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회사법인 청맥과 고창 지역 보리 재배 농가들은 진정한 상생협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장삼균 청맥보리작목반장, 김재주 청맥 대표, 김유진 해풍보리작목반장.

시장가격 반영 수매가 결정
종자 선별해 공급
비료도 일부 무상지원
농가 대상 GAP 교육까지

해외시장 판로개척 심혈
중국·일본 등 진출 기대


국내 보리 재배 농가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일까? 모든 농가들의 공통된 애로사항이기도 한 판로 문제다. 정부 수매가 중단된 후로 농가들은 저 마다 판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지역 농가들의 보리를 산물로 수매하면서 농가에게는 안정된 수익과 판로를 제공하면서 농가와 기업의 상생협력의 모범으로 꼽히는 곳이 있다. 주인공은 전북 고창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청맥(주)(이하 청맥)이다.

청맥이 지역 보리 재배 농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이유는 바로 농가와의 계약재배로 보리를 전량 수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맥은 2007년 전북 고창군을 중심으로 계약재배를 통한 보리 수매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2017년 현재 계약재배 면적은 233ha에 참여농가는 101농가로 올해 생산량은 677톤에 이른다. 내년 수매 물량은 1000톤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수매된 보리는 흑색, 자색, 푸른색 등 3색 보리로 국내외에 판매가 되고 있다.

생산된 보리의 판로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농가들에게 청맥의 보리 수매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청맥의 탄생부터 보리 계약재배를 실시했다는 장삼균 청맥보리작목반장은 “정부 수매가 끊긴 이후 보리를 판매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10년 전부터 청맥과 계약재배를 실시하게 됐다. 수매 가격은 따로 정하지 않고 시장 가격을 반영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장 가격이 온전히 수매 가격에 반영되다 보니 최근 농가들은 농사지을 맛이 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2016년 수매 가격은 40kg 기준으로 4만8000원이었고, 올해는 5만원에 계약을 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보리 작황이 좋지 않은 점이 반영됐지만 시장 가격을 온전히 수매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농가들 소득에도 큰 도움이 됐다.

김재주 청맥 대표는 “상생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화두가 됐지만 사실 농식품 기업의 입장에서 농가와의 상생은 필연적이다”고 말한다. 이유는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농가를 빼고는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청맥이라는 기업의 태동에서부터 농가와의 상생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역 보리 재배 농가들로부터 청맥이 큰 지지를 받고 있는 배경에는 기업의 경영 방침과 상황을 농가들과 공유하면서 쌓인 신뢰가 바탕이 됐다.

2016년부터 청맥과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해풍보리작목반의 김유진 반장은 “김재주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농가를 초청해 법인의 사업방향과 경영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열린 경영을 펼치고 있다”며 “농가들이 참여하면서 법인 경영의 합리적인 방법을 도출하는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상생협력이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농가들도 무조건 수매 가격을 높게 받으려 욕심을 내는 경우가 없다. 법인의 경영 여건을 감안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협조할 것은 적극 협조한다. 이는 법인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내년 수매 가격 결정 방식이다. 그동안 법인이 계약재배 농가들의 수매 가격을 40kg 당 3000원 이상 높게 주면서 경영에 어려움이 닥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농가와 법인이 협의를 한 결과 4만원을 기준으로 정하고 이 차액의 50%씩을 농가와 법인이 분담키로 했다. 예를 들어 내년 보리 시장가격이 5만원에 형성된다면 농가의 수매가격은 4만7500원이 되는 셈이다.

김유진 반장은 “법인에서 종자도 선별해서 공급해 주고, 비료도 일부 무상 지원해 준다. 특히 농가를 대상으로 GAP 교육을 실시하는 등 농가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꼼꼼히 챙긴다”며 “다른 지역의 농가들이 고창의 보리 재배 농가들은 축복 받았다고 말할 정도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보리 재배 농가들의 지원과 응원에 힘입어 청맥은 판로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내 보리 소비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해외시장 개척에 몰두하고 있는 것.

그동안 미국으로 일부 수출하던 제품을 최근에는 중국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또 일본 시장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내년부터 샘플을 보내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단계다.

김재주 대표는 “국내 소비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어 수출시장 개척은 필수다”며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것은 농식품 기업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유진 반장은 “농가들이 원하는 부분을 거의 수용해 주면서 판로까지 책임져 주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이처럼 농가와의 상생협력을 몸소 실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 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수매자금을 지원해 줘 이 자금으로 법인이 농가들에게 선도금을 지원하면 농가 입장에서는 더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꼭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