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FTA, 핫(Hot)하게 스마트(Smart)하게 맞선다
③ 농업회사법인(유)로즈밸리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로즈밸리의 정병두 대표는 2011년 네덜란드를 다녀온 이후 스마트팜을 도입해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기존 시설 외에도 ‘배지중량 모니터링’ 등을 직접 개발해 토마토 생육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로즈밸리의 정병두 대표는 2011년 네덜란드를 다녀온 이후 스마트팜을 도입해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기존 시설 외에도 ‘배지중량 모니터링’ 등을 직접 개발해 토마토 생육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어떻게 하면 FTA 파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북 익산시 왕궁면의 농업회사법인(유) 로즈밸리의 정병두 대표. 그는 2007년 귀농한 이후 이 물음에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2007년이면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시기로, 시장개방을 우려하는 농업계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을 때였다. 초보 농사꾼이었던 그의 걱정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번 시작한 농사,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로부터 4년 후 네덜란드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농법’을 처음 접했다. 그리곤 꼬리표였던 물음에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을 얻었다. ‘데이터에 기반한 농법’, 오늘날 ‘스마트팜’이었다.


#귀농 5년차에 스마트팜에서 길 찾다

2008년 귀농한 초보 농사꾼
네덜란드서 접한 농법 통해 
FTA 파고 넘을 수 있다 확신

2010년 FTA 이행기금 활용
온실 ‘9917㎡’에 시설 도입 결정
영문 책 번역하고 현장 적용 등
‘맨땅의 헤딩’으로 당시 회상

정병두 대표는 2008년 반도체 부품회사에 다니다 일을 그만두고 고향인 전북 익산으로 내려왔다. 몸이 편찮으신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기 위해서였다. 1년 전인 2007년부터 틈틈이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던 정 대표. 처음엔 장미 등 화훼를 키웠다. 비닐하우스에서 고군분투하며 초보 농사꾼으로서 나름대로 땅을 일궈갔다. 그러다 2011년 정병두 대표는 네덜란드로 견학을 떠났다. 이때 정병두 대표는 스마트팜을 처음 봤다. 그간 감으로 농사를 지어왔던 정 대표는 데이터에 기반해 농사를 짓던 네덜란드의 농법에 매료됐다.

정 대표는 “그 드넓은 땅, 우리보다 몇 십 배 더 큰 농장을 많은 인력 없이 관리하고 있고, 그냥 관리만 하는 게 아닌 품질이 균일한 상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었다”면서 “FTA로 인해서 시장개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때여서 이 농법이라면 FTA 파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로즈밸리 농장 전경. 총 9917㎡(약 3000평) 규모에 약 3000주의 토마토가 식재돼 있다. 

정병두 대표는 2010년 FTA 이행기금을 통해 지은 총 9917㎡(약 3000평)의 온실에, 네덜란드에서 봤던 스마트팜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병두 대표가 처음 스마트팜을 도입할 당시는 어땠을까? 그는 “말 그대로 맨땅의 헤딩이었다”고 회상했다. 2011년에는 ‘복합환경제어’, 즉, 스마트팜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관련 서적도 영문으로 된 책이 전부였다. 하나하나 번역하고, 이 번역본을 보고 현장에 적용하며, 자기 온실에 스마트팜을 입히기 시작했다.

정병두 대표는 “환경제어는 24시간 내내 가동되기 때문에 잠잘 시간 없이 24시간을 계속 확인해야 했다”면서 “온·습도 등의 설정값을 조금씩 바꾸면서 일일이 온실의 변화를 체크했고,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한 결과로 작물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갔다”고 말했다.

장미 농사가 잘 되는가 싶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일본으로 향하던 로즈밸리의 장미 수출길이 끊겼다. 생사를 고민해야 할 때, 온실에서 키울 수 있는, 그러면서 스마트팜을 적용할 수 있는 작물, 토마토를 선택했다. 다시 토마토 생육에 맞는 정보를 찾고, 데이터를 쌓았다. 토마토를 위한 복합환경제어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한번 해본 일이라 전보단 수월했지만, 밤잠을 자지 못했던 것 똑같다. 이 과정에서 토마토를 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마트팜을 통해 환경제어를 하려면, 자기 작물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정병두 대표의 원칙이기도 하다.
 

