화주의적 관점이 아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이상구 서귀포시 다문화지원가족센터장
“상호 이해도 높여 다문화 편견 깰 것”

“다문화사회로 전환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음식을 통한 접근법이다. 고향채소를 지역에서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고향음식을 함께 나눈다면, 상호 이해도를 높여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심채의 프로젝트도 미래 다문화사회를 위한 인식개선 방안 중 하나다.”

제주지역에서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정착과 지역공동체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서귀포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상구 센터장의 일성이다.

서귀포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10월 공심채 홍창욱 대표의 제안으로 ‘제주 결혼 이주여성들의 고향채소 로컬푸드화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이상구 센터장은 “이주여성들에게 한국 문화와 생활방식에 녹아들 것을 요구하는 동화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음식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문화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판단에서 공심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얘기했다.

서귀포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공심채가 프로젝트 동참을 제안하기 전, 동남아시아 음식점 운영을 통해 음식을 활용한 다문화의 이해와 인식 개선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는 “몇 년 전까지 다문화센터 내 이주여성들과 함께 ‘어우렁다우렁’이라는 베트남 등 3개국 음식점을 운영했었다”며 “새로운 음식에 대한 지역민들의 접근과 음식을 통화 문화적 이해가 생기는 모습을 보고 가능성을 느꼈지만 식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결국 3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이주여성의 고향채소 로컬푸드화 아이디어는 다문화 인식 개선 등 긍정적 효과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주여성이 알고 있는 고향채소 재배방법과 수확, 활용법 등을 공유하고 공심채에서 제공한 식자재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지역민들이 이주여성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주여성들이 고향채소를 직접 재배함으로써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 고향음식에 대한 향수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가정 내에서 엄마의 나라, 며느리의 나라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이주여성과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문화적 인정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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