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서천 기산면 자원순환농업단지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귀농청년 #마을기업 #노인돌봄 #사회적농업 #이주여성 #순환농업

 

▲ 충남 서천군 기산면 내남·내동리 들녘 84ha 규모의 자원순환농업단지에서 경종과 축산농가가 서로를 도우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다져 나가고 있다.

충남 서천군 기산면 내남·내동리 들녘. 경종과 축산농가가 함께하는 자원순환농업 공동체가 자리 잡고 있다. 벼를 수확한 볏짚은 한우의 조사료가 되고, 축분을 퇴비로 만들어 논에 양분을 공급하는 순환농업을 핵심으로 한다. 자원순환농업을 통해 경종과 축산농가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으며 마을전체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그려가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함께 하자’ 공감대
경종 40·한우 18호
84ha 규모 단지 일궈
군 농기센터도 합류 
퇴비 살포비 등 지원

사업 활성화 위해 
농업법인 설립
고품질 쌀 육성 등
정책사업도 참여

꾸준한 퇴비 살포로
논·토양 비옥해져
GAP·저탄소 인증도


◆경종·축산 농가 동행=충남 서천군 기산면에서 자원순환농업 체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 이 지역 농가들이 중심에 있다. 지난 2006년 기산면의 경종과 축산농가들이 동절기 논에 조사료 재배를 시작하면서 ‘함께 하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경종농가들은 논에 양분을 공급할 품질 좋은 퇴비가 필요했고, 축산농가들은 조사료 확보와 축분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부터 손을 맞잡은 결과 경종농가 40호, 한우농가 18호(1300여두)가 참여하는 84ha 면적의 자원순환농업단지를 일궈냈다.

기산면의 자원순환농업을 처음 시도한 이정복 동서천농협 조합장은 “벼농사와 한우는 우리농업을 지탱하는 기반이기 때문에 협력하면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며 “기산면에서 2006년부터 경종과 축산 자원순환농업을 시작해 마을공동사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벼농사와 한우를 사육하며 경축 순환농업을 해왔고, 인근 농가로 확대에 노력했다고 한다.  

현장 농업인들의 자발적 자원순환농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지난 2012년 서천군농업기술센터가 ‘자원순환농축연구회’를 조직해 운영하며. 경종과 축산농가 6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자원순환농업이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연구회 내에 자원순환영농조합법인 설립과 함께 마을공동 퇴비장을 비롯해 트랙터와 퇴비살포기 등 자원순환농업에 필요한 각종 농기기자재를 갖췄다. 경종과 축산농가 동행에 서천군농업기술센터가 양손을 맞잡으며 지자체와 농업인의 공동체가 된 것이다. 서천군은 또 지난 2012년~2014년 조사료단지 퇴비 살포비 지원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정세희 서천군농업기술센터 축산기술팀장은 “각종 환경적 규제와 지방조례로 인해 축산농가들이 축산관련 시설을 확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마을형퇴비사 건립도 결코 쉽지 않지만 자원순환농업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는 필수시설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자원순환농업법인 설립해 사업 본격화=가축분뇨 퇴비의 자원순환농업을 더욱 활성화기 위해 2014년 연구회 회원 중에서 경종 4농가와 축산 5농가 주축으로 자원순환영농조합법인도 설립했다. 서천군 기산면 내남·내동리 자원순환농업단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끌어나가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여기에는 마을환경 개선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84ha의 자원순환농업단지 중심에 퇴비사를 지어 기산면에서 배출되는 한우 분뇨를 모아 양질의 퇴비로 만들어 단지에 살포하고 있다.

이정복 조합장은 “자원순환농업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84ha의 논을 단지화했다”며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농식품부와 지자체의 정책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산면 자원순환농업단지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2014년 충청남도의 ‘가축분뇨 활용 자원순환농업단지 조성’ 사업을 시작으로, 2015년 고품질 쌀 신육성 품종 확대 시범사업, 2017~2018년 들녘경영체육성사업 등을 진행했다.

노권래 자원순환영농조합법인 대표(기산면 내남리 이장)는 “퇴비부속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축산농가들의 가축분뇨 처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2006년부터 가축분뇨 퇴비를 해 왔고 현재 공동퇴비사가 있어 기산면의 한우농가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GAP·저탄소인증 획득 성과=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가축분뇨 악취 민원이 발생하고 있고, 마을주민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기산면에서는 경종과 축산농가가 자원순환농업단지를 공동 운영하며 더욱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노권래 대표는 “다른 지역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경종농가와 축산농가 모두 형과 동생 사이로 지내며 서로를 돕고 있다”며 “우리마을에서는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없고 자랑거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원순환농업단지에 꾸준히 퇴비를 살포한 결과 논토양이 더욱 비옥해지고 있는 것도 실감하고 있다. 서천군농업기술센터 분석 결과 자원순환단지 논의 토양유기물 함량이 논흙 1kg당 2014년 22.6g에서 2018년 25.7g으로 높아졌고, 이는 일반 논보다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자원순환농업법인은 농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조사료·볏짚 수거 및 퇴비 살포작업 대행은 물론 종자용 볍씨 50% 지원, 가을철 벼 조곡 판매 협상 등 고령의 농업인이 힘든 농작업을 대행하고 있다. 이는 누구 하나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농가에 혜택을 돌려주는 마을형 영농조합법인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노권래 대표는 “자원순환영농조합법인은 마을형으로 설립 이후 회원 간의 유대관계로 꾸려나가고 있다”며 “종자용 벼를 50% 저렴하게 공급하고 단지에서 생산된 벼는 공동판매를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수취하며 마을농가들의 전체 소득증대를 위한 역할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복 조합장은 “퇴비를 매년 살포하며 논을 관리한 결과 벼의 생육이 우수하고 화학비료 사용량도 감소했다”며 “퇴비를 살포하기 때문에 볏짚을 조사료용으로 축산농가에 판매해 경종농가의 부가수익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84ha 규모의 자원순환농업단지는 지난 2018년 8월 ‘GAP’ 인증을 받은데 이어 2019년 8월에는 ‘저탄소’ 인증을 획득했다.
 

▲ 자원순환농업단지 운영방향을 논의하고 있는 노권래 대표, 이정복 조합장, 정세희 팀장, 노대희 총무.(왼쪽 순서)

#2020년 사업방향
“자원순환농업 쌀 브랜드화…퇴비 품질도 높일 것”


이들은 기산면을 우리나라 대표 자원순환농업단지로 일구고, 브랜드쌀을 육성해 유무형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동서천농협 이정복 조합장, 영농조합법인 노권래 대표와 노대희 총무, 그리고 정세희 서천군농업기술센터 팀장이 한자리에 모여 2020년 사업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정복 조합장은 “자원순환단지에서 생산된 쌀을 브랜드화해 차별화하고 완성도 높은 자원순환농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한다.

이어 노권래 대표는 “경종과 축산농가 구분 없이 한뜻으로 우리의 농업과 마을을 지켜나가겠다”며 “우리마을에서는 고민 없이 농사를 짓는 날을 위해 더욱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농업인인 노대희 영농조합법인 총무는 “우리마을의 자원순환농업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서로 도와야 한다는 마을 어르신들의 공동체 의식인 것 같다”며 “공동으로 농사짓는 분위기를 이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세희 팀장은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은 무엇보다 기술적 지원과 지도가 중요한 것 같다”며 “자원순환농업에 필요한 각종 병해충 기술과 사료작물 생산에 대한 기술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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