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FTA, 핫(Hot)하게 스마트(Smart)하게 맞선다
④평창군 진부농협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진부농협은 산지유통인들에 의해 가격이 좌우됐던 참당귀를 농가와 계약재배를 실시하면서 가격결정권을 가진 것은 물론 농가소득도 높이고 있다. 이주한 진부농협 조합장(사진 오른쪽)과 김광선 진부농협 당귀공선회장이 올해 참당귀 재배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진부농협은 산지유통인들에 의해 가격이 좌우됐던 참당귀를 농가와 계약재배를 실시하면서 가격결정권을 가진 것은 물론 농가소득도 높이고 있다. 이주한 진부농협 조합장(사진 오른쪽)과 김광선 진부농협 당귀공선회장이 올해 참당귀 재배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지역농협과 농가가 자체 수급조절로 가격안정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약용작물처럼 판매처가 다양하지 않고, 소규모 재배농가인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에 위치한 진부농협(조합장 이주한)은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수입개방 및 확대에 대응해 지역농협과 공선출하회가 합심해 자체 수급조절은 물론 판로처 확대로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참당귀 유통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도매시장 상장 안 된 참당귀
상인들이 판매 가격 좌지우지
가격구조 불투명, 등·폭락 심해

공선출하회 통한 계약재배로
유통물량 상당수 수탁사업 전환
경영비 보장 등 농가소득 제고

농림축산식품부의 2021년 특용작물 생산실적을 보면 우리나라 참당귀는 677농가가 457ha에서 재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강원지역이 262ha로, 전체 재배면적의 57%를 차지한다. 생산량의 비중은 더 크다. 2021년 국내 참당귀 생산량은 1225톤으로, 강원지역에서 787톤이 생산돼 전체 생산량의 64%나 된다. 10a당 단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재배면적과 생산량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강원지역 참당귀 재배농가는 판로 걱정이 컸다. 이유는 참당귀는 도매시장에 상장되지도 않아 산지유통인들에 의해 판매가 되고, 가격 결정권 역시 그들이 좌지우지했기 때문. 결국 농가들이 열심히 재배한 참당귀는 상인들이 결정하는 가격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판매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
 

“일반 농산물은 전국 대도시의 공영도매시장에서 경매를 하고 다음날 대금을 수취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참당귀와 같은 약용작물은 전국 3곳의 특정시장에서 판매가 되고, 가격결정은 산지유통인이나 도매상들이 암묵적으로 정하면서 농민들은 아무런 결정권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였다. 그러다보니 불투명한 가격구조는 물론 가격의 등·폭락도 심했다”는 것이 이주한 진부농협 조합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판로와 가격결정 방식이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걸림돌이라는 판단에 진부농협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진부농협은 참당귀 판로확대와 농가소득 제고라는 목표로 2020년산부터 계약재배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진부농협은 농가와 공선출하회를 조직해 계약재배를 통한 유통물량의 상당부분을 수탁사업 형태로 전환했다.

이주한 조합장은 “농가의 수취가격이 중요하다 보니 처음엔 농가 설득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농가들이 참당귀를 재배할 수 있도록 경영비와 일정 수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수매가격을 제시했다”며 “무엇보다 산지유통인이 결정하는 불투명한 가격결정 방식을 농가와 농협이 결정하는 체제로 바꿔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계약재배가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창 참당귀, 농가 소득작물로 재탄생

