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임에도 불구하고 소비량 감소에 따른 생산과잉으로 지난 수년간 가격폭락을 맞본 게 바로 쌀이다. 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쌀을 즉석밥의 원료로 가공용으로 판매하면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 곳들이 있다. CJ프레시웨이와 손잡고 가공전용 품종인 ‘보람찬’을 생산·판매하는 황등농협과 ‘일품벼’를 주력으로 생산해 오뚜기에 납품하고 있는 예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 주인공이다.
 

모내기를 위해 올 봄 ‘보람찬’품종을 싹 틔운 묘판을 옮기는 장면.

●CJ프레시웨이-익산 황등농협
가공용 다수확 품종 ‘보람찬’ 생산 쑥

밥맛 좋아 즉석밥 용으로 적합
2015년 첫해 2ha로 시작
내년 계약재배단지 1200ha 계획

고령농민 농작업 대행
CJ 방제비 일부 지원 ‘든든’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위치한 황등농협은 가공용 쌀로 품종이 등록된 ‘보람찬’을 생산해 CJ프레시웨이에 납품하고 있다. 즉석밥 브랜드 중 하나인 ‘햇반’의 원료를 조달하는 기능을 맡고 있는 곳이다. 

‘보람찬’ 품종은 익산시에서 직접 육성한 다수확 품종으로 밥맛도 좋은 편이어서 즉석밥용 가공 쌀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가공용 종자로 등록돼 있고, 현재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취급하면서 가공용으로 사용된다는 증빙이 있을 경우에만 종자가 공급된다.

이춘래 황등농협 차장은 “가공용으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매하려는 업체의 구매조건에 맞아야 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가격과 품질이 구매업체의 입장과 맞아 떨어지면서 올해 조곡기준 5000톤을 CJ프레시웨이에 납품한다”고 말했다.

사업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농업인과 황등농협, 그리고 CJ프레시웨이 모두가 만족하는 계약생산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으로 첫해 시범생산단지 2ha를 조성했고, 이어 2016년에는 햇반용 보람찬 벼 생산단지를 240ha규모로 늘렸다. 그리고 올해는 계약재배 단지를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500ha로 늘렸는가 하면, 내년에는 다시 1200ha가량으로 올해에 비해 두 배 더 늘릴 계획이다.

재배면적을 늘리게 된 데 대해 이 차장은 “올해처럼 수확량이 줄어들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내년에는 납품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재배면적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곡 기준으로 연간 1만톤 가량을 CJ프레시웨이에 납품할 계획이라는 것.

처음부터 납품량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초기 납품량이 적었지만 신뢰가 구축되면서 물량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 물량이 늘어나면서 반사이익으로 황등농협의 RPC가동률도 높아졌다. 이로 인해 황등농협은 현미전용 RPC를 올해 신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최근 4년간 CJ프레시웨이와의 매출액이 4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가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이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쌀 품종의 경우 키가 큰 특징이 있는데, 영농과정에서 도복의 우려가 있다. 하지만 ‘보람찬’의 경우 키가 크지 않은 편이어서 도복의 우려가 적다는 것. 또 지난 3년간 매뉴얼을 통한 재배를 진행하고 있는데, 고령화된 농민을 대신해 농협이 논 정지작업에서부터 수확까지 농작업을 대행해준다. 방제도 무인헬기를 이용한 공동방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CJ 측에서 방제비 일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춘래 차장은 “신뢰가 구축되면서 거래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여기에 익산시와 CJ프레시웨이의 지원이 겹쳐지면서 업체와 생산자, 그리고 지자체가 함께 어우러진 상생모델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농업인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상생협력 경영대회에서 수상 후 기념 촬영하는 김광수 대표(오른쪽)

●오뚜기-예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안정적 물량 확보·품질 고급화 ‘신뢰’

저렴하고 밥맛 좋은 ‘일품’ 재배
올해 백미 7630톤 납품 계획

RPC·DSC GAP 인증 진행
품질 제고 노력 꾸준
시설확충으로 거래 확대 추진


예천군농협쌀조공법인이 오뚜기와 사업을 본격화 한 것은 지역농협들이 통합RPC를 출범시키면서부터다. 지난 2014년 통합RPC로 출범한 예천군농협쌀조공법인은 2015년 백미 기준 1949톤을 오뚜기로 납품하기 시작해 올해 7630여톤을 납품할 계획이다.

예천군농협쌀조공법인이 오뚜기로 납품하는 품종은 ‘일품’. 김융기 예천군농협쌀조공법인 장장에 따르면 예천군의 경우 재배되는 품종이 대부분 ‘일품’으로 전국에서도 지역단위 단일품종을 ‘일품’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역 쌀 매입량 대비 오뚜기로 납품하는 물량의 비중도 적지 않다. 예천군농협쌀조공법인이 연간 매입하는 쌀은 조곡을 기준으로 1만2000톤에서 1만3000톤가량. 올해 7300톤가량을 백미로 오뚜기에 납품을 할 경우 납품비중이 60%를 넘는다.

지속적인 협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오뚜기에 백미 납품을 시작으로 원활한 협력추진을 위해 예천군농협쌀조공법인과 예천군, 오뚜기와의 연례회의를 개최하는 등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품질고급화를 위한 RPC 시설현대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예천군농협쌀조공법인의 RPC와 DSC(건조저장시설)에 대한 GAP인증을 진행하면서 품질고급화는 물론, 지자체 차원의 예산지원을 통해 농가의 생산기반 조성과 예천군농협쌀조공법인의 안정적 운영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융기 장장은 “단일품종으로 이렇게 많은 물량을 매입하는 곳(RPC)이 잘 없다”면서 “일품은 밥맛도 좋은 편이고, 가격도 경기나 강원지역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상호간 조건이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RPC시설현대화와 함께 저장시설 증설을 진행하고 있는 예천군농협쌀조공법인은 앞으로 수매량을 더 늘려서 조공법인의 매출을 늘리는 한편, 판매는 농협이 맡고 농민들에게는 농사에 전념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 장장은 “RPC시설현대화사업 중 도정시설은 이미 완공됐다”면서 “시간당 10톤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로 1만5000평 규모에 100억원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기에 저장시설을 추가로 증설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업이 끝이 나면 총 1만6000톤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로 탈바꿈 한다”고 덧붙였다.

조곡 40kg 포대 기준으로 40만개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겠다는 계획. 김융기 장장은 “농민들에게는 매입량을 늘려주는 것이 중요하고, 오뚜기에는 매입한 물량의 품질을 담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오뚜기와의 신뢰구축을 더욱 공고히 하고 RPC 시설확충을 통해 거래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