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육성과 연계된 ‘성별영향분석평가’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성별영향분석평가 유공자포상 및 우수사례 발표회 모습.

정부, 각종 정책사업 추진시
"남녀 구분 없다" 강조하지만
신청조건·심사기준 등서
여성농업인 불리 조항 많아
성별영향분석평가 확대
성차별 요인 바로 잡아야


“우리 사업에는 성차별 없습니다.”, “여성농업인이 신청하지 않는 걸 어쩌란 말입니까?”

공무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정책사업에 여성농업인들의 참여가 저조하다고 물으면 오히려 하소연을 늘어놓기 바쁘다. 남녀모두 정책사업의 수혜대상이지만, 여성농업인들이 참여하지 않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과연 이 모든 게 여성농업인만의 문제일까.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성장가능성 있는 농촌의 544개 경영체를 ‘6차산업 인증사업자’로 지정했다.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맞춤형지원을 실시하는 등 사실상 인증사업자를 중심으로 6차산업 정책을 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여성농업인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6차산업 관련 사업마저도, 다른 대부분의 농식품부 정책사업과 마찬가지로 남성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증사업자 중 남성은 373명이고 여성은 171명으로, 약 7:3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인증사업자로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이 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 더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남녀 구분없이 신청을 받고 일정 수준의 평가를 거쳐 인증사업자를 지정하기 때문에 여성농업인 확대를 강제할 수는 없다”며 “현재 농촌에서 여성농업인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낮은 수준으로 생각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차별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정책 수혜가 남성에게 집중되거나, 혹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를 개선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김둘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대부분 공무원들은 여성들이 참여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많이 보인다”며 “6차산업 인증사업자의 경우도 결과적으로 남성비중이 높을 것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면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통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오미란 지역고용정책연구원 전문위원도 “농업의 6차산업 종사자 대부분이 여성농업인들인데 인증사업자 비중이 낮다는 것은 인증조건 등에서 의도하지 않은 ‘성별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실제로 6차산업 인증사업자의 경우에도 사업계획서 심사기준에 재원조달계획이나 연차별 투자계획 등을 평가하도록 돼 있는데, 담보력이 약한 여성농업인은 아이템이 좋아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역시 “아직 가부장적인 농촌사회에서 여성이 대표자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고, 사회생활을 많이 해보지 못한 여성농업인들은 서류작업 등 행정적인 업무에서 남성보다 불리한 부분이 있다”며 “201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가공과 직거래 판매 등 여성농업인들의 6차산업 종사 비중이 매우 높았는데, 농식품부가 일정규모 이상의 인증기준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규모가 작은 여성농업인들은 정책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성별영향분석평가란

주요정책 성차별 요인 분석·평가
강제사항 아니라 분석 건수 저조


정부 주요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성 차별적 요인들을 분석·평가함으로써 정부 정책이 성평등 실현에 기여토록 하는 제도를 ‘성별영향분석평가’라고 한다. 2005년부터 정부 사업의 경우 담당공무원이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해왔고, 2011년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제정된 이후 법령과 계획으로 평가대상이 확대됐다.

매년 여성가족부 주도로 성별영향분석평가가 실시되는데, 법령의 경우 제·개정 시 반드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실시토록 하고 있다.

반면 계획이나 사업은 해당 부처의 적극성을 요한다. 3년 이상 주기로 수립되는 중장기 계획과 정부의 정책사업에도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해야 하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보니 분석건수가 많지 않다.

성별영향분석평가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매년 여가부에서 지침을 만들어 행정기관에 발송하고, 해당부처는 그 지침을 근거로 분석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여가부에 제출한다. 여가부는 검토의견을 다시 해당부처에 보내고, 해당부처는 검토의견에 대해 수용, 불수용, 일부 수용 등 반영결과를 다시 여가부에 제출하게 된다. 연초가 되면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지난해 분석평가 결과를 취합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국회 보고 및 대국민 공포를 하게 된다.

