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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 ‘국민’과 통하라] “알아야 이해”···개방 이후 무너진 농촌경제 실태 제대로 알려야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산지쌀값을 두고 농민·생산자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이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농축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지농협을 위해 서울 소재 도시농협들이 쌀을 팔아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수입쌀을 먹을 의향이 없다는 비중은 감소, 수입쇠고기 섭취에 긍정적이라는 의향 비중은 증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 식품소비행태조사를 통해 내놓은 국민들의 농축산물 소비의향 분석결과다. 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구매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모두 가격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한국은 2004년 4월 1일 칠레와의 첫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현재까지 총 52개국과 FTA가 발효되면서 사실상 농축산물 시장의 대부분을 개방했다. 수입 또는 국산 농축산물을 선택해 구매하는 국민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삶의 필수요소라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가격에 대한 요구도 높다. ‘안전하면서 저렴한’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안전성은 기본으로, 가격은 오르면 ‘비싸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떨어지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농민들은 ‘농민도 국민’이라며 애끓는 소리를 내놓는다. 생산된 농산물을 팔아봤자 20년 넘게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농업소득과 더 불안정해지는 농산물 가격, 생산비를 반영해 결정하지 못하는 농산물 가격결정구조 속에서 농민들도 어려울대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특히 이 같은 농산물의 가격과 안전성 강화를 두고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국민간의 인식차가 점점 커지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떻게 통해야 할까?


|농민 VS 도시 소비자
쌀값·난각 생산일자 표시 등
농민-소비자단체 대립각
농축산물 가격·안전성 두고
극명한 시각차 확인 씁쓸


지난해는 농민·생산자단체와 소비자단체가 국산 농축산물의 가격과 안전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른 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던 한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쌀값과 달걀껍질에 생산일자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일을 두고 양측이 성명서를 주고받으면서 대립했다.

지난해 8월 1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정부에 대해 2017년산 공공비축미 방출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요지는 ‘쌀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라는 것과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

8월 당시는 2017년 7월 20kg 기준 통계청 산지쌀값 조사치가 3만1683원을 바닥으로 찍고 상승곡선을 그리던 시점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어 11월, ‘구곡방출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다시 내고, ‘소비자들은 쌀 가격 논의의 중심에서 소외된 채 농업보존·농민보호라는 거대 담론 아래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2018년산부터 새롭게 적용될 목표가격 설정에도 ‘생산자의 소득보장만을 위해 목표가격을 높여가는 데는 총체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요지로 목표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놨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되자 농민단체에서도 성명서로 맞대응 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성명서에 대응해 성명서를 내고 관련 내용을 반박했다. ‘2018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쌀의 소비자물가지수가 4.3인데 이는 국민들이 1000원을 지출할 때 쌀 구입비로 4.3원을 쓴다’‘물가가중치 상위 10개 품목 중 농산물은 하나도 없다’ ‘2016년 쌀값은 30년 전 가격인데 2018년 수확기 가격은 이에 비해 33% 인상된 것’이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달걀껍데기 산란일자 표시’도 소비자단체와 생산자단체가 극명하게 이견을 보인 사안이다. 살충제 성분이 달걀에서 검출되면서 촉발된 안정성 문제로 인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달걀 껍질에 산란일자까지 표기하도록 관련고시를 개정하기로 하자 생산자단체인 한국양계협회가 반발하면서 오송 소재 식약처 앞에서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고, 1월 22일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표시 철회 및 식용란선별포장업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소비자단체의 대응도 곧바로 뒤따랐다. 기자회견 바로 다음날인 1월 23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달걀 산란일자 표시 의무화를 예정대로 시행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다시 2월 13일에는 ‘소비자 10명 중 9명이 산란일자 표시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소비자시민모임이 내놓으면서 산란일자 표시를 요구했다.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보였던 생산자단체와 소비자단체가 맞대응 한 것 자체도 사건인데, 단체의 공식입장을 나타내는 성명서까지 동원되면서 극명한 이견을 보인 것. 결국 기존 생산자번호와 사육환경번호 등 6자리였던 난각 표시는 산란일자 4자리를 포함해 총 10자리로 늘었고, 예정대로 지난 2월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 폭등? 농업소득은 20년째 1000만원대

|문제의 핵심과 농업 현실
농산물 팔아 버는 돈은
전체 소득의 26% 불과
농산물값 오를 때만 주목
가격결정 구조적 문제는 뒷전

안전성·품질만 강조할 뿐
그로인한 생산비 상승은 외면
농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


쌀 가격과 난각 생산일자 표시는 ‘내주머니의 돈 문제’로 귀결된다. 우선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형성되고 있는 산지 쌀값에 대해 농민단체에서는 ‘쌀값 회복’이라는 표현을, 반면 소비자단체에서는 ‘폭등’이라는 표현을 썼다. 1ha에 벼농사를 지을 경우 산지쌀값이 80kg 정곡 기준 19만원일 때 농민 손에 떨어지는 순수익은 560만원가량 된다. 1년 수입이 560만원이라는 건데, 1ha는 한국의 농민이 평균적으로 경작하는 면적 수준이다. 가격의 적정성 문제는 뒷전이었다.

