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와 쌀 가공산업 ②식량안보를 위한 제도정비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든든한 식량안보를 위한 제도정비와 소비촉진을 위한 가공산업 활성화 등이 강조된다. 사진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행사장에서 쌀 가공식품을 둘러보고 있는 장면.

식량 안정적 확보 법적근거 마련
위기 상황에 선제적 대비토록

기본계획 5년마다 수립하고
총리소속 식량안보위원회 구성
식량안보 관련정책 심의·조정 

안정적 식량비축과 수급은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다. 이런 측면에서 식량안보법 제정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식량안보법을 통한 범정부 차원의 일괄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국제적 분쟁과 장기적으로 남북통일을 대비한 안정적 식량수급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현재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식량안보 특별법안’을 발의해 주목받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고창)이 발의한 ‘식량안보특별법’은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하기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이 법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식량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과 정책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식량자급률 목표를 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 및 기본계획을 수립토록 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아울러 향후 남북통일에 대비한 식량비축 근거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윤준병 의원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식량안보특별법’ 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량안보법은 범정부 차원의 식량안위원회 구성을 비롯한 식량의 안정적 확보 및 공급촉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제1조(목적)에서 식량위기에 대비하여 식량의 안정적 확보 및 공급 등 식량안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증진과 경제안보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제5조에서 정부가 식량안보 강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토록 했다. 또한 제6조에서 국무총리 소속의 식량안보위원회를 구성토록 함으로써 범정부 참여의 위상을 확보했다.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주요 시책과 그 이행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장관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맡는다. 여기에 외교부·통일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환경부장관 등이 당연직 위원이다. 식량안보 관련 교수 등은 위촉위원으로 참여한다. 또한 실무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효율적 사무 처리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사무국을 두고 운영토록 했다.

식량비축(제12조)을 위해 국민 전체가 6개월 이상 먹을 수 있는 양의 곡물을 비축토록 했다. 특히 통일대비 쌀 비축(제13조)이 주목된다. 남북한 통일시 식량부족에 대비해 120만톤의 쌀을 상시 비축토록 규정한 것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60만톤을 비축하면서 2년이 경과하면 가공용 쌀로 방출토록 했다. 이는 통일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제14조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양곡을 무상 제공토록 규정해 쌀 소비 범위를 넓혔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또는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사람 등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식생활과 밀접한 식품산업 지원(제15조) 근거를 마련해 국산원료 사용을 유도토록 했다. 국내 식품업자가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는 것이다.

 


‘식량안보 특별법’ 발의한 윤준병 민주당 의원
“우리나라 식량자급률 44%…식량안보 취약”

윤준병 국회의원
윤준병 국회의원

쌀 외 주요 곡물 수입 의존
곡물자급률 21% 수준 불과
식량안보 강화시스템 시급

정부가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 
구체적 실천전략·계획 세워야

-식량안보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긴 했지만, 식량안보를 규범화하고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들은 명쾌하게 정리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은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고 있지만, 밀·콩·옥수수 등 나머지 주요 곡물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등 식량안보가 상당히 취약하다. 실제로 식량자급률은 44%, 곡물자급률은 21% 수준에 불과해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식량안보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식량안보 위협,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식량안보 동향, 농업정책의 변화, 긴급 비상상황 발생 등에 따라 적절한 법적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안보는 비상시를 대비하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번 특별법안의 주요내용이 궁금합니다.

“핵심 목적은 국가와 국민의 식량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식량안보와 식량위기를 정의하고,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정부의 책무를 규정했다. 우선 정부는 식량자급률 목표를 명시적으로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긴급한 위기를 대비해 일정량의 비상식량을 저장하고, 통일을 대비한 식량 비축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지속적인 농업 기술의 연구 및 개발, 국제적인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들 간의 협력과 연대를 구축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 특히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주요 시책과 그 이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식량안보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기재부와 농식품부, 행안부, 외교부, 산자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면 식량안보와 관련된 정책 및 대응 전략을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식품산업 지원 규정을 함께 담았다. 식량안보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관련 식품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식량안보를 위해 공공비축 확대 방안도 담겼는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공공비축양곡을 비축하는 것은 식량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다. 어느 정도 물량으로 비축할지 여부는 국가의 재정상황이나 식량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비교해 정책적으로 결정해야할 사안이다. 세계식량기구(FAQ)에서는 연간 쌀 소비량의 17~18% 수준을 비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100만톤 수준의 쌀을 비축하는 것을 목표로 매년 20만톤 수준을 매입하고, 중국은 주산지는 3개월, 주소비지는 6개월분의 비축을 목표로 비축목표량의 20~30%를 매년 매입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 ‘식량안보특별법안’에서는 공공비축 양곡의 비축물량을 국민 전체가 6개월 이상 먹을 수 있는 양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아울러 향후 남북통일에 대비해 120만톤의 쌀을 상시적으로 비축·유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하여 매년 60만톤의 쌀을 비축하도록 했다. 통일 후 북한 지역의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 및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후 2년이 지나면 가공용으로 공급함으로써 든든한 식량안보는 물론 산업활성화와 소비촉진 등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식량안보특별법 제정을 위한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식량주권은 국가 안보의 핵심이며, 국민의 생존과 복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 개발을 촉진하고, 식량공급 체인을 안정화하며, 비상 대응 체계를 구축해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각도의 활동이 필요하지만, 우선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입법 활동부터 충실히 하고자 한다. 특별 법안에 더해 지난 3월 말 공공비축양곡 중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밀’과 ‘콩’을 법률에 상향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밀·콩의 수급관리 및 식량안보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서 식량안보특별법 제정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지만, 이를 계기로 공론화가 진행되면 식량안보를 규범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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