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지난 18일 국회 본청에서 진행한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김춘진 aT 사장(사진 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TRQ 제도 개선 등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본청에서 진행한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김춘진 aT 사장(사진 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TRQ 제도 개선 등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는 지난 18일 국회 본청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의원들은 TRQ(저율관세할당) 품목 수입, 수매·비축 등 aT가 추진 중인 농산물 수급안정 사업이 농가 소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또 농수산식품 수출 지원에 대해 우리 농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아울러 오는 11월 30일 공식 개장을 앞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과 관련해서도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수급조절위 심의 거치지도 않고
자국상품 보호 취지 외면 추궁

▲농가에 피해주는 수급안정 사업=이번 국감에선 농산물 수급 및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TRQ 품목 수입이 확대되면서 소득 감소 등 농가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aT의 TRQ 품목 수입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 의원은 “각종 생산비 폭등으로 농업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농산물 가격이라도 제대로 받아야 하는데, 농산물 가격 상승이 우려되기만 하면 정부가 가격 안정,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TRQ 물량을 들여온다”라며 “TRQ 물량 수입이 해당 품목에 대한 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농민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기구 의원은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TRQ 품목을 도입할 때 제대로 된 심의조차 거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어 의원은 “TRQ 품목 도입 시 수급조절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2022년 두 번, 올해 두 번 개최한 것이 전부”라며 “이마저도 TRQ 물량이 국내로 들어온 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부터 잡아야지 양파 등 농산물은 물가지수 가중치가 1% 수준으로, 농가만 희생하고 물가는 잡을 수 없다”라며 “TRQ 품목 수입국인 중국 농가들만 도와주는 꼴이 된 TRQ 물량 수입을 전면 중지하고 발동 규정과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위성곤(제주 서귀포) 의원도 TRQ 품목 수입으로 인한 농가 피해 문제를 거론했다. 위성곤 의원은 “관세법에 TRQ 제도는 수입 물량으로부터 자국 상품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나와 있는데 aT가 이 제도를 악용해 잘 못 운영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물가상승 시마다 농산물에 대한 TRQ 물량 증량과 도입으로 실제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농가소득이 줄고 있다”고 언급했다. 위성곤 의원은 또한 “TRQ 제도를 만든 이유가 우리 농가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오히려 농가 소득을 감소시키고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에 aT의 책임도 있다”라며 “TRQ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해당 품목 출하기에는 도입을 하지 않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원들의 의견에 대해 김춘진 aT 사장은 “TRQ 품목 도입과 관련한 수급조절위원회 심의는 효율적으로 활성화 하도록 하고, 국내 농가에는 과잉생산했을 때 수매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국감에서는 aT가 추진하는 농산물 수매·비축 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이양수 국민의힘(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은 “농산물 비축사업에 많은 돈을 쓰면서도 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밥상 가격, 김장철 물가를 못 잡았다”라며 “지난해 9월 대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김장 물가도 이 수준에서 올라야 하는데 7.7%(10월 기준)까지 올랐다는 사실은 aT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농산물 수출시장·품목 다변화
공동 물류시스템 구축 제안

▲새로운 수출 전략 마련 필요=수출시장과 품목 다변화 등 새로운 농산물 수출 확대 전략 마련에도 aT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당부도 잇따랐다.

정희용 국민의힘(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은 “지난 5년간 수출실적을 보면 미국, 중국, 일본 3개국에 46%가 집중돼 있고, 2017년에도 이 3개국 수출 비중이 44% 였다”라며 “수출시장과 품목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aT에서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희용 의원은 아울러 “WTO 합의 때문에 2024년부터 수출물류비 직접보조가 힘들어지는데, 이것이 없어지면 농가가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서 “aT가 또 다른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럽시장에 대한 신선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공동 물류시스템 구축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위성곤 의원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농산물 품질이 좋은 수준을 유지하는데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전략의 문제로, 친환경적인 재배와 안전성 등을 놓고 보면 유럽무대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콜드체인 구성이나 공동 물류센터 등이 대부분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돼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와 관련 김춘진 aT 사장은 “aT가 예전 네덜란드에 물류기지를 만들었다 철수한 후 이를 반면교사 삼아 항만공사에서 진출해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며 “항만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은 지난 7~10일 독일에서 열린 아누가 식품박람회 참가 과정에서 불거진 통관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삼석 의원은 “aT가 독일 통관에 걸려 한국 기업의 전시관 일부가 텅 빈 채 운영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런 문제에 대비하는 매뉴얼이나 훈련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들에게 규정 범위 내에서 보상을 하고 책임자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도매시장 준비 만전
해킹 대비 보안 강화 요구도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철저한 준비를=aT가 오는 11월 30일 공식 출범을 앞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개설자인 만큼 농해수위 의원들은 aT에 철저한 준비를 주문했다.

온라인도매시장 운영의 법적 기반이 되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홍문표 국민의힘(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확실하게 만들면 5단계, 6단계였던 농산물 유통과정이 2단계, 3단계로 줄어 그 이익이 소비자와 생산자들에게 돌아간다”며 “이제는 현상 유지하는 제도로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 농업을 끌고 갈 수 없는 만큼 현재 국회 계류돼 있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aT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용 의원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농산물 거래인 점을 고려해 해킹 등 보안문제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정 의원은 “농산물 온라인시장이기 때문에 해킹의 위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aT가 지난 5년 동안 해킹 피해를 입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으나 많은 해킹 시도는 있었던 만큼 보안 문제는 더 각별하게 챙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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