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귀농·귀촌, 무엇이 문제인가

 

기존 농민 혜택 뺏는 방식 안돼
다양한 농업인 지원사업에
자연스레 참여할 수 있게 해야

농지 구입 어려운 귀농인 많아
농업 이외 다른 수입원 제공
지역공동체 사회적사업 마련
일자리 창출 모색해야


‘대표적 귀농·귀촌 8개 시·군 대상 지원사업 점검결과에서 총 505건의 위반사례 적발’ 지난 11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이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4월부터 7월까지 귀농·귀촌 지원실태를 점검한 결과다. 지원에 대한 부실심사는 물론 대출금 목적외 유용, 보조사업 부당집행 등이 적발되면서 정부의 귀농·귀촌지원사업이 뭇매를 맞았다.

특히 문제는 귀농·귀촌사업 지원을 받아 이를 부동산 투자로 활용하는 등 원래의 목적에 어긋나는 건이 다수 적발됐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임경수 생생협동조합 상임이사(전주도시재생센터장)는 귀농·귀촌 문제를 시장경쟁력 제고를 근간으로 이어져 온 농업정책에서 찾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수지만 귀농인은 농사지을 땅 한 떼기 없는 경우가 많다.

그는 “농업정책이 지난 50년간 경쟁력 제고중심으로 추진돼 왔고, 귀농정책도 이에 맞춰져 있다”면서 “하지만 귀농인의 경우 생산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농지가 없는 경우가 많고, 또 농지를 빌리는 경우라 하더라도 농산물 판매를 통한 수입이 적어 농업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기초적인 생활도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그는 “귀농교육의 내용을 보면 ‘이렇게 하면 1억원을 번다’는 식의 교육이 주를 이루는데 실제 그런 경우는 농업을 지속해 온 농가들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토지공급의 문제에서부터 농업 이외에 다른 수입원을 제공하는 방안까지 마련이 돼야 한다는 것.

임 상임이사는 “예를 들어 농민과 부재지주, 그리고 정부가 농지기금이나 농지재단 같은 것을 만들어서 기부나 신탁을 받고, 이를 저렴하게 장기임대를 해주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이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도 높은 수익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존 농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뺏는 방식으로 귀농·귀촌사업이 진행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해서는 귀농인들이 농촌 속으로 녹아들기 어렵다”면서 “기존 농민들에게 지원되는 사업에 자연스럽게 귀농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농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귀농 초기에는 다품목 소량 생산방식으로 영농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소비처가 마련돼야 하고, 이는 사회적 방식으로 공공급식이나 학교급식 등으로 소화해 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예를 들어 도시지역의 지자체와 농촌지역 지자체가 귀농관련 협약을 맺고 귀농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 지자체가 급식 등의 재료로 구매하는 한편, 주택의 경우도 귀농인이 남긴 것은 도시지역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사용하도록 하고, 농촌 지자체는 빈집을 고쳐 귀농인에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상생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서 “시흥시와 논산, 영암이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귀농인의 경우 초기 농업소득만으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적 사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을교육공동체의 육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이 필요하다’말이 있는 것처럼 이와 관련된 일을 학교를 중심으로 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목공교실을 운영한다고 치자. 이것을 학교에 위탁을 하면 방과 후 과목으로 정해 학생들이 교실을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교과로서가 아니라 실제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작업장으로 가게 되면 작업뿐만 아니라 삶의 철학도 함께 배울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 같은 사례들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종합적, 통합적으로 묶이면 일자리도 생기고, 이를 귀농하는 청년들에게 부업으로 줄 수 있다는 것. 그는 완주 고산지역을 예로 들었다.

지난 2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고산청소년센터 ‘고래’는 완주군이 지역농협의 창고를 매입해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한 곳이다. 당초 완주군에서는 이곳을 리모델링해 문화예술촌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청소년의 공간으로 사용하기를 건의하면 청소년센터가 운영됐다.

서울시청소년미디어센터에서 일을 해 오다 지난 2014년 이 곳으로 온 김주영 센터장은 “고래가 문을 열기 전에도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고산향교육공동체’를 운영해 왔다”면서 “완주지역은 귀농·귀촌인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고, 또 청소년들이 지역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그리고 외부에서도 청년들이 지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바로 ‘비빌 언덕’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다.

김주영 센터장은 “청년들이 귀농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자리와 주거의 문제인데, 단순히 부동산을 통해 집을 알선해 주거나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것으로는 정착이 어렵다”면서 “무엇보다 도시와는 다른 농촌사회의 문화와 이에 일원으로 합류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귀농이 연착륙 하려면 도시와 다른 농촌의 문화와 삶의 방식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완충역할을 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이런 일을 ‘비빌 언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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