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와 쌀 가공산업 ①프롤로그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증가하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곡물주산지인 미국과 호주, 아르헨티나 등이 올해 고온 건조한 날씨로 수확량은 평년을 밑돌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거래에 제동이 걸린 점도 위협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1% 수준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다. 다행히 국회에 식량안보법 제정안이 발의돼 주목받고 있다. 쌀의 경우 매년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반해 쌀 가공산업은 다양한 제품개발과 함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식량안보법 분석과 함께 안정적 수급방안 및 쌀 가공산업 사례를 6회에 걸쳐 조명한다.
 

기후변화로 생산량 줄고 러우 전쟁에 국제 곡물거래 제동나라별 ‘식량안보 강화’ 나서

급격한 기후변화와 미·중 갈등에 의한 국제정세 악화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 21% 수준으로 해외의존도가 높아 자급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벼 수확장면. 
급격한 기후변화와 미·중 갈등에 의한 국제정세 악화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 21% 수준으로 해외의존도가 높아 자급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벼 수확장면.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함께 안정적 수급을 담보할 수 없게 되면서다. 곡물 주산지인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 다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해 전쟁 시작 이후 안정적 곡물거래가 어려워졌다. 러시아가 지난 7월 ‘흑해 곡물 수출협정’을 중단하자 항구봉쇄에 따른 수출제한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일시 상승했다.

중국은 안정적 곡물확보가 위협받자 곡물 수출을 금지하고 자국 생산을 원칙으로 하는 제도강화에 나섰다. 일본도 식량자급률 향상을 외치며 수급안정을 위한 제도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지난 8월 일부 쌀 수출을 금지하면서 자국중심 관리에 나서 긴장감을 높였다. 인도는 세계 쌀 무역량 5600만톤 가운데 2200만톤(40%)을 수출한다.

우리나라는 다소 느긋하다. 수입 비중이 높은데도 국내 자급기반 향상보다 수입선 안정화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물론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경영안정 강화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목표는 기초식량 중심의 자급률제고와 안정적 해외공급망 확보 등이다. 또한 품목별 자급목표를 정해 관리하고 있다. 2027년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 27%, 열량(칼로리) 자급률 50%가 목표다. 품목별로 쌀 98%, 보리 33.1%, 밀 5%, 콩 11.6%, 옥수수 1.7% 등이다.
 

자급률 향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재배면적 확대가 필요하다. 식량안보지수도 2021년 71.6으로 세계 32위였으나 지난해 70.2, 39위까지 밀려났다. 하지만 매년 개발 등으로 농경지가 감소하는데다 태풍과 집중호우, 냉해 등의 재해가 끊이지 않는다. 쌀 재배면적은 2008년 93만6000ha에서 2020년 72만6000ha로 줄었다. 

여기에다 한·미·일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 가능성이 대두되는 점도 불안요소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에 따르면 국내 열량자급률은 35% 수준으로 국내 곡물수송로 봉쇄나 전쟁 등의 비상상황에서 2개월 밖에 자급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민주당 윤준병 국회의원이 6월 29일 식량안보법 제정안을 발의해 주목된다. 국가가 식량안보 계획을 수립해 운영하는 것으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기재부와 농식품부 등 범 부처가 참여하면서 실무는 농식품부가 집행하는 방안이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재단 명예이사장은 “중국과 일본 등이 자국의 식량안보에 철저히 준비하는 것을 감안할 때 국내 식량안보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외국사례

일본 ‘식료·농업·농촌기본법’ 전면개정...내년 법제화 예정
중국 '식량성장책임제' 시행...‘식량안전보장법안’ 심의 중 

평상시 안정적 식량 마련 초점

▲일본=일본의 식량안보는 1999년 제정된 ‘식료·농업·농촌기본법’에 근거한다. 제2조에서 식량의 안정적 공급확보를 규정하고, 제19조에서 유사시 식량안전보장을 명시했다. 물론 수급안정을 위한 수입 및 보관 규정이 있다. 이는 농업의 지속적 발전과 농촌 진흥을 통해 식량의 안정적 공급 및 다원적 기능을 발휘하는데 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기시다 총리가 법 개정을 지시하면서 전면 개편이 진행 중이다. 내년 법제화할 예정으로 지난 5월 중간보고서가 나왔다. 식량안전보장 강화와 스마트 농수산업, 농식품 수출촉진, 농림수산업의 녹색화 등이 핵심 방향으로 제시됐다.

