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위 0.1% 사과 농사꾼ㅣ장수군 최봉기 씨

[한국농어민신문 이평진 기자] 

전국 사과 마이스터 중 최고령자인 장수군 최봉기 씨는 사과나무 하나하나 마다 고유번호를 매겨 병해충, 방제 횟수 등 1년 동안의 모든 사항을 기록한다.
전국 사과 마이스터 중 최고령자인 장수군 최봉기 씨는 사과나무 하나하나 마다 고유번호를 매겨 병해충, 방제 횟수 등 1년 동안의 모든 사항을 기록한다.

일흔 넷, 사과마이스터 중 최고령
농사 경력 8년 만에 ‘최고의 경지’
‘자홍’ 주로 재배, 수세관리 중시
생산량 ‘두 배’ 상품 비중도 95%

최봉기 씨는 전국의 사과마이스터 스물 한 명중 최고령자다. 올해 일흔 넷이다.

이 정도 나이면 사과농사 수 십 년은 됐을 법 하지만 그렇지 않다. 2007년 처음 전북 장수군에서 과원을 만들기 시작해 올해로 16년차다.

우리나라에서 사과농사경력 16년이면 중고참 축에도 못 낀다. 그럼에도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더 놀라운 건 2014년, 농사 경력 8년 만에 마이스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과원 관리부터가 남다르다. 나무가 심겨져 있는 열마다 표지판에 설치돼 있다. 1열, 2열, 3열 이런 식으로 열이 표시돼 있고 열마다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다. 말하자면 나무 하나하나 마다 고유번호가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나무를 관리하면서 나무별로 생육상태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예를 들면 1열의 23번 나무가 올해 탄저병이 발생했다면 내년에도 또 발생하는지 체크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1년 동안 벌어지는 모든 사항을 기록한다. 날씨, 병해충, 방제 횟수와 약제 종류 등 모든 것을 자료로 남긴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나무별로 관리를 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개수 관리’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수량을 얼마나 뽑을 건지 수량 관리만 한다. 나는 나무 하나 하나마다 기록을 남기고 자료를 만들면서 관리를 한다.”

사과재배에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수세안정이다. 세력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키우는 것이다. 만약 수세가 강하면 퇴비건, 비료건 일절 주지 않는다. 또 수세가 강한 나무는 전정을 약하게 하고 약한 나무는 강하게 한다.

6000평 농사중 3000평 가량이 ‘자홍’이란 품종인데 결과지를 길게 빼는 것도 특이하다. 홍로계통은 보통 단과지에 열매를 단다. 결과지 길이가 20cm 정도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과지를 30cm에서 35cm로 길게 뺀다.

그러다보니 다른 과원보다 나무가 무성해 보인다. 이유는 잎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과일 하나를 정상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50장 이상의 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분한 잎이 확보돼야 많은 양분을 만들고 양분이 충분해야 과가 크고 맛도 제대로 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적엽을 최대한 늦춰 수확 20일에서 25일 사이에 한다. 자홍의 경우 살짝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할 때가 적엽 적기라고 한다. 적엽은 열매 주변을 먼저 1차로 하고 1주일 후에 2차로 한다. 많이 할 경우에는 3차 적엽까지 한다.

핵심은 잎을 최대한 남겨 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비대와 색깔, 당도가 충분히 올라온다는 것이다.

그의 과원은 4.5m×2m로 조성돼 있다. 보통의 과원 형태다. 자홍의 경우 3000평에 6년생 880주가 심겨져 있고 주당 평균 130개의 과일을 수확한다. 개수로는 11만개, 무게로는 40톤에서 45톤 사이다. 이는 농가 평균 생산량의 두 배쯤 되는 것이다.

생산량 뿐 아니고 상품과 비중이 높은 것도 눈에 띤다. 한 나무에서 상품과 비중이 95%를 넘는다. 모든 과가 고르고 정형과 비율이 높다. 5kg 상자를 기준으로 13과 이내가 50%를 넘는 다고 한다.

장수지역에서 ‘자홍’을 대중적인 품종으로 만든 이도 최봉기 씨다.

장수=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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