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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 ‘지역’과 통하라] 생산자-소비자 벌어진 ‘틈’···‘지역 먹거리’ 매개로 좁혀야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푸드플랜을 꼽으면서, 각 지자체에서 지역단위 푸드플랜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는 지역 순환형 먹거리 체계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농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사회에서 로컬푸드 운동을 펼쳐온 조직들은 지역 순환 먹거리 체계를 통해 농업과 지역 먹거리 산업이 대형유통업체의 시장 지배력 속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에 안전한 먹거리 공급
지역단위 푸드플랜 수립 분주
경기·경남 먹거리위원회 구성도

농업회사법인 ‘원주생명농업’
친환경 쌀·과일, 채소 등 생산
지역순환농업 실현에 앞장
‘약한 소비력’ 등은 과제로

농민 주도 ‘로컬푸드 직매장’
지역 농산물 판로 확대 팔 걷어
생협 회원도 덩달아 증가세  

 

▲ 지역 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해 지난해 12월 문을 연 원주시 친환경 로컬푸드직매장 전경. 농민 주도로 문을 연 직매장인 만큼 생산자가 직접 가격을 매겨 농산물을 내고, 소비자 반응을 살핀다.

|지역 먹거리 정책의 시작

그 지역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 운동은 이미 수 십년 전 부터 전개돼 왔고, 이러한 요구는 점차 먹거리 정책에도 반영이 됐다. 세계 각국이 모인 ‘2015 밀라노 국제 엑스포’ 기간 체결된 ‘밀라노 도시 먹거리 정책협약’은 모든 주민에게 건강하고 적절한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푸드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힌다. 이는 먹거리 정책 관련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우리나라에선 서울특별시와 대구광역시, 여수시, 완주군이 이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국내에서도 로컬푸드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먹거리 정책이 주목받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푸드플랜을 꼽았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지역 순환형 먹거리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에 각 지자체에선 푸드플랜, 즉 순환형 먹거리 시스템 마련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와 경남도는 올해 들어 민간이 참여하는 먹거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농업과 연계한 먹거리 정책 마련에 나섰으며, 충남도는 지난 3월 ‘충남도 먹거리 종합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마치고, 연차별 실행 계획 수립에 나섰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최근 25개 지자체(광역 3, 기초 22)를 선정, 지역 먹거리종합계획(푸드플랜) 수립을 지원키로 했다. 선정된 지자체에선 지역 내 먹거리 현황에 대한 심층적 실태조사와 중소농 조직화 등을 통한 맞춤형 먹거리 공급체계 개발 등을 중심으로 한 푸드플랜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 같은 지역 푸드플랜 논의는 유통 단계 및 거리를 줄여 생산자에게는 좀 더 나은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먹거리 순환 체계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며, 수송거리 감소에 따른 탄소배출 저감 등 환경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 직매장에 진열된 딸기. 한 농가가 같은 날 생산한 같은 중량의 딸기지만, 품질이 틀려 농가가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

|지역 농산물 소비의 한계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원주생명농업’은 지역순환농업을 지향하며 다양한 먹거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원주생명농업은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원주생협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4년 원주생협과 농민조합원이 공동출자해 설립했고, 2011년 농민조합원들이 중심이 돼 독립 법인으로 재탄생 했다. 

이곳은 우렁이와 쌀겨를 이용한 친환경 쌀과 친환경 과일, 채소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경종농업과 축산업을 연계한 한우 사육을 통해 지역순환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벼 전문 도정사업과 친환경농산물 물류센터 및 공동선별장을 운영하며 먹거리 공급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이처럼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원주생명농업이지만 나름의 고민도 있다. 친환경 농산물로 지역 내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것이 주된 사업 목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과 소비에 있어 틈이 생겨나는 것이다. 지역 내 생산과 소비를 정량적으로 맞추기가 어려운 데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갖는 먹거리 체계에 대한 생각도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원주생명농업의 근거지인 원주는 도·농복합지역으로 로컬푸드시스템을 적용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다고 한다.

