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와 쌀 가공산업 ③ 식량자급률 제고대책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농촌진흥청은 1964년 개청 이후 식량안보와 쌀자급률을 위한 쌀 품종 및 벼 재배기술 연구에 주력해 왔다.
농촌진흥청은 1964년 개청 이후 식량안보와 쌀자급률을 위한 쌀 품종 및 벼 재배기술 연구에 주력해 왔다.

농촌진흥청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 간 시행하는 ‘제3차 농촌진흥사업 기본계획’에서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으로 식량주권 확보’를 제시했다. 9대 추진과제에 포함된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쌀을 비롯해 식량의 안정 공급 기반을 강화하고 수요를 확대하는 이행과제도 설정했다. 특히 가루쌀 등 쌀 가공산업 활성화에 대한 비중을 높여 지속가능한 미래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과제를 추진한다. 


# 쌀 품종개발에 수요자 참여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
‘해들’ 재배면적 1000ha 상회
‘알찬미’도 6050ha 달해
지역별 브랜드쌀 육성 뒷받침

농촌진흥청은 1964년 설립된 이후 ‘식량안보·식량주권’을 최우선 목표로 쌀 자급기반 기틀을 다졌다. 1970년대 다수확 ‘통일벼’ 품종을 대표로 녹색혁명을 완성했고, 쌀 신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품질혁명’을 보였다. 

농촌진흥청은 특히 안정적인 쌀 생산 기반을 다지면서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 ‘수요자 참여형 품종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쌀 품종 개발 단계에 지역의 농촌진흥기관과 생산인 농업인, 유통업자, 소비자들이 참여해 의견을 제안하면 연구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또한 2024년까지 외래 벼 품종 재배 면적을 1만ha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계 품종을 대체하는 신품종을 개발·발굴해 지역 브랜드쌀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대표적으로 고시히카리를 대체한 해들(임금님표 이천쌀), 아끼바레를 대체한 알찬미(임금님표 이천쌀)와 나들미·한가득(강화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에 힘입어 해들 품종의 재배면적이 1000ha를 넘어 고시히카리를 완전 대체했고, 알찬미는 2022년 6050ha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정오영 연구관은 “지역별 브랜드쌀 육성을 지원하는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며 “또한 장기재배 품종의 단점을 개선하는 품종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식량안보의 중심축인 쌀의 지역 브랜드 육성과 품종 개발에 수요자가 참여한다. 
식량안보의 중심축인 쌀의 지역 브랜드 육성과 품종 개발에 수요자가 참여한다. 


#쌀 가공 주인공 ‘가루쌀’

밥쌀품종과는 다른 ‘바로미2’
전분 입자 성글어 제분에 적합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 밝혀
재배품종으로 상용화 ‘세계 유일’

제3차 농촌진흥사업 기본계획을 통한 식량주권 확보 중심에는 ‘가루쌀’이 비중 높게 제시됐다. 가루쌀은 제빵, 제과 등 가공에 적합하게 만드는 것으로 밥쌀용 쌀 품종과 전혀 다른 품종이다. 가루쌀의 대표 품종은 ‘바로미2’가 있다. 이 품종은 밥쌀 품종과 달리 전분 입자가 성글게 배열돼 있어 제분에 적합하다.

단단한 정도를 보면 신동진의 1/3 수준이기 때문에 물에 불리지 않고 밀가루처럼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습식용 쌀가루에 비해 손상 전분도 적어 가공에 적합하면서 가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로미2는 또 동계작물과 2모작도 가능하다. 이앙 시기는 6월말~7월초가 적기다. 따라서 중만생 밥쌀의 경우 밀 수확기와 모내기 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밀 재배에 어려움이 따른다. 반면 바로미2는 밀을 정상적인 시기에 수확 후 모내기를 해도 재배할 수 있다. 

가공용으로 사용되는 바로미2는 돌연변이 육종으로 개발됐다. 일반 밥쌀을 화학적 처리를 통해 7000여개의 변이집단을 육성하고, 그 중 일반 멥쌀이 가루쌀로 바뀐 돌연변이 원천소재를 2011년 선발한 것이다. 

가루쌀 품종 개발 연구진들은 맵쌀이 가루쌀로 전환되는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유전자 수준에서 분석해 벼 염색체 5번에 위치하는 배유 전분 알갱이 형성에 관련하는 유전자의 염기서열 변이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처음 개발된 가루쌀 품종에 대한 보완 연구도 지속해 왔다. 지난 2019년 벼에서 주로 발병하는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도열병에 대한 복합저항성을 지닌 품종인 바로미2를 개발한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루쌀 관련 돌연변이 유전자는 18개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가운데 재배품종 단계로 상용화는 한국만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정지웅 연구관은 “일본과 중국도 국내에서 보고한 동일한 유전자에서 유사한 변이를 탐색했지만 품종을 개발하고 상용화하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루쌀 원천기술의 국외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2021년 일본에 특허등록을 완료했고 중국에서는 현재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루쌀 품종 개선과 가공적성 연구
‘바로미2’ 수발아에 민감…재배기술로 억제 가능

재배시기 늦춰 수발아 차단
모내기 6월 하순~7월 초 적합
수발아에 강한 품종 연구도

수확량 제고 연구·재배기술 개발
저장·유통 중 품질 유지 숙제
유산발효 음료 기호도 평가 호평
밀가루 혼합 식빵·라면도 주목

쌀가루 20%가 함유된 라면은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 
쌀가루 20%가 함유된 라면은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 

바로미2는 가공에 적합한 품종이지만 수발아에 민감하고 일반 벼품종보다 수량이 다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발아는 이삭이 달린 상태에서 비오는 날이 연속될 경우 발아하는 현상인데 재배적인 방법으로 억제할 수 있다. 

재배시기를 늦추면 등숙 중후기가 9월 하순에서 10월 사이로 미뤄지면서 수발아가 발생하는 환경을 비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기를 맞추려면 모내기를 6월 하순에서 7월 초에 하면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농촌진흥청은 수발아 문제를 해결하는 품종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정지웅 연구관은 “근본적인 대책은 수발아 하지 않는 가루쌀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수발아에 둔감한 조생종 품종과 교배해 수발아율이 10% 이하인 내수발아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수확량을 높이기 위한 연구와 재배기술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루쌀은 일반쌀에 비해 지방함량이 높아 저장과 유통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루쌀에 적합한 원료곡 저장조건 설정 및 쌀가루 저장·유통 과정에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정지웅 연구관은 “가루쌀은 일반쌀에 비해 포화지방산 비율은 높지만 조지방과 리보플라빈 함량이 많아 열과 빛에 대한 산화 안정성이 낮다”며 “지난해 생산된 가루쌀을 저장하면서 품질 변화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쌀가루 저장성 향상 기술 개발을 위해 저장 중 산패와 악취 등 제어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루쌀에 대한 가공적성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가루쌀을 이용해 제조한 유산발효 음료가 소비자 기호도 평가에서 매우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가루쌀과 밀가루를 혼합한 식빵도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특히 최근에는 라면의 밀가루 사용량 20% 이내에서 가루쌀로 대체해도 품질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결과도 얻었다.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하태정 과장은 “정부는 쌀 소비 촉진과 수입 밀 증가에 대응해 가루쌀 ‘바로미2’ 중심의 쌀가공산업 활성화 정책을 혁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가루쌀라면은 쌀 소비를 촉진하고 수입 밀 증가를 조절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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