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특성' 고려없이 설계

▲ 여성농업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과정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여성농업인 농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회계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지난해 여성농업인 1/3 교육받아
참여 활발하지만 실상은 허술
장류 만들기 등 가공교육에 편중
성과관리도 참여율 파악이 전부

6차산업 관련 교육 늘려 차별화
학점은행 연계로 역량 강화
해당분야 전문가로 키워야


39만2052명.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농업교육을 받은 여성농업인을 추산한 숫자다. 여성농업인 수가 약 91만명(통계청 2013년)임을 감안하면 전체 여성농업인 중 1/3이 넘는 인원이 교육을 받은 셈이다. 언뜻 보면 여성농업인 교육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에서 실시한 ‘현장실습교육’은 전체 3696명의 교육생 중 여성농업인이 1704명으로 46.1%를 차지했다. ‘우수교육과정 발굴육성(공모)’의 경우에도 전체 1만4595명의 교육생 중 25.6%인 3737명은 여성농업인으로 조사됐다. 남녀 구분없이 진행된 농업인 교육에서 여성농업인들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농업인교육이 여성농업인의 특성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정교육에만 여성농업인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교육에 대한 성과관리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실습교육’ 중 장류와 장아찌, 효소 만들기와 같은 가공관련 교육에만 여성농업인들 비중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편중돼 있고, 성과관리라고는 교육별 여성농업인 참여율 파악이 전부인 상황이다.

강원도 철원에서 화훼농사를 짓고 있는 이윤희(38) 씨는 “지인들을 통해 교육정보를 얻거나 교육기관에서 보내 주는 정보를 통해 교육을 선택하고 있다”며 “현재 농업인 대상 교육 대부분이 남녀구분 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성농업인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6차산업과 관련한 교육을 차별화해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농식품부 교육사업 대부분을 도맡아 추진하는 농정원의 경우 여성농업인만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여성농업인 혁신인재비즈니스 아카데미(25명)’와 ‘여성농업인 농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회계교육(180명)’이 전부다.

이와 관련 농정원 전문인재실 김성아 실장은 “대부분의 농업인교육은 여성농업인을 고려하지 않고 주제별로 설계돼 있다”며 “여성농업인 교육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선 교육설계 단계부터 여성농업인의 특징과 요구사항 등을 고려해 교육방식에 반영하는 등 맞춤형 교육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여성농업인들이 선호하는 교육을 중심으로 성과분석 등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농업인들의 선호도가 반영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여성농업인만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성과가 좋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며 “성과분석 연구를 통해 여성농업인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의 근거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학점은행’과 연계해 여성농업인 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점은행과 연계된 교육과정 관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오미란 지역고용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단순히 교육 후 수료증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점은행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관련 교육을 받고, 향후 학위나 자격증을 취득해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교육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여성농업인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은미 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역시 “대부분의 교육이 여성농업인이라는 ‘사람’중심으로 이뤄지지 않고, ‘기능’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여러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여성농업인 개개인별로 교육수요와 수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 임기창 사무관은 “여성농업인 육성을 위해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있고, 현재 수립 중인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5개년 계획’에 여성농업인 교육과 관련된 지원내용이 최대한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며 “특히 여성친화형농기계 교육과 같이 새롭게 수요가 있는 교육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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