한 대학 교수는 “20년째 1000만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농업소득 문제를 들여다본다면 ‘폭등’이라는 표현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UR체제와 WTO, 이어 각국과의 FTA가 체결되면서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은 매우 커진 상황이고, 실제 이를 반영한 것이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농업소득”이라면서 “국내 생산 상황에 따라 가격 등락이 크다 보니 가격이 폭등하기는 경우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실제 농민들의 소득은 늘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가격 변동에 초점을 맞춰 문제에 접근하면서 ‘농축산물은 높은 가격이 문제’라는 인식에 대해 경계하면서 농산물가격 결정구조가 처해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

‘폭등’만을 쏟아내는 언론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그게 기사거리가 된다고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비교하는 것이 오보는 아니지만 농산물이 안고 있는 가격결정구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감안하지 않고 오를 때만 또는 오른 품목만 골라서 기사를 써 마치 농산물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의 핵심인 것으로 오인하도록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난각 생산일자 표시에 대해서도 한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안전성 강화를 위해 HACCP을 도입하거나 난각에 추가로 생산일자를 표기하기 위해서는 생산비가 인상될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단체에서는 안전성을 높이라고만 하지 비용이 상승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지불하고 구매하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면서 “더군다나 애초부터 계란가격은 생산비를 감안해 결정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생산비 인상을 고스란히 농민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품질을 좋고 값은 싼 상품을 원하는 게 소비자의 심리이겠지만 그런 상품은 없다”면서 “말 그대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서 농가들이 큰 이익을 얻었다면 농촌이 이렇게 텅텅 비는 지경이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2008년 318만여명이던 농가 인구는 2017년 242만여명으로 집계되면서 24%가 사라졌다. 또 2017년 농가평균소득 3824만원 중 농산물을 판매해 올린 농업소득은 1005만원으로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에 불과했다. 농업소득이 1000만원에 진입한 것은 지난 1994년으로 1032만5000원. 24년이 지난 2017년 농업소득은 절대금액에서조차 1994년보다 떨어졌다.


진단/최양부 전 청와대농림해양수석비서관
“공동체정신부터 회복해야”

1978년 개방농정이후
40여년 간 누적된 문제
계층적 이해관계만 주장 시
농민들 판정패 불보듯

수입산과 품질 차별화로
국내산 농산물 고객 붙잡고
‘국민농업’ 실천전략 필요

“국민들이 농업현장의 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고, 한편으로 보면 농민 스스로가 농업·농촌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려내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다.” 최양부 전 청와대농림해양수석비서관의 말이다.

196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신인 농업경영연구소를 시작으로 주요 정부정책의 연구와 입안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산업화 과정과 농업·농촌의 변화상을 몸으로 통습한 최양부 전 수석비서관은 “국민과 농민이 통하기 위해서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한국사회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농경 중심이던 한국이 산업사회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수출을 통한 성장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억제됐고, 그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필수적 먹을거리인 농산물 가격 인상을 정책적으로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는 1978년 개방농정이후 40여년간 누적된 문제”라면서 “요즈음같이 개방시대에 국제가격이 국내가격을 통제하는 현실에서 농업은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잃고 무너지는 길을 밟게 된다”고 진단했다.

산업화 과정을 지나온 현재의 상황에 대해 그는 “시장이 개방된 지금의 국민들은 이제 자신들의 먹을거리가 누가 어떻게 생산한 것이고 어떻게 수퍼마켓 매대에 올라있는지, 국내산인지 아닌지도 무감각해지는 시대가 됐다”면서 “도시소비자들과 농업생산자들의 이해관계가 시장에서 상충하는 현실에서 공동체정신을 상실하고 자신들의 계층적 이해관계만 주장할 경우 결과는 농민들의 판정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최 전 수석은 또 “이런 개방시대에서 도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국내산 농산물의 고객으로 붙잡아 두기위해서는 국내산과 수입산의 품질차별화를 통한 품질경쟁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리고 그 위에 공동체정신의 회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과 통하는 문제는 많은 고민과 전략이 필요하며 그동안 ‘국민농업’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농업계가 이를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해서는 소홀이 해온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과 진실한 모습으로 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개방시대 국내 농산물 가격이 국제가격과 연동되면서 국내농업이 위축되고 농촌이 만성적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이걸 누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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