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회오리유한회사-옥천 대청농협

▲ ‘회오리’ 모양의 감자 스낵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회오리감자’는 충북 옥천의 감자 가공전문업체인 농업회사법인 회오리유한회사와 대청농협 생산농가들이 상생으로 빚은 결실이다. 사진은 옥천 대청농협 감자 선별장에서 선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감자구매협력 힘 합쳐
원료 확보-생산기반 구축 윈윈

크기 작아도 가공에 문제 없어
농가 골칫거리 덜고 수익도 상승


감자 스낵의 모양을 꽈배기처럼 만들어 이름을 붙인 ‘회오리감자’는 충북 옥천을 기반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세계 최초 회오리감자 제조특허를 앞세운 특이한 외형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이보다 훨씬 의미 있는 대목이 있다. 감자 가공제품 전문 업체인 농업회사법인 회오리유한회사와 옥천 대청농협의 생산 농가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상생협력 우수 사례라는 점이다.

2013년 설립된 회오리유한회사가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안정적인 원재료를 확보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그 생산 기반은 옥천 관내 대청농협과 2014년 체결한 감자 구매 협력을 통해 만들어지게 됐다. 대청농협 감자 공선출하회원 33개 농가들이 생산한 감자가 회오리유한회사만의 특허 기술을 만나 ‘회오리감자’라는 히트 상품이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정직하고 안전하게 키운 농산물로 대표되는 1차 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공 분야의 2차 산업과 결합해 ‘상생’이라는 가치가 한층 빛날 수 있었다.

회오리유한회사가 대청농협 생산농가들로부터 수매한 금액은 올해 6억원 정도다. 기본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해지니 더 많은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고, ‘회오리감자’ 제품 외에도 다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었다. 현재 회오리유한회사는 대청농협 공선회원을 포함해 부여와 강원도 지역 농가 등 총 150여 농가들로부터 연간 20억원 정도를 수매하고 있을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커졌다. 연도별 매출액은 2013년 7억원으로 시작해 2014년 27억원, 2015년 52억원, 2016년 70억원에 이어 올해는 120억원 달성이 유력하다.

정은숙 대표는 “상품성이 떨어진 감자, 작은 크기의 감자 등은 시장에서 홀대를 받고 있는데,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찾다가 여러 조건이 ‘회오리감자’로 맞아떨어졌고, 지역 농가들로부터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받을 수 있어 ‘회오리감자’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생산 농가와의 상생협력이 없었다면 ‘회오리감자’는 이렇게 빨리 자리 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청농협 생산 농가들의 여건도 한결 수월해졌다. 고정 판로처가 추가로 확보되니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공선출하회는 대청농협과 전량 계약재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물량이 농협 하나로마트로 납품되고, 이 중 일부가 회오리유한회사에 공급되고 있다. 특히 감자의 경우 생산단가에 비해 물류비 부담이 큰데, 같은 지역 업체에 바로 공급할 수 있으니 여러 비용들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생산 농가들이 꼽는 가장 좋은 점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자를 헐값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가격을 받고 처분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회오리감자’가 가공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성이 떨어지는 작은 크기의 감자로도 충분해 농가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헐값 처분을 하지 않아도 돼 ‘골칫거리’ 하나를 덜어낸 셈이 됐다.

육종진 감자공선출하회 회장은 “회오리감자는 큰 감자, 상품성이 좋은 감자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시중에 나가지 않는 크기를 필요로 하고 있어 농가들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같은 지역이기 때문에 물류비 부담도 작고, 가격도 시세보다는 괜찮게 받고 있어 수익 측면에서도 만족하는 농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감자공선출하회와 회오리유한회사가 불협화음 없이 ‘상생협력’의 하모니를 낼 수 있도록 그 중간에서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청농협도 빠질 수 없는 ‘숨은 조력자’다. 생산 농가와 지역 업체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대청농협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상생협력 사업이 정착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병덕 대청농협 상무는 “지역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잘 팔아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지역의 감자 가공업체와 연결해 주는 방안을 찾게 됐다”면서 “생산 농가와 지역 업체가 서로 신뢰를 쌓고 지속 가능한 ‘상생’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지역의 중소 업체들이 가진 애로사항, 농산물 수매 자금 등 자금유동성 측면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정부가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생산 농가와 업체 간 상생 협력을 통해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는 또 다른 상생 협력 사례를 창출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상생 협력 사례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회오리유한회사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감자 부산물을 축산 농가(안심목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해 업체의 부산물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축산 농가의 사료비 절감 등의 효과를 내고 있다. 또한 ‘소시지회오리감자’ 개발을 위해 2016년 서부충남 고품질 양돈클러스터사업단과 MOU를 체결하는 등 생산 농가와의 신뢰를 쌓는 측면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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