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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 ‘현장’과 통하라] 농업·농촌을 살리는 농정, 농민과 소통해야 나온다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농업을 발전시키고 농촌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농업인이 정책 개발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것은 농업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농업인들과 소통할 때 이뤄질 수 있다. 농업인들과 소통은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전북, 충남 등에서는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위원회가 지역 실정에 맞는 농정을 개발하고 추진하면서 큰 효과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종합계획까지 마련한 상황이어서 지자체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장과 소통한다던 문재인 정부
“농정 틀 완전히 바꾸겠다”
범농업계 농정개혁위 설치
개혁농정 의제 발굴 나섰지만
김영록 장관 사퇴로 퇴색


문재인 정부는 정권초기 농정의 틀을 완전히 바꾸겠다며 현장 중심의 농정개혁 의지를 표방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강조했던 핵심 중 하나는 현장을 찾아 농업인의 의견을 청취해서 농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었다.

우선 범농업계가 참여한 농정개혁위원회를 설치해 현장 중심의 개혁 농정을 위한 주요 의제를 발굴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농정개혁위원회 설치 배경은 현장 농업인들의 농정 불신을 해소하고, 농업인의 의사와 괴리된 정책은 과감히 개편하는 농정 대개혁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만큼 농정 적폐 청산과 개혁에 대 한 농업인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해 그간 농정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 및 점검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에 활동의 중심은 농업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한 관행적이고 반복적인 접근을 탈피하고, 농업인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 발굴과 제도 개선 등 농정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농정개혁위원회 활동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했다. 쌀 산지가격이 20년 전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농업인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시장격리와 쌀 생산조정제 등 공급 과잉 해소 방안이 마련됐다. 더불어 최근 저온현상·가뭄·집중호우 등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피해에도 중·소농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 지원이 미흡하다는 현장의 불만에 따라 자연재해 복구비 지원 단가를 인상했다. 재해보험과 관련해서는 시·군 간 보험료율 격차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대상 품목을 확대 적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영록 장관이 지방선거 출마로 장관직을 사퇴하면서 농정개혁위원회의 평가는 반감됐다. 7개월에 가까운 장관직 공백으로 인해 농업계의 불만은 단식 농성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농업계의 간담회가 이뤄졌으나 농업인을 소외시킨다는 불만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 농업현장과 소통의 역할은 4월에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 넘어갔다.


|아직도 소통은 미흡하다
직불제 개편·스마트팜 등
주요 농정과제 불만 높아
일방적 정책 참여 강요

“농민에 대한 관심 못 느껴”

문재인 정부가 열심히 농정개혁과 농업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다고 소통을 강조했으나 정작 농업인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의 최대 정책 과제이면서 목표인 직불제 개편, 스마트팜 혁신 밸리 확대,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 등에 대한 농업 현장의 불만은 상당하다. 소통은 일방통행이어서는 안 되는데 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농업인이 동참하도록 강요받는 것은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다는 백홍진 씨는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비의도적인 농약잔류(비산)의 경우 검사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라며 “그런데 PLS는 어떻게 하겠다는 매뉴얼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이러면 농가들끼리 서로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백홍진 씨는 또 “제도를 만들려면 최소한 농업현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하는데 그런 노력을 안 보인다”라며 “정부는 정책 혁신을 강조하지만 PLS와 관련해선 농민에 대한 관심과 배려, 소통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스마트팜 혁신 밸리 사업에 대해서도 상당수 농업계는 여전히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농산물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안정이지 현대화 된 시설 확충이 급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경남 밀양지역이 2차 스마트팜 혁신 밸리로 선정된 이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전농 부산경남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출발부터 잘못된 사업이었고, 추진 과정에서 농업의 당사자인 농민이 철저히 무시당하며 국가주도의 토건사업처럼 강행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성공할 수 없다”라며 “지금이라도 현재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농민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마두환 사무총장은 “농식품부가 주장했다. 정작 농업인의 삶과 소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마련하면서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것도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 농업인이 대거 참여하는 삼락농정위원회를 운영 중인 전북도가 대표적인 현장 소통의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전북 진안에서 실시되고 있는 농번기 마을 단체급식 모습.

