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FTA, 핫(Hot)하게 스마트(Smart)하게 맞선다
①충북 진천 부자농원 이호명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프롤로그
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와의 FTA(자유무역협정)를 시작으로 59개국과 21건의 FTA를 체결하면서 경제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그렇지만 FTA에 따른 통상환경의 변화는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FTA 국내보완대책을 통해 농축산물의 품질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화 등을 지원해온 이유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FTA 환경 하에서 우리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를 위해 스마트농업의 확산, 그린바이오와 푸드테크와 같은 신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핫(Hot)하게 떠오르고 있는 신산업 분야에서 미래를 개척하거나, 첨단기술과 농업을 접목해 스마트(Smart)하게 FTA에 맞서고 있는 현장을 6회에 걸쳐 소개한다. 첫 순서는 직접 설계한 스마트농장에서 딸기를 재배해 연간 7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충북 진천의 이호명 부자농원 대표를 만났다.

#농업분야 장인으로 인정받는 39세 청년농업인

1ha 규모 시설하우스서
설향·킹스베리 등 재배
육묘장도 운영 ‘연매출 7억’

‘초촉성 딸기재배 기술’ 확립
‘연간 육묘·수확방법’ 특허도
2020년 신지식농업인 뽑히고
작년 농업마이스터까지 선정

이호명 부자농원 대표는 신지식농업인, 농업마이스터에 선정될 만큼 스마트팜을 활용한 딸기재배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호명 부자농원 대표는 단동과 연동을 포함해 1ha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설향, 킹스베리, 비타베리와 같은 품종의 딸기를 재배하고, 육묘장을 운영한다. 연매출은 7억원이 넘고, 순수익은 4억원 가량이다. “스마트팜을 적용해 딸기의 품질과 상품성, 생산성을 높이고, 직거래 판매를 통해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그는 “단동하우스 딸기재배로 3.3㎡당 25만원 가량의 매출을 유지하고, 육묘장과 재배를 겸하는 연동하우스에서는 3.3㎡당 4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스마트팜을 적용한 새로운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해왔다. 2018년에는 딸기 화아분화촉진 기술을 적용한 초촉성 딸기재배 기술을 확립해 수확시기를 앞당기고 생산량 15%, 소득 25%를 증대시켰다. 이와 함께 부자농원은 연간 35만주의 묘를 생산해 10만주 정도는 자가소비를 하고, 25만주 가량을 판매하는데, 2019년에 개발한 딸기재배와 육묘를 병행하는 시설을 활용한다. 또, 대부분의 딸기재배 농가들이 9월 15일경에 정식하는 것에 비해 부자농원은 8월 20일경에 딸기를 정식한다. 이후 정식으로 비어 있는 포장에서 육묘를 하고, 10월 중순에 보식묘를 구하는 농가에 판매하며, 다시금 빈 포장에서 육묘해 다음해 3월에 어미묘로 판매한다. 이 기술은 2020년에 ‘연간 딸기 묘의 육묘 및 딸기 수확방법’으로 특허출원도 했다. “660㎡(200평) 포장에서 1년에 3번 육묘해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 이호명 대표의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엄격한 설발과정을 거치는 신지식농업인(2020년)이자, 농업마이스터(전문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것도 이런 노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신지식농업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업과 농촌의 혁신을 주도하는 농업인이다. 또, 농업마이스터는 재배품목에 대한 전문기술과 지식, 경영능력을 갖추고, 농업경영과 기술교육을 할 수 있는 농업분야 최고의 장인이란 것을 정부가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최고의 기술과 경영노하우를 갖춘 이호명 대표가 39세의 청년농업이란 게 더 놀랍다. “몇 번의 도전 끝에 2022년에 농업마이스터로 선정됐다”는 그는 “지식을 갖춘 농업인이 돼 안전한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기여하고, 우리나라가 농업강국으로 도약하는데, 미약한 힘이라도 보탤 수 있는 농업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호명 대표는 2022년 스마트농업 현장 활용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다양한 수상실적을 자랑한다.


#FTA 위기를 기회로 활용

농업·정보통신 전공 살리고
시설현대화 정책 지원 통해
부자농원 맞춤 스마트팜 구축

영농일지로 축적 데이터 활용 
장치 오작동 대응·생산성 향상

이호명 대표는 대학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하고, 졸업 후 2년간 직장을 다녔다. “하우스 60동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부모님이 벌이가 얼마냐고 묻더니 농사를 허락했다”는 그는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2009년에 한국농수산대학 채소학과에 진학했다”고 회상한다.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이호명 대표는 농사 첫해부터 안정적인 생산과 소득을 창출해왔다.