현재 여가부는 원활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위해 담당공무원 교육은 물론 부처마다 컨설턴트를 지원하고, 고위직 공무원을 ‘분석평가 책임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성별영향분석평가

타부처 대비 양호 불구 “형식적 운영” 한계

분석 용이한 작은 사업 대부분

정작 주요정책사업 점검 안돼
담당공무원 관심·노력 급선무

농식품부의 ‘성별영향분석평가’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성별영향분석평가에 소극적이고 분석과제도 적은데 반해, 농식품부는 분석과제가 많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기준 분석평가 사업과제 수가 많은 상위 중앙행정기관은 여가부 27개, 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 8개, 고용노동부 7개, 농식품부·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 6개 순으로 조사된 바 있다.

김둘순 박사는 “44개 중앙행정기관이 실시한 분석평가 사업과제는 2014년 기준 총 145개로, 대부분 1~2건에 그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중앙행정기관이 성별영향분석평가에 소극적인걸 감안하면 농식품부는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질적으로 보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올해 농식품부가 실시한 사업 분석과제를 살펴보면 △영농도우미 인력지원사업 △가사도우미 인력지원사업 △후계농업인경영육성 △귀농귀촌 활성화 △농업농촌 교육훈련 지원 등으로, 여성농업인 육성과는 관련성이 낮은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김둘순 박사는 “예산도 많고 파급력도 있는 농식품부의 주요정책에 대해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실시해야 하는데, 단순히 분석평가가 용이한 작은 사업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농식품부는 여성농업인 육성 근거를 갖고 있는 부처로서,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 향상 등 정책목표와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성농업인 육성과 성별영향분석평가는 모두 농촌복지여성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결국 담당공무원들의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타 부서의 사업을 평가·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고위직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원활한 업무 추진이 가능하다. 여가부가 ‘분석평가 책임관’을 지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공무원 교육참여 현황을 보면 농식품부의 경우 실무자들만 교육에 참여했을 뿐이고, ‘분석평가 책임관’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교육을 받지 않았다. <끝>

 
 

▲전문가 진단/오미란 지역고용정책연구원 전문위원
"사업별 평가결과·환류과정 공개를"

중앙정책, 지방정책에 영향 막대
정책 모니터링 민간 참여도 중요

성별영향분석평가는 정책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성별 불평등이 발견될 경우 이를 개선하여 정책만족도를 높이고 정책의 품질을 개선하는데 있다. 따라서 정책평가 대상은 성별 격차가 예상되는 정책, 예산규모가 큰 정책, 정책 수혜자의 범주가 큰 정책 등으로 선정되어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성별영향분석평가 과제가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고 정책담당공무원들에 대한 성인지 교육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정책의 성별영향평가가 중요한 중앙부처는 오히려 성인지 교육이나 성별영향분석평가에 대한 참여가 더 소극적이다. 이것은 중앙정부의 정책지침이나 예산의 배분이 지방정부의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정책의 성평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성별영향평가 분석 과제를 더욱 확대하고 이를 성인지 예산 수립과 법의 제·개정, 지침의 개정 등과 연계하여 정책환류 성과를 높이는 것은 국가 전체의 성평등 추진에 핵심적 관건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성별영향분석 평가에 중앙부처의 타부서에 비해 과제 수나 심층평가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성과는 미미하다. 성별영향평가 과제가 정책의 환류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과제 수나 양적인 척도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향후에는 성별영향분석평가 결과의 공개와 더불어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한 성인지 예산과의 연계나 정책환류 성과를 공개하고 모니터링하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모니터링은 민간의 영역이다. 즉 성별영향평가의 성과가 제대로 반영된 성평등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성별영향분석평가에 대한 민간의 관심과 참여가 핵심적인 과제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과제 중 가장 비중있게 다뤄져야 할 과제는 각종 농어촌개발 사업, 6차 산업관련 지원사업, 농기계 관련 사업, 영농기술 관련 교육 사업 등이다. 이는 이들 사업이 규모도 크고 마을주민과 농촌 공동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책의 결과가 주민 삶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과제 수가 몇 개인지가 아니라 정말 중요한 사업이 과제로 선정되었는지, 평가 결과 사업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개선하기 위해서 사용된 정책도구(예산, 지침개선, 법의 제개정)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모니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담당 공무원만이 아니라 여성농업인 단체에서도 성인지 정책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이를 제대로 실현하도록 하기 위한 모니터 활동을 통해 정책의 성과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