농가에 계약금·중도금 지급
늦은 정산대금 해결도 힘써

강원 평창의 진부당귀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2007년 지리적표시 농산물 제38호로 등록됐다. 현재 지리적표시 농산물이 113호까지 등록된 것을 보면 진부당귀는 이른 시기에 지리적표시에 등록됐지만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진부농협이 참당귀를 농가의 소득작물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부에서 생산되는 참당귀를 계약재배로 소비처 발굴에 주력한다면 농가의 주요 소득작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공선출하회를 통한 계약재배는 농가로부터 수매한 물량을 거래처 납품 후에 대금을 정산한다는 특성상 농가가 손에 쥐는 수익이 늦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진부농협은 이러한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농가와의 계약시 3.3㎡(1평)당 3000원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참당귀를 가공하는 한약재유통센터에서 선별작업을 거쳐 600g(1근)당 4000원의 중도금을 지급한다. 이후 참당귀를 판매한 대금을 공동계산을 통해 농가에 최종적으로 정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1평에 평균 2근(1.2kg)의 참당귀가 생산된다고 가정할 때 농가가 수취하는 가격은 1만5000원이다. 농사를 잘 지어 평당 3근이 나오는 경우엔 수취가격이 더 올라간다. 과거 유통상인들에게 판매했을 때는 통상 1근에 4000원, 가격이 높았을 때도 7000원에 불과했다.

당귀 재배를 20년 했다는 김광선 진부농협 당귀공선회장(평창군 당귀연구회장)은 “당귀는 산에서 씨를 채취해 모종을 키워 밭에 심고 수확까지 5년이 걸린다. 모종 키우는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심고 수확까지 2년이 걸리는 데 판매대금까지 낮으면 농가들은 버티기 힘들다. 그러니 초기엔 당귀 재배가 큰 메리트(장점)가 없었다”며 “그러나 진부농협과 계약재배를 실시하면서 다음해 재배를 준비할 수 있고, 판매대금도 과거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이주한 조합장은 “농협에서 생산비 이상의 수매가격을 지급하면서 농가들의 불만도 줄이는 동시에 추가로 필요할 경우 판매 예상금의 최고 80% 이내에서 저금리로 선지급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당귀 판로 및 제품 다변화 목표

진부농협은 한약재유통센터를 운영하면서 안전하고 상품성 있는 참당귀를 공급하고 있다. 
진부농협은 한약재유통센터를 운영하면서 안전하고 상품성 있는 참당귀를 공급하고 있다. 

한약재유통센터 운영 통해
안정적인 판로 확보 물량↑

이주한 조합장은 진부 참당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노력의 결실은 건강기능식품회사 납품으로 이어졌다. 공선출하회라는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춘 곳에서 가격 등락이 적고, 안전한 원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에 건강기능식품회사의 반응도 좋았다. 특히 진부농협은 안전하고 상품성 있는 참당귀 원물을 공급하기 위해 한약재유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총 8차례에 걸쳐 원물에 포함될 수 있는 각종 이물질을 거르고 참당귀를 등급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면서 계약재배 물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실제로 초기엔 100톤이던 계약재배 물량은 최대 400톤까지 4배나 늘었다. 그러나 당귀 소비량이 줄면서 잉여물량이 발생해 계약재배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진부농협과 농가들의 협동이 빛을 발했다. 진부농협과 공선출하회 농가들은 재고물량이 늘면 참당귀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식하고, 재배면적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농협과 농가가 합심해 자체 수급조절에 나선 것이다.

이주한 조합장은 “재배면적이 늘었지만 당귀 소비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농협과 농가 모두 공멸한다는 위기감에 재배면적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광선 회장은 “재고가 쌓이는 것을 농가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재배면적 감축에)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진부농협은 줄어든 재배면적과 계약재배 물량을 다시 확대하기 위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바로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하는 동시에 판매처 다변화에 나서는 것이다. 국내에 머물고 있는 판매처는 수출로 물꼬를 트고, 참당귀 유산균 가공제품이나 식음료도 개발하면서 소비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주한 조합장은 “모든 농산물은 수입량이 많거나 국내 생산이 과잉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협과 농가가 자체 수급조절로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국산 약용작물 보호를 위한 대책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며 “예를 들어 약용작물도 수급조절품목을 적용하고, 여기에 당귀를 포함시켜 자금이 지원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니면 정부의 이차보전 지원이나 농협중앙회의 도농상생자금 및 무이자자금 지원도 농촌농협이 조합원을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제작지원 : 2023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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