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로컬푸드 방법이 문제다

▲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가 관할하는 화성로컬푸드직매장 5곳은 각 매장이 위치한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사업전략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동탄면 금곡리에 있는 매장으로 평일 오전 매장을 아이들 체험교육장으로 활용,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많지만 많지 않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아니 개념조차 생소했던 로컬푸드직매장을 이제 지역에서 찾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정부가 2013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직거래 확대를 유통 대책의 주요 사업으로 제시했고, 2015년 직거래법(지역 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로컬푸드에 대한 개념 확산은 물론 직매장도 급격히 늘어난 것. 그러나 이를 두고 농업계 전문가들은 ‘많지만 많지 않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비슷한 것은 많지만 특성화되거나 차별화된 것은 많지 않다는 의미이고,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로컬푸드 정책에 대한 주문이기도 하다.


#로컬푸드를 보는 시각
지역에서 난 고품질 제철 농산물 판매가 '최우선'

급격히 늘어난 로컬푸드 매장 
경쟁·매출에 매달려선 안돼
지역 순환시스템 구축 노력
일반 마트와 차별화해야


“우리 업체가 농협 같은 소비자 인식과 인지도만 갖춰져 있다면 굳이 매장에서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지 않을 겁니다.”

최근 한 유통산업 간담회 자리에서 밝힌 모 대형마트 바이어의 발언이다. 최근 몇몇 지역의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바나나 등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이 대형마트 바이어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유인즉슨 “소비자들이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는 것은 수입 농산물이 아닌 우수한 국내산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하나로마트에서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면) 농협에 대한 브랜드 가치를 낮추는 소비자가 더 많아지고 자연스레 일반 마트 매장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차별성도 사라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로컬푸드직매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컬푸드가 대안 유통으로 인식되며 이와 관련한 정책이 집행되고 법률이 제정되면서 로컬푸드직매장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직매장 수가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로컬푸드직매장은 구색이 갖춰져 있지 않다’, ‘업체 간 경쟁이 너무 심하다’ 등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로컬푸드를 구매하거나 직매장을 찾는 이들은 로컬푸드직매장을 대형마트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로컬푸드직매장을 찾는 건 지역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제철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서지, 수입 바나나와 체리를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가공, 관광 등과 연계해 지역 순환시스템을 만들고 이에 대한 당위성을 세워나가야지, 로컬푸드직매장 간 경쟁이나 매출이 우선순위가 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 큰 우려의 시각은 이런 문제 지적이 로컬푸드 정책과 직매장 사업의 개선 차원을 빗겨나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덜해지고, 농업 정책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로컬푸드는 농업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자 농민의 대다수인 소농의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에 반드시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올바른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 로컬푸드 종사자들의 목소리이자 농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기도 하다.


#로컬푸드 직매장 5개점 운영-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
카트 끄는 '고사리 손', 주말엔 부모 손 이끈다 

평일 오전 고객 적은 금곡점
아이들 체험 교육장으로 활용 
우리 농산물 중요성 일깨우고
주말 부모들도 함께 발걸음

즉석두부·반찬코너·직판 등
주변여건 따라 특성화 장점

농가들 직접 협동조합 결성
반찬·건식 등 가공식품 생산
학교급식과도 연계 주목


평일 오전에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금곡리에 위치한 화성로컬푸드직매장 금곡점(화성로컬푸드직매장 4호점)을 찾으면 장바구니를 든 아이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작은 키에 맞춰진 카트를 밀며 자신이 먹고 싶은 과일과 채소를 고사리 손으로 카트와 장바구니에 직접 담는 아이들의 눈에선 신기함과 진지함이 함께 묻어 나온다. 직접 농산물을 구매해본 아이들은 주말에 부모의 발걸음까지 화성로컬푸드직매장 금곡점으로 이끌고 있다.

화성로컬푸드직매장 5호점인 동화점을 방문하면 즉석에서 제조한 따끈한 두부를 맛볼 수 있다. 콩 재배 농가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자신들이 재배한 콩으로 즉석두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화성로컬푸드직매장 본점이자 1호점인 봉담점에선 농산물은 물론 수산물과 축산물도 함께 구비돼 있다. 여기에 가공센터도 갖춰져 있어 장류 등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직장인과 맞벌이 부부가 많은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2호점인 능동점에선 반찬코너가 마련돼 있고, 3호점이자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상행선) 내에 위치한 행복장터점에선 직판 행사를 여는 등 화성 농산물 홍보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 5개의 화성로컬푸드직매장은 재단법인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가 관할하고 있는 화성 관내 로컬푸드직매장들이다.

