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람 즐기고 병원비 걱정 뚝
복지 향상·문화활동 누려
충북도 사용자 84% "만족"
경기·강원도로 확대 시행

농식품부 "유사사업·형평성 문제" 난색 
전국사업에 300억이면 가능 '의지 부족'

▲ 이명재 씨가 자신의 행복바우처 카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요즘에는 영화를 소개해주는 TV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이 가요. 시내에 나갈 일이 있으면 재미있는 영화가 있는지부터 확인하죠. 남편과 영화를 보면서 부부 금실도 좋아진 것 같아요.(웃음)”

충주시 신리면 대화리 동화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명재(59) 씨는 최근 남편과 함께 영화 ‘명량’과 ‘암살’을 관람했다. 농촌에 시집와서 영화관람은 꿈도 꾸지 못했던 이 씨의 삶이 바뀐 건 불과 3년 전, 행복바우처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질적인 허리통증에 시달렸던 이 씨는 행복바우처 사업 이후 건강도 많이 나아졌다. “예전 같으면 아파도 참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이제는 행복바우처 카드로 병원비를 결제할 수 있으니까 병원도 자주 가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기도 해요. 몸이 안 아프니까 그게 정말 좋아요.”

‘행복바우처’ 사업은 여성농업인들의 만성질환 예방·치료를 통한 복지향상과 문화활동 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2012년 충청북도에서 처음으로 시작됐고, 현재 경기도와 강원도로 확대돼 시행 중이다.

충북도의 경우 카드금액을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인상하고, 1만5000여명으로 시작한 사업대상도 3만6000여명까지 확대했다. 올해 충북도가 투입한 예산은 불과 18억원. 여성농업인 자부담 2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예산은 도와 4:6으로 매칭하는 시군에서 부담한다. 사용처는 병원과 약국, 영화관, 미용실 등 14곳으로 제한되고, 농협에서 카드를 발급받아 3월부터 12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내 여성농업인의 약 60%에 해당하는 3만6000여명의 여성농업인이 행복바우처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여성농업인의 건강관리와 문화복지 향상 외에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문화인프라 확대 등 다양한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사업시작 4년 만에 사업대상 인원이 2배 넘게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고, 타 지자체에서도 사업지침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충북도에서 지난 9월 여성농업인 2040명을 대상으로 벌인 만족도조사에 따르면 84%가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여성농업계는 행복바우처 사업을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대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산과 유사사업 중복,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는 상황.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행복바우처 사업과 유사한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을 하고 있고, 우리 부에서도 찾아가는 행복버스 등을 통해 문화공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도시 빈곤층이나 남성 농업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성농업계 관계자는 “1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충북도를 고려할 때 전국사업에 필요한 경비는 300억원 남짓이면 가능하다”며 “보건·복지·교육·정주생활기반 등 각 분야에 걸쳐 도농간 격차를 해소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농어촌’을 구현하기 위해 5년간 46조5000억원을 투·융자할 계획을 밝힌바 있는 정부 입장에선 큰돈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예산보다는 의지의 문제라는 것.

유사사업과 형평성 문제도 정부의 회피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문체부 사업은 지원대상 자체가 다르고, 농식품부 사업의 경우 단순히 농촌에 찾아가서 문화공연을 보여준다고 해서 행복바우처 사업과 유사하다고 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특정영역에 소외된 부분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형평성 운운하는 것도 행복바우처 사업을 하지 않기 위한 회피전략에 불과하다. 그런 식의 형평성이라면 소외계층이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농식품부가 나서 행복바우처 사업효과에 대한 정책연구를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예산당국을 설득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그동안 기능중심으로 정부 정책이 추진되면서 비효율을 야기해 왔는데, 이제는 지역과 사람이 함께 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여성농업인 문화복지 향상을 비롯해 지역경제 활성화, 도농격차 해소 등 행복바우처 사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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