원주생명농업의 지난해 매출 분포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전체 매출에서 원주생협이 2.7%, 원주푸드 종합센터가 2.7%, 원주푸드 협동조합은 3.2%를 차지하는 반면, 두레생협연합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되는 비중은 76.2%에 달한다. 이마저도 기타거래처의 비중이 늘면서 전년보다 8%p 가량 매출비중이 줄어든 수치다.

원주생명농업 노윤배 상무는 “도농복합시임에도 소비력이 약하다. 대형마트는 자체 물류 루트를 통해 농산물을 들여오기 때문에 경쟁하기 어렵다”며 “그나마 한살림 등이 발전돼 온 곳이라 생협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생협 조합원을 통한 지역 농산물 판매는 정체돼 있어 소비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글로벌푸드시스템에서 로컬푸드시스템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이 지금의 추세지만, ‘지역’을 중심으로 한 먹거리 체계 구축은 쉽지 않은 과제다. 


|농민들이 만든 로컬푸드 매장

이런 가운데 원주생명농업은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원주시 단구동에 원주생명농업 로컬푸드 직매장을 연 것이다. 농민들이 지역 농산물의 판로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특히 이 직매장은 농가들이 직접 가격을 매겨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되지 않은 재고는 직접 수거해 간다. 직매장은 일종의 판매·관리 수수료만 받아 운영된다. 농민들이 단순한 공급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지역 소비자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농가들은 스스로 매긴 가격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금방 알 수 있을뿐더러 소비자는 농가들이 받았으면 하는 가격을 서로 알 수 있다. 

또한 이 직매장에는 농민들이 생산할 수 없는 가공식품 등을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원주생협 매장이 한 코너로 입점해 있는 상태다. 지역 소비를 늘리려는 원주생명농업의 시도에 원주생협이 동참한 것이다.

로컬푸드 직매장 김태영 수석매니저는 “생산자가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고 난 이후 원주생협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며 “개장 첫 달엔 3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전체 조합원이 35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이다”고 말했다.

원주생명농업은 이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지역 내 소비 기반을 더 넓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원주생명농업이 지난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반찬공장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계약 재배를 통해 확보한 친환경 농산물을 원료로 김치류와 절임류 반찬 30여가지를 개발해 생협 등에 납품하고 있다. 1차 농산물에서 2차 가공품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노윤배 원주생명농협 상무는 “반찬공장 운영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1차 농산물에 비해 유통기간도 늘어나고, 지역 일자리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원주생명농업은 지역 먹거리 체계 구축이 단순한 지역 유통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교류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야함을 말해주고 있다. 


"더 많이 만나고 교류해야 상호 신뢰 가능"
노윤배 원주생명농업 상무

불편함·수고로움 꺼리는 분위기
서로 섞일 수 있는 장 마련 고민중

“변화된 환경을 고려해 지역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 많이 교류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야죠.” 노윤배 상무는 지역 먹거리 체계 활성화를 위해선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더 활성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원주생명농업 일을 해오면서 농민이 요구하는 방향과 소비자가 요구하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고 느꼈다”며 “농민들은 잘 생산해 잘 팔고 싶은 마음이고, 소비자는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사고 싶어 하니까 추구하는 사업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자면 생산자는 생계문제 소비자는 건강문제가 중심이다. 생협이라는 한 틀 속에서도 생산자는 작목반 활성화와 같은 사업을 원한다면 소비자들은 친환경 농산물 관련 동아리나 소모임 활성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원주생명농업이 2011년 원주생협과 분리돼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역 내 생산자와 소비자 간 교류 분위기도 달라졌다. 그는 “어린이 체험캠프와 같은 초창기 교류행사는 건강한 먹거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이 있었지만, 흙과 함께하는 야외활동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고 농민들도 고령화 돼 있어 활발한 교류사업이 힘들다”며 “또 요즘엔 새벽에도 농산물이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생산자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조금의 불편함이나 수고로움을 꺼리는 분위가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지역 먹거리 체계에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로컬푸드시스템은 농민과 소비자를 공급자와 수요자로 연결해 주는 하나의 유통망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노윤배 상무는 “최근 귀농인구가 늘면서 도시 소비자들의 식문화에 맞춰 농산물을 가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도시사람과 농촌사람이 섞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새롭게 형성되면 지역과 함께하는 농업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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