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민 속 농협 실현 방안

고령화로 인한 농업인구 감소와 지속되는 도시화로 인해 농민조합원을 기반으로 한 농업협동조합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농협의 이용도가 경제사업을 이용하는 조합원보다 금융과 하나로마트 등을 이용하는 준조합원 등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고, 또 이들이 바로 농민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라는 점에서 농민과 국민을 함께 끌어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협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중심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국민 속의 농협 구현’이라는 과제로 귀결된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이라는 명제를 농협이 주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이는 판매농협 구현에서 한발 더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22일 태안농협의 김장봉사 장면(왼쪽 2번째 김세제 조합장, 3번째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년 넘게 이어져 온 김장봉사는 조합의 구성원들이 일정 금액의 기부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재원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기 화성‘태안농협’       
“농협 이용하는 도시고객 동참 ‘공동농장’ 구상”

마트 이용하는 도시 고객 대상
요리실 열어 제철음식 가르치기도
영농 경험 풍부한 조합원 강사로
귀농인 대상 영농교육은 물론
도시민 텃밭농사·가공체험 모색


경기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태안농협(조합장 김세제)은 10년 넘게 지역민을 위해 김장을 담그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조합원이 배추를 생산해 절이고, 고향주부모임 회원들이 버무린 1400여포기의 김치를 5kg들이 쌀 800포와 함께 관내 동사무소와 아파트 및 자연부락 경로당 등에 배달했다.

태안농협은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농촌형 농협에서 도시형 농협으로 전환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태안농협 본점이 위치한 동탄 능동지역은 신도시 개발로 논·밭이었던 지역이 아파트와 상가가 밀집한 지역으로 변모했다. 

여타의 도시화가 진행된 곳이 그렇듯 태안농협도 이 같은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조합원은 줄고 고령화되는 반면, 준조합원의 조합이용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세제 조합장은 “조합원 평균연령은 63.4세로 10년만 더 지나면 70세가 넘게 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조합을 어떻게 유지·발전시킬 것인지, 그리고 고령화되는 조합원들에게는 어떻게 노후를 보장할 것인지가 조합의 핵심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합원과 준조합원의 농협 사업 이용비율을 보면 준조합원이 훨씬 더 많다”면서 “도시조합들이 가진 딜레마를 우리 농협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태안농협이 본점을 능동으로 옮긴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본점을 이전하면서 신축 건물에 무엇을 들여 놓을지를 두고 고심이 많았다. 우선 본점과 마트의 입점은 확정됐고, 이외 나머지 공간에는 ‘소아과를 유치하자’‘학원을 유치하자’ ‘문화센터를 열자’는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태안농협은 최종적으로는 요리실을 여는 것으로 결정했다.

철 따라 나오는 농산물을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요리실에서 가르쳐 주는 방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 것. 물론 제철 농산물은 마트에서 판매한다. 마트와 신용점포를 주로 이용하는 도시 고객들에게 어떤 이득을 줄 것인지를 고민한 것.

또 올해 5월에는 로컬프드직매장을 내면서 고향주부모임이 운영할 수 있도록 즉석두부제조기도 들였다. 이후 2달 여간 두부를 제조했는데, 원료 콩만 600만원어치 가량이 사용됐다. 김 조합장은 “1년이면 4000만원 가까운 콩을 원료로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고, 이를 지역 조합원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수급한다면 조합원들에게도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국산콩으로 만든, 그리고 즉석에서 만든 두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민조합원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자리도 창출되는 이 같은 류의 사업을 내년에는 참기름 가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합원인 농가와 농협을 이용하는 국민이 함께 동참하는 사업도 구상중이다. 일명 ‘공동농장사업’으로 5000평 정도의 부지를 마련해 농사와 가공체험 등은 물론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영농교육을 함께 하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 영농에 경험이 많은 조합원들은 선생님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지역 주민에게는 텃밭을 제공하는 한편, 귀농을 꿈꾸는 미래의 농업인들에 대해서는 농업·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사전지식을 전하겠다는 계획.

고민도 깊다. 농협의 근간은 농업과 이에 종사하는 농민조합원이지만 도시농협의 경우 마트와 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또 다른 중요 축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의 경제사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금융소득은 필수불가결한 부분.

김세제 조합장은 농협의 경제사업 구조에 대해 “농협이 이득을 봤다고 하면 조합원이 손해를 봤거나 소비자가 손해를 본 것인데, 왜냐하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농협으로서는 이득이 남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이는 협동조합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고,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 바로 금융소득”이라고 봤다.