이원철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 이사장은 “로컬푸드직매장이 위치한 환경이나 주변여건에 따라 직매장이 특성화돼 운영되고 있다”며 “금곡점은 최근에 설립됐고 주택가에서도 떨어져 평일 오전엔 구매 고객이 많지 않았다. 이에 아이들의 체험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아이들이 주말에 부모들을 직매장으로 이끌게 함은 물론 미래 소비 세대인 아이들에게 우리 농산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자리도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금곡점은 치매 어르신들에게도 체험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농산물을 보고 구매하면서 옛 기억을 회상하며 즐거워하고 있고, 자식들의 반응도 좋다”고 전했다.

금곡점 이외 직매장과 관련해서도 이 이사장은 “직장인과 맞벌이 부부가 주여서 반찬 수요가 많은 능동점은 반찬 코너를 만들었고, 본점에선 농산물은 물론 화성관내 수산물과 축산물, 그리고 화성 농산물로 만들어진 가공식품도 함께 구매할 수 있게 했다”며 “이외에도 유동 인구가 많은 휴게소에 위치한 행복장터점은 화성 농산물 홍보장으로 활용하는 등 직매장마다 특화시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는 로컬푸드에 참여하는 농가들도 상품 생산을 넘어 사업을 주도하는 존재로 변모시켜 놓고 있다. 실례로 농가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가공까지 할 수 있게 정착시킨 것.

이 이사장은 “지난달에 복합센터를 준공해 1층엔 로컬푸드직매장으로 활용하고 2층은 가공센터를 구축했다. 이곳에서 농가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결성해 반찬이나 건식 등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다”며 “로컬푸드직매장에 참여하는 농가들은 영세농과 여성, 고령농들이 대부분이지만 이제는 농산물 생산을 넘어 6차산업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되고 지역에서 소비된다는 점에서 구색을 맞추기 어렵다거나 홍수출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언제든 내재해 있고 지역의 많은 직매장이 이런 현실에 부딪치고도 있다. 이는 화성로컬푸드직매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화성로컬푸드직매장은 이 역시 농가 주도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병찬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장은 “홍수 출하가 될 것 같으면 주말을 위주로 번개장터를 연다. 직매장 안에선 소분된 상품이 전시되면 이곳에선 농가들이 직접 박스단위로 농산물을 판매한다”며 “또한 한고랑나눔운동 등 농산물 나눔 활동을 전개해 농민들도 누군가에게 베푸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직매장이나 농가 간 경쟁이 아닌 특성화시켜 상생하는 사업 행태는 지속적인 농가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또 농가 참여가 확대되고 농산물이 늘어나면서 학교급식 분야로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이원철 이사장은 “현재 화성관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내년엔 고등학생까지 확대시킬 계획”이라며 “참여 농가가 늘어나고 농산물 출하량도 많아지면서 로컬푸드가 학교급식과도 연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조언/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 이사장
"천편일률적인 운영 탈피…지역에 맞게 변화를"

“로컬푸드직매장은 더 늘어나야 합니다. 다만 천편일률적인 직매장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2010년대 들어서만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로컬푸드직매장이 최근 몇 년 새 200개 남짓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도태되는 곳이 생겨나고, 업체 간 경쟁도 가속화되는 등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로컬푸드직매장이 너무 많아진 것이 문제라는 것. 이에 대해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 이사장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규모가 있는 농가들은 도매시장이나 대형 유통업체로 출하하면 되겠지만 농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로컬푸드직매장은 반드시 필요하고, 더 늘어나야 한다”며 “다만 우리가 로컬푸드직매장이 많다고 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직매장이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일본의 경우 2만개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잘 유지되고 있다”며 “우리는 로컬푸드직매장이 농산물을 파는 것, 그것도 대부분 비슷한 농산물을 파는 것에 국한되고 있고 매출 실적으로만 모든 것을 말하려 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 그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특성화된 농산물, 체험과의 연계, 농가레스토랑 등 분화가 잘 돼 있다. 우리도 천편일률적인 직매장이 아닌 로컬푸드의 로컬(지역)에 맞게 특성화되고 차별화된 직매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로컬푸드를 농산물 생산이나 유통 정책으로 국한시켜선 안 된다는 점도 주지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로컬푸드는 단순히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차원을 넘어 식량 정책, 가공·관광산업과 연계시킬 수 있고 동식물에서 얻는 에너지인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산업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이미 독일이나 덴마크 등 농업 선진국들은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이사장은 “규모화된 농가는 글로벌, 가족농과 소농은 로컬이라는 투 트랙으로 농업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로컬 정책의 중심에 로컬푸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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