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와 쌀 가공산업 ⑤ 거류영농조합법인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거류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에서 쌀국수와 쌀파스타를 판매하며 국산 쌀 소비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거류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에서 쌀국수와 쌀파스타를 판매하며 국산 쌀 소비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조합원 쌀로 만드는 쌀국수·쌀파스타

쌀 소비방안 찾아 나서
조합원 생산 쌀 사용 원칙

국수에는 ‘새고아미’ 사용 
파스타는 ‘새미면’으로
품종 차별화해 품질 제고

경남 고성군 거류면에 위치한 거류영농조합법인(대표 손상재)은 쌀국수와 쌀파스타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 쌀농사를 짓는 조합원 5명에 의해 설립된 거류영농조합법인은 조합원이 생산한 쌀을 전량 사용한다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쌀농사만 짓던 농업인들이 직접 쌀가공업체를 세우고 운영하게 된 계기는 쌀값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해마다 가격 변동이 컸고, 생산비에 미치지 못한 가격을 받을 때도 있었다. 밥쌀용 품종이 아닌 쌀가공 전용 품종을 재배하면 조금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재배 품종을 전환했는데, 업체에 쌀을 납품하고 정산 받지 못하는 등 수금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쌀농사를 짓는 5명이 직접 쌀가공업체를 운영을 통해 쌀 소비 방안을 찾기로 한 게 거류영농조합법인의 설립 계기가 됐다. 
 

거류영농조합법인은 2014년 가공공장을 준공한 이후 쌀국수와 쌀파스타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쌀국수의 경우 멸치맛과 해물맛, 시금치 등 세 가지 종류이고, 면 중 쌀 함유가 76%로 시중의 쌀국수 제품보다 월등히 높은 게 장점이다. 주목할 점은 쌀국수의 원료다. 거류영농조합법인은 쌀국수 제조에 ‘새고아미’를 사용하고 있다. 새고아미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쌀국수 전용 품종으로, 아밀로스 함량이 25% 이상으로 탄력이 좋은 게 특징이다. 

쌀파스타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파스타의 섭취가 늘자 파스타면의 원료인 통밀을 쌀로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쌀국수와는 다르게 ‘새미면’ 품종을 사용하고 있다. 새미면 역시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쌀파스타 전용으로 개발한 품종으로, 아밀로스 함량(26.7%)이 높고, 분상질률이 65.7%로 높아 분쇄가 잘 되고 반죽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거류영농조합법인은 쌀국수와 쌀파스타 생산에 전용 품종인 새고아미와 새미면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역의 농가들과 계약 재배를 통해 쌀을 수급한다. 현재 총 4개 농가(총 면적 35ha)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고, 연간 180톤의 쌀을 수매해 사용하고 있다.

손상재 거류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조합원이 생산한 쌀을 수매해 쌀국수와 쌀파스타 등의 쌀가공제품 생산에 사용한다는 거류영농조합법인의 원칙은 설립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농가는 고정적인 소비처가 있으니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게 되고, 회사는 원료를 일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등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시장 흥행 발판 삼아 해외로

거류영농조합법인은 올해 2월 미국으로 쌀국수 수출을 시작으로 수출량을 점점 늘리고 있다. 
거류영농조합법인은 올해 2월 미국으로 쌀국수 수출을 시작으로 수출량을 점점 늘리고 있다. 

‘맛 좋고 취식 간편’ 인기 
미국 등 수출시장 진출 성공

거류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한 쌀가공제품은 국내의 경우 공용홈쇼핑과 NS홈쇼핑 등의 홈쇼핑이 80%, 나머지 20%는 농협을 포함한 도매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쌀국수는 면에 쌀 함량이 높고, 맛이 좋으며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소비자에게 인기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쌀파스타도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온라인과 대형마트에서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쌀국수와 쌀파스타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며 거류영농조합법인의 판매액도 2016년 2억3500만원에서 2017년 3억500만원, 2018년 4억990만원, 2019년 5억원, 2022년 15억원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거류영농조합법인은 국내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에 꾸준히 문을 두들기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식품 관련 해외 박람회에 참가해 쌀국수와 쌀파스타 제품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지난 2022년 12월에 미국에 쌀국수 수출 계약을 성사했고, 올해 2월에 첫 선적을 시작으로 약 31만달러 규모의 수출을 진행했다. 미국으로 수출된 쌀국수는 대표적인 한국식품 브랜드인 아씨 브랜드의 상표를 달고 상표부착생산제품(OEM)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손상재 대표는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하게 수출 박람회와 LA 농수산 한인축제 등에 참여해 개척활동을 펼쳐왔다”며 “우리 땅에서 자란 쌀국수 전용 쌀품종으로 만든 쌀국수 제품을 미국의 소비자들이 맛볼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거류영농조합법인은 앞으로 다양한 쌀가공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건강’과 ‘간편’에 중점을 두고 여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건강의 경우 혈당과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기능성 국수 출시를 목표로 정하고, 인근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는 시금치를 혼합한 국수 제품에 대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아이들부터 시작해 젊은 층과 노년층까지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조리해 섭취할 수 있는 프리믹스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제품들은 대부분 밀가루가 함유돼 있는데 쌀가루로 만든 프리믹스 제품을 출시해 건강과 간편함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 

손 대표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코로나를 거치며 집에서 간단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었고, 건강을 신경 쓰는 소비자가 늘며 어떻게 하면 쌀가공식품의 소비를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 생각난 게 건강식과 간편식이었다”며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만큼 더 다양한 쌀가공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해 국산 쌀 소비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손상재 거류영농조합법인 대표
“가공용-밥쌀시장 구분…가공용쌀 활용 제품 생산 유도해야”

가공적성에 맞는 품종 써야
가공품 상품성·균일화 가능
밥쌀용 잉여물량 이용 안돼

“정부가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쌀가공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가공용쌀 시장과 밥쌀 시장을 나누고 업체들이 가공적성이 우수한 가공용쌀을 사용해 쌀가공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손상재 거류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쌀가공식품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가공적성이 뛰어난 가공용쌀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년간 쌀국수와 쌀파스타 등의 쌀가공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며 가공적성이 뛰어난 쌀품종을 사용해야만 쌀가공제품의 균일성와 상품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손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밥쌀용 쌀의 잉여물량을 이용해 쌀가공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쌀이 남을 때에는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쌀이 부족할 때에는 가격이 불안정하고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또 가공적성에 맞지 않은 밥쌀용 쌀을 사용하면 쌀가공제품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거나 맛 등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국내 쌀가공식품산업이 지속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가공용쌀 수매를 통해 농가는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고, 쌀가공업체들은 균일한 품질의 가공적성이 뛰어난 가공용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식품제조업체들이 제품을 생산할 때 쌀가루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소비량이 많은 라면에 5~10% 가량의 쌀을 섞어 쓰면 맛과 품질에 변화는 거의 없지만, 영양은 풍부해지고 불안정한 쌀 가격의 안정화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손상재 대표는 “국내 연중 쌀 생산량이 350여만톤인데 이 중 10%인 35만톤을 라면 등의 제품에 혼합해서 사용하면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고 가격 안정과 더불어 더 나아가 식량안보의 확립까지 이룰 수 있다”며 “정부가 식품제조업체에 지원을 통해 적극적인 쌀 혼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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