그가 처음 농사에 뛰어든 2012년은 FTA 확대로 농가의 불안감이 고조되던 시점이다. 2011년 6월 30일 한·EU(유럽연합) FTA가 잠정 발효됐고, 2012년 3월 15일 미국과의 FTA가 발효됐으며, 중국과의 FTA가 추진되면서 농산물 수입개방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호명 대표는 “FTA로 국내 농업생산액이 감소될 것이란 예측이 있었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고, 지금까지도 경제상황이나 시세에 큰 영향을 받은 기억이 없다”면서 “오히려 원예시설현대화와 같은 정책 지원을 통해 농장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는 2012년 진천군을 통해 ‘채소 2중 비가림 하우스 신축’ 사업을 지원받아 단동하우스 4동을 설치하고, 직거래도 시작한다. 또, 2018년에는 FTA 등 개방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스마트팜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확산사업’을 통해 스마트팜농장으로 전환한다. 원격제어를 통한 온·습도 관리 등 최적 생육환경 조성에 필요한 환경제어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연동형 하우스의 경우 각종 제어장치 작동을 위한 채널이 20개 전후다. 반면, 부자농원은 104개 채널(개폐 64개, 온/오프 40개)을 활용해 각각의 하우스를 제어하면서 스마트하게 딸기농사를 짓는데 이호명 대표가 직접 설계한 것이다. 그는 “농업도 전공하고, 정보통신도 전공한 지식을 활용해 부자농원에 맞는 스마트팜을 구축했다”면서 “단동하우스는 해가 뜨는 동쪽 하우스와 서쪽 하우스의 온도편차가 있고, 비닐 종류에 따라서도 투광량 등이 차이 나는데, 단동하우스 맞춤형 제어장치를 각각 만들다보니까 채널이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이런 시설에 더해 이호명 대표는 꾸준하게 영농일지를 작성하고 있고, 부자농원은 빅데이터 활용 우수농장으로도 뽑혔다. “영농일지를 통해 축적된 생육, 환경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어장치의 오작동에 대응하고 있다”는 그는 “국내에는 스마트팜 딸기재배 관련 데이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충북도농업기술원과 협약을 통해 농업 빅데이터 수집 및 생산성 향상 모델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전한다.


#배워서 남 주자

이호명 대표가 부자팜스쿨을 통해 ‘부자농원의 성공 비결’을 알려주고 있으며, 딸기 수확 체험장으로도 활용한다.
이호명 대표가 부자팜스쿨을 통해 ‘부자농원의 성공 비결’을 알려주고 있으며, 딸기 수확 체험장으로도 활용한다.

‘부자팜스쿨’ 운영 지식 공유
딸기육묘 SNS 활동도 열심
농수산대 현장교수로 활동

이호명 대표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에 진심인데, ‘배워서 남 주자’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수입개방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응해 농인들끼리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상생의 길이라고 여긴다. 그는 현재 ‘부자팜스쿨’을 운영하면서 딸기 재배기술과 농장 환경개선, 시설 설치방법 등을 교육하고, 귀농인이나 청년농들에게 농지 선정이나 사업계획 등을 지도하고 있다. 또, 딸기육묘관련 SNS(네이버밴드)를 운영하면서 영농일지를 비롯해 딸기재배와 관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는데, 가입자가 4000명이 넘는다. 아울러, 한국농수산대학교 장기현장실습 현장교수로 참여해 8년간 15명의 학생들을 지도했는데, 이중 5명은 딸기농사를 짓는다.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청년CEO딸기전공의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특성화고의 현장실습교육을 지도하고,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현장강사로도 활동한다. 부자농원의 딸기 수확 체험장은 인근지역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이런 활동에 대해 그는 “딸기관련 강의나 네이버밴드를 통해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한다”면서 “외부활동이 많기 때문에 내 농장의 일은 야간이나 새벽에 불을 밝혀놓고 할 때가 많다는 것이 애로사항”이라고 웃는다.

요즘 열정을 쏟는 것은 ‘부자팜스쿨’을 농업인 양성을 위한 숙박형 전문학원으로 키우는 것이다. “직접 하우스를 지어본 것을 비롯해 자연스럽게 농사일을 배우면서 성장해 큰 어려움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이호명 대표는 “그러나 청년농이나 귀농인들이 실패 없이 농사짓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해야할 것이 굉장히 많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1년 정도 농장에서 숙식하면서 하우스 시공에서부터 재배기술, 판매까지 모든 노하우를 알려주는 학원을 만들고 싶다”면서 “교육을 받을 때는 강의료를 내고, 대신 농장을 일을 할 때는 내가 일당을 주니까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말을 맺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제작지원 : 2023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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