로즈밸리 농장에서 재배중인 토마토. 현재 이 토마토는 새로운 품종으로 적응 시험 중이다. 
로즈밸리 농장에서 재배중인 토마토. 현재 이 토마토는 새로운 품종으로 적응 시험 중이다. 

#디테일한 농장관리로 생산성 제고

로즈밸리는 수경재배로 토마토를 생산한다. 물 관리가 곧 토마토 품질을 결정한다. 토마토가 언제, 얼마나 물을 흡수하는지 알 수 있다면, 고품질 토마토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데이터를 알기 쉽지 않다. 그 때문에 경험에 의존하는 농가들이 많다. 정병두 대표는 배지 무게를 통해 물의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반도체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도움이 됐다. ‘배지 중량 모니터링’이 그것. 배지 중량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물 관리를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물 관리에도 스마트팜을 적용, 생산량이 이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디테일의 차이’가 50%를 만들어 낸 셈이다.

정병두 대표는 “수경재배는 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2012년에 배지 중량 모니터링을 만들었고, 물을 줄 때와 물을 주지 않을 때를 제어함으로써 토마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병두 대표는 ‘육묘’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적의 생육 환경에서 토마토를 키우더라도, 묘가 건강하지 못하면, 토마토 상품성도 보장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더욱이 이상기후가 심화되면서 병해충에 강한 우량 묘를 확보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 대표가 5년전부터 직접 묘를 키우고 있는 이유다. 이 또한 스마트팜을 적용한 육묘장에서 생산 중이다.

정병두 대표는 “이상기후로 인해서 육묘를 하기 힘들어지는데다, 병해충도 예전과 다른 형태로 발생하고 있어 건강한 묘를 찾기도 어렵다”며 “항온·항습이 되는 공간에서 육묘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LED를 이용해 양질의 묘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육묘가 농사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이게 저에겐 또 하나의 경쟁력”이라며 “내가 필요한 시기에, 내가 원하는 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생긴 만큼 주변 농가에게도 묘를 공급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로즈밸리는 스마트팜이 핵심이다. 그렇다고 기계에만 의지하진 않는다. 스마트팜도 농사를 위한 수단이다. 결국 ‘사람 손’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이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정병두 대표다. 정병두 대표는 “작업자 교육을 수시로 하고, 특히 점진적으로 작업 숙련도를 높여가는 방식의 프로세스를 마련해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병두 대표는 처음 스마트팜 온실을 운영하는 청년농들을 대상으로 로즈밸리 현장에서 교육을 하곤 한다. 
정병두 대표는 처음 스마트팜 온실을 운영하는 청년농들을 대상으로 로즈밸리 현장에서 교육을 하곤 한다. 

#스마트팜, 농업을 알아야 제대로 쓴다

‘폐양액 비료 재활용 시스템’ 등
생산비 증가 대응책 마련 분주
작물 모르면 스마트팜 필요 없어

정병두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생산비가 증가한 데 따른 대응책을 직접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폐양액 비료 재활용 시스템’이다. 정병두 대표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내 비료가격이 오르면서 농가들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고, 로즈밸리도 마찬가지”라며 “비료 투입량을 줄이면서, 효과는 떨어지지 않도록 폐양액 비료 재활용 시스템을 연내에 개발, 내년에 시범 운영해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폐양액 비료 재활용 시스템은 비료 절감뿐만 아니라 비료로 인한 수질오염을 예방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최근 스마트팜에 뛰어든 청년농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없이 창업에 나섰다가 빚을 지고 농사를 포기하는 청년농도 많다. 그래서 스마트팜 1세대로 꼽히는 정병두 대표는 처음 스마트팜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손길을 내밀곤 한다. 간혹 판로를 고민하는 청년농의 상품을 자기 토마토와 함께 판촉하며 돕기도 한다. 실패하지 않고,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책임져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정병두 대표는 “스마트팜 온실만 짓는다고 농사가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컴퓨터만 잘한다고, 또 센싱을 많이 안다고, 스마트팜 온실을 운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작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작물이 어떤 환경에 있어야 하는지 농업인이 직접 설정해 줘야 하므로 작물을 알지 못하면 스마트팜도 필요가 없다”고 지적, “스마트팜 온실에서 농사를 짓기 위한 공부, 즉, 선도농가 등과 함께 일정기간 충분히 실습한 다음 온실 안으로 들어가야 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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