또 도시조합의 대부분이 소득의 많은 부분을 경제사업보다는 금융사업에서 발생시키고 있고, 따라서 금융부문이 무너지면 조합의 존립도 어렵다는 게 현실적인 분석이기도 하다.
 

▲ 강동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센터를 찾은 어린 아이들. 지난 여름 이곳에서 쌈채류를 키우는 체험을 하고, 또 생산된 채소는 직접 수확해 가져가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강동농협’
“텃밭·유기농 교육 모범…도시민에 쉼터로”


강동농협(조합장 박성직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 회장)은 친환경농업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도시농협이다. 본점이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도 '도시농협 중 도시농협'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일도 한 걸음 앞섰다. 지난 2006년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농업체험단과 친환경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텃밭, 그리고 주부들을 대상으로 유기농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국민 속 농협으로의 자리매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김규섭 강동농협 지도상무는 “3가지 사업을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농업체험단은 매년 120명 정도의 인원을 신청을 통해 접수받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관내와 관외로 나눠 활동에 들어간다. 여기에 강동농협이 1명당 교육비 5~6만원과 경우에 따라 식비 1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학생 입장에서는 일종의 ‘알바비’ 같은 것.

김 상무는 “진짜 농업의 현실과 현장이 어떤지 체득하는 과정”이라면서 “학생들은 단기간에 30여만원의 용돈이 생겨서 좋고, 일손이 부족한 농가들은 단기 일손이 생겨 좋아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또 그는 “체험이 끝나고 나면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대체적으로 ‘농촌현장에 가보니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과 함께 ‘농산물을 하찮게 여겨서는 안되겠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나와 긍정적”이라고 했다.

특히 1일 기준 8시간을 일하는 게 체험단의 기준이지만 현장을 접한 학생들이 ‘더 일찍 일어나 더 늦게까지’ 일을 해 주는 경우도 많다고. 80~90년대 농활을 '대학생에게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공하고, 농가에게는 일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한 제도인 셈이다.

강동구 상일동 지역에 개설한 친환경농업센터도 국민속 농업알리기에 톡톡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0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하고 텃밭으로 이용을 하다 지난 2012년 센터를 지어 개장을 했다.

김 상무는 “도시농협이라고 하더라도 100억원이라는 뭉칫돈을 투입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도시농협이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학교와 어린이집 등 기관단위로 참여를 받아 매년 6000여명의 아이들이 체험을 하고 있고, 또 생산된 농산물은 모두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돈은 받지 않는다. 

또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기농아카데미 과정은 친환경농업 확산의 일환이다. 김 상무는 “아마 전국에서 유일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하면서 “문화강좌가 아니라 유기농에 대한 전문 강좌로 3개월 단위로 매년 100여명의 주부를 모집해 교육을 하는데, 식단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은 주부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친환경농산물 매장도 냈다. 특별한 점은 금융점포와 같은 장소에, 그것도 50~60평 규모의 정규 매장형태를 띈다는 점. 금융업무와 친환경농산물 구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일종의 농협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상무는 “앞으로는 현재 운영 중인 친환경농업센터를 보다 확장해 친환경테마파크로 변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도심 속에서 친환경 농업을 체험하는 한편, 도시민들에게 농업과 농협이 마련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길청순 지역농업네트워크 경기·제주지사장
“지역사회 일원으로 농협 활동 늘어”

가공체험 결합 6차산업 모델 운영
도농상생 로컬푸드 활성화
백화점 수준의 문화강좌 등
판매농협 넘어 국민 속 농협으로

“태안농협과 강동농협 이외에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농협들이 많습니다.” 길청순 지사장의 말이다.

길 지사장은 “관악농협과 남창원농협 등과 같이 소비지 유통 확대 사례에서부터 지역에서 생산된 콩과 고추를 원재료로 장류 가공과 체험을 결합한 6차산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영월농협, 도농상생과 로컬푸드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일산농협 등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의료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한 인주농협, 금융상품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농협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백화점 수준의 문화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순천농협까지 농업을 중심으로 한 농협에서 국민 속의 농협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도시농협에 강조돼온 판매농협구현을 넘어서 ‘국민 속 농업 구현’을 실천하는 사례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길 지사장은 앞으로의 농협은 농업 속에만 머물러서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길 지사장은 “농업인의 고령화와 농업인구 감소, 이로 인한 조합원 중심의 농협경제·금융사업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또 국민들에게 농업을 알리는 최일선에서 농협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길 지사장은 “준조합원의 조합 기여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농업과 어떤 식으로 연결시킬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도시농협이 농촌지역 농협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역할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유기적으로 엮어 내는 것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지역사회 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마련하고, 이를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운영하는 등의 일에 농협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기존 농업 중심의 사업에서 지역에 밀착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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