 

“농민을 정책결정 중심에…체감 농정 실현 성과”


|전북도 삼락농정위의 협치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등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
‘전북도 공익형 직불제’ 윤곽
상반기 권역별 의견수렴 계획


농업현장과 소통의 물리적 거리는 아무래도 지방자치단체가 가깝다. 그렇다보니 광역단체를 중심으로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정책 개발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는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전북도의 삼락농정위원회다. 삼락농정위원회는 지난 3월에 3기 출범식을 가지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삼락농정은 농민·농업·농촌이 함께 즐거운 농정을 지향한다. 농가의 경영안정과 복지, 생활편익 시설 확충으로 농민이 보람을 찾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삼락농정에는 △보람 찾는 농민 △제값 받는 농업 △사람이 찾는 농촌을 만들어 가려는 전북도의 의지가 담겨 있다. 삼락농정위원회는 당연직 위원 총 26명 중 농업인단체 대표가 16명이나 참여한다. 농민정책분과, 농촌활력분과, 식량분과, 원예유통분과 등 총 10분과 위원회에도 상당수 농업인단체 및 농업인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농업인단체 대표가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삼락농정 정책 결정에 농업인이 중심이 돼 직접 참여하도록 협치 농정시스템을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덕분에 삼락농정위원회가 1~2기 활동을 전개해 오면서 △연간 100억원 규모의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 △농번기 공동급식 지원 △문화·건강·교육 활동을 위한 여성농업인 생생카드(바우처) 등 실질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3기 박흥식 민간위원장(전북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농산물 가격불안정과 농가경영 안정시스템 구축을 위해 2016년 가을 무·배추 2개 품목에 대한 농산물 최저가격보장 관련 조례를 만들어 지자체에서는 전국 최초로 사업을 시행하게 됐다”라며 “2017~2018년에는 양파, 생강, 건고추, 노지수박 등 7개 품목에 대해 14개 시·군별로 2품목 추천을 받아 최저가격보장제를 시행 했고, 올해는 최대 8품목까지 추천 받아 추진할 계획이다”밝혔다.

특히 올해는 농업·농촌 공익적 가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전북도 공익형 직불제’ 논의를 시작했다. 박흥식 민간위원장은 “1년간 논의 통해 기본(안)이 나온 상태이며, 올 상반기에 권역별로 설명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후 조례 만들고 예산 수립할 예정”이라며 “추진 원동력은 도지사가 농업을 중심에 놓고 도정하겠다는 열정 덕분이며, 앞으로도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게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제언/김홍상 농경연 선임연구위원
“농업지방청 구성 자치분권 강화를”

“중앙정부 조직의 권한을 최대한 지자체로 이양하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홍상 선임연구위원은 농업현장과 소통하기 위해 정부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치 분권 강화라고 강조한다. 농민과 소통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큰 아젠다를 가지고 기획하고, 이 아젠다로 우리 미래와 국토 공간을 전 국민이 사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만 고민하면 된다”라며 “그런데 현재 조직구조로는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농업지방청 같은 조직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농업지방청의 설립 필요성에 대해 김홍상 선임연구위원은 “농업 기반정비 업무는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예산을 나눠줄 기준을 만들 게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게 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예를 들면 제주나 전남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는 망고 재배 기반에 대해 중앙정부는 관심도 없을 뿐 아니라 고민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홍상 선임연구위원은 “권한과 예산을 지자체로 이양하면 농업보다는 다른 사업에 쓸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농업지방청이 생기면 달라질 것”이라며 “계획 없는 투자는 없다는 원칙을 세워 지방청이 지자체와 협의해 지역단위의 농업·농촌 개발과 농식품 발전 계획을 만들어 예산을 집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동광·양민철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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