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종 확산 프로젝트 ①딸기 ‘죽향’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원예작물 신품종 개발이 매년 이어지고 있지만,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품종은 몇몇에 그친다. 신품종은 초기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도매시장 등을 통한 대량 유통에도 한계가 있다. 생산과 유통 물량이 적다보니 소비자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겹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학원이 온라인 농장경영게임 레알팜(레알리마켓)과 손잡고 신품종 재배 농가의 판로를 열어주고, 소비자에게는 신품종을 선보이고 있다. 신품종 인지도를 높이고 생산과 소비·유통을 확산하는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신품종 재배농가와 개발자, 레알리마켓으로 이어지는 신품종 보급 확산 현장을 취재해 연재한다.
 

전남 담양의 와우딸기작목회 기세출 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딸기 죽향 품종을 토경재배로 생산하고 있다. 
전남 담양의 와우딸기작목회 기세출 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딸기 죽향 품종을 토경재배로 생산하고 있다. 

6월 초까지 출하시기 늦어
조기수확 품종과 연작 가능
노동력 분산·경영 개선 ‘두 토끼’

전남 담양군 봉산면 와우리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딸기 주산지다. 50여년 전 딸기단지가 조성됐고, 전국 최초로 등급별 선별 포장과 생산자 실명제로 출하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와우딸기작목회를 이끌고 있는 기세출 회장은 딸기농사 25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지난 10년 동안엔 신품종인 ‘죽향’을 소비시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공들여 재배해 왔다. 더구나 그는 농사일이 어렵더라도 땅에서 직접 키우는 토경재배를 고집하고 있다. 

기세출 회장은 “설향이 딸기 국산품종 시대를 열었다면 죽향은 딸기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품종”이라며 “설향이 보급될 초기에 우리도 설향을 재배했지만 모주 확보 문제 등으로 담양에서 육성된 죽향을 선택해 10여년 재배해 왔다”고 말했다. 

재배 초기부터 고급 딸기로 통했다. 와우딸기작목회가 생산한 죽향 딸기는 서울의 유명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확보했다고 한다. 

기세출 회장은 “죽향을 처음 재배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담양군농업기술센터 컨설팅과 농가들이 재배기술을 쌓아 최고의 맛과 품질을 자부한다”며 “죽향은 처음 재배할 때는 물론 지금 현재도 최고시세를 받고 있다. 하우스 1동당 평균적으로 3000~4000만원의 조수입을 거뜬히 올린다”고 전했다. 

가을철부터 딸기가 생산돼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운데, 죽향은 출하시기가 이보다 늦은 편이다. 담양지역을 기준으로 1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해 5월말~6월초까지 이어진다. 조기 수확이 가능한 품종과 함께 죽향을 재배하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간이 늘고, 농사일도 분산돼 딸기농장 경영을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담양군농업기술센터가 2006~2012년 개발한 죽향은 2014년에 품종등록이 이뤄졌다. 전국 재배면적은 400ha로 집계되는 가운데 담양에서만 85ha를 재배하고 있다. 
 

죽향 품종을 개발한 이철규 담양군농업기술센터 박사가 죽향 품종 개발 배경과 생육, 품질, 맛 등을 설명하고 있다. 
죽향 품종을 개발한 이철규 담양군농업기술센터 박사가 죽향 품종 개발 배경과 생육, 품질, 맛 등을 설명하고 있다. 

달콤새콤한 맛 적절히 조화
육질 단단, 딸기 고유의 향 품어
소비자 ‘맛·향 남다르다’ 평가
유명 백화점 납품도 거뜬

죽향을 개발한 이철규 담양군농업기술센터 박사는 “죽향 딸기는 달콤새콤한 맛이 적절히 조화돼 당산비가 우수하고 단단한 육질과 딸기 고유의 향이 높은 품종”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선 일본 품종보다 더 우수한 점수를 획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응해 작형을 분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죽향이 적합한 품종이고 일손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며 “흰가루병에도 강하고 1화방 이후 연속 출현이 우수하다”고 밝혔다. 

이번 작기에 온라인게임 레알팜이 운영하는 레알리마켓에 입점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  정연범 레알리마켓 이커머스팀장은 “죽향 품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며 “죽향 품종의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고, 맛과 향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딸기 품종을 혼합한 상품을 내놓고 소비자들이 품종의 맛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