가장 우선하는 것은 식량안보다. 국민 한사람이 건강한 활동을 하는데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평상시에 안정적 식량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식량자급률 현황파악과 과제 명확화, 식량안보 수치목표 설정 등이 과제로 보고됐다. 법(2조 4항)에서도 유사시에 대비해 국가는 국민이 최저한도로 필요한 식량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식량증산, 유통제한, 기타 필요한 시책을 강구토록 했다. 유사시 식량안전보장 매뉴얼을 비치하고 있다.


자국 중심 생산량 확보 주력

▲중국=중국의 식량안보 체계는 국내 생산, 비축, 수출입으로 구성된다. 핵심은 국내 생산. 여기에 식량비축제도 구축과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수입확대 및 수출규제 등을 적절히  활용한다.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 역할을 중시하는데 1994년부터 각 성의 행정책임자가 식량수급과 가격안정을 책임지는 ‘식량성장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량안전보장법안’ 심의가 진행 중이다. 초안은 11장 69조로 구성되는데 국가의 식료안전을 위해 자국 중심으로 국내에서 생산량을 확보하고 적정 수입을 더해 과학기술이 뒷받침하는 식료안전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다. 목표는 곡물의 기본자급과 주식의 안전성 확보다. 

식료생산은 종자 자급에서 시작한다. 종자보존고를 건설해 양질의 유전자원을 지키는데 각 성에서 종자비축제도를 마련토록 했다. 이를 통해 밀, 두류 등의 식료생산이 2012년 6억톤을 넘어 계속 증산중이다. 2021년 비료원료인 요소와 인산암모늄 수출을 규제해 국내 생산을 우선함으로써 2022년 6억8653만톤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철호 (재)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
“기후변화로 재해 상시화...식량안보법 제정 시급”

저소득층에 쌀 무상지원
통일 대비 통일미 상시 비축
수요창출-소비확대 모색을

“기후변화로 재해가 상시화 되는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미·중 갈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면 곡물자급률이 급격히 떨어지는데다 곡물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식량안보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이철호 (재)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당시 국제 곡물운송이 일시 중단된 것은 물론 미·중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국내 곡물수송로인 남중국해가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됐다”며 곡물수급의 불안정성을 진단했다. 특히 대만해협이 막힐 경우를 심각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열량 자급률이 2018년 35%로 추정되는데 이같은 수준으로는 항로 봉쇄나 전쟁 등의 비상 상황 발생시 두 달 이내에 국민의 3분의 2가 굶주림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철호 명예이사장은 “세계 곡물자급률은 평균 100.3%로 자국에서 생산해 수급안정을 꾀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해외 의존도가 높다”며 “경지면적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2010년 식량안보연구재단 설립 이후 매년 세미나를 통해 식량안보의 중요성과 위기를 경고했는데도 정부나 국민의 관심이 높지 않다”며 “기후변화와 미·중 패권경쟁이란 위기가 대두되는 등 식량안보법 제정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식량안보재단이 지난해 마련한 식량안보법 초안의 핵심은 2가지다. 식량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을 바탕으로 인구 7%에 이르는 저소득층의 쌀 무상지원과 향후 남북통일에 대비한 통일미 120만톤을 상시 비축하는 것이다. 쌀의 경우 소비가 감소하므로 수요창출과 소비확대 정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했다. 

먼저 저소득층 쌀 무상지원은 이들에게 1인당 월 10kg의 쌀이나 가공제품을 공급해 밀가루를 대체하는 것이다. 이는 현행 복지예산의 1% 미만으로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통일미도 남북통일 시 150만톤이 부족한데 대비해 120만톤을 상시 비축하는 것이 골자다. 연간 60만톤을 2년 동안 보관한 뒤 가공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이다. 이철호 명예이사장은 “안정적 식량수급을 위한 식량안보법 제정에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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