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니다. 60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이 1998년엔 약 20% 수준이었지만 2018년엔 43%로 추정되면서 20년 만에 2배가 넘었다. 여기에 2028년엔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이 52%로 전망되고 있어, 앞으로 10년 후면 농가인구 10명 중 5명이 65세 이상에 해당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농업의 고령화가 심화되는 이면에는 청년농의 급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시 말해 낮은 청년농의 비중이 고령화를 앞당기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젊고 유능한 인재의 농업 분야 진출을 촉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농가인구 고령화 추세를 완화하는 농업 인력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10년 후 농가인구 절반이 노인
젊은 인재 유입으로 해결해야

영농정착지원금 3년간 지급 등
정부, 다양한 지원 방법 마련

농지은행 전업농과 형평성 논란
후계농 지원액 인상 등 과제로


#농촌의 젊은 인구 급감

▲ 사진제공=한국농수산대학

최근 통계청의 발표를 두고 인구 절벽, 더 나아가 인구 쇼크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연간 출생아 수가 2017년 35만명에서 2021년 29만명, 2067년에는 21만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져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25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서 고령인구 구성비가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예측대로라면 농촌의 고령화는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더욱이 현재와 같은 낮은 청년농의 비중을 볼 때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에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농촌, 공동화되는 농촌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젊은 인재인 청년농들의 유입과 성장으로 보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창업 자금 △기술·경영 교육과 컨설팅 △농지은행 매입비축 농지 임대 및 농지 매매를 연계 지원해 건실한 경영체로 성장을 유도하는 청년농업인 육성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올해 청년 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1600명을 신규로 선발하고 이들에게 3년간 매달 80만~100만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을 비롯해 농지, 창업자금, 기술교육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영농기반 확보를 위한 창업자금 대출규모를 지난해 1900억원에서 올해 3150억원으로 늘렸다. 여기에 농지은행은 1000ha 규모의 임대용 농지를 신규 매입해 청년농업인에게 우선 임대한다는 계획이다.


#청년·후계농 수월한 정착 지원을

청년들이 농촌에 거주하며, 농사를 짓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당연히 농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처럼 농지가 필요한 청년농들에게 맞춤형 농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총 4650억원을 투입해 2030세대 및 청년창업농 등 젊은 농업인에게 농지를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농지은행 전체 지원 면적의 약 25%를 지원하는 등 청년농들이 애로를 겪는 농지구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 제도는 기존의 전업농들이 임대 받은 농지의 계약기간이 만료돼 재계약을 할 때 2030세대 지원사업 우선순위에 밀려 계약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반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청년 창업농 영농정착은 물론 청년농 육성에 나서는 것은 고령화되고 있는 농가인구의 추세를 완화해 보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유망한 예비 농업인 및 농업경영인을 발굴하고, 일정기간 동안 자금·교육·컨설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 지원에 따라 각 지자체 역시 청년농과 후계농업경영인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내 젊은 농업인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청년농이나 후계농업경영인들이 실질적으로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후계농업경영인들에게 최대 3억원을 대출해 주고 있다. 이 3억원으로 농지를 구입·임차하거나 영농기반 시설을 설치 또는 임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3억원의 대출금액도 신청자의 담보가치나 신용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대출에 필요한 담보권이 충분치 않으면 대출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장의 한 후계농업경영인은 “후계농업경영인 자금이 저리라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 은행에서도 개인 신용으로 그 정도의 이자율은 맞출 수 있다”며 “말이 후계농업인 지원이지 담보 대출과 다를 바가 없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최대 3억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해도 농지를 구하고, 농사를 짓고, 소득까지 감안하면 사실 빚잔치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3억원이 최대 대출금액이지만 통상 현장에서는 2억원 정도의 대출액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이 돈으로 농지 1000평(3300㎡)을 구입하면 끝이다. 농사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농지 구입에만 대출액이 모두 소진되는 셈이다. 따라서 부가적으로 필요한 농자재나 비료, 농약 등의 구입은 모두 자비로만 충당해야 한다. 또한 구입한 농지 1000평에서 발생하는 조수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는 청년농이나 후계농업경영인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청년농 육성과 별개로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온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지원액 상한선을 4억원으로 높이고, 거치기간도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이 같은 지원 확대를 통해 후계농업인들이 농촌 현장에 정착하는 것을 수월하게 하자는 의미에서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농업농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후계인력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취업이나 창업까지 포함한 후계인력 육성 전반에 관련된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농업인력 육성의 구체성 필요

전문가들은 젊은 농업인 육성을 위해서는 중앙단위의 육성 체계와 더불어 지역단위 농업인력 육성 계획의 수립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농을 어떻게 선발하고 육성·정착시킬 것인지의 구체성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 농업인력 육성계획 추진에 있어 농업인력 육성 관련 주체간의 거버넌스 활성화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재 각 지자체별로 농업인력 육성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의 기관들이 운영하는 제도의 구심점을 만들 수 있는 기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중앙정부의 아무리 좋은 제도나 시스템이 지역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정부가 큰 그림으로 물꼬는 트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농촌에 젊은 인재가 유입되고 터를 잡게 하는 것은) 지자체의 몫이라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농업인력 육성 계획은) 지자체가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의 종합적 정보가 공유돼 창업농이나 후계농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성안 생금들 친환경영농조합법인 이사
"지역의 청년들부터 떠나지 않게 도와야"

귀농 장려보다 후계농 육성 중요
부모님께 너무 기대지말고
본인 스스로 사업계획 수립·추진을

전북 군산에 위치한 생금들 친환경영농조합법인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성안(34) 씨. 그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2007년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후 10년이 지난 현재 지역의 핵심 농업인으로 성장해 있다.

한 씨는 현재 33만㎡(10만평)에 벼, 보리, 잡곡을 짓고 있다. 여기에 도정공장, 제분공장, 저온창고, 건조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12가지 가공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자체 생산하는 작물 외에 정부의 보리수매 금지 이후 계약재배를 통한 보리 수매로 지역 농가의 수익창출에도 일조하고 있다.

젊은 농군인 그는 한국농수산대학의 현장 지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농수산대학의 학생들과의 유대는 젊은 농사꾼인 한 씨의 장점이기도 하다. 실습을 오는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면서 자신이 대학을 다니면서 느꼈던 애로점과 극복방법을 알려주는 등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씨는 후계농 준비를 하는 젊은 학생들에 대해 이 같이 충고했다. “부모님에게 너무 기대려 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렇게 되면 결국 부모님의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가 되거든요. 본인이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가능하면 임대차도 본인이 해야 합니다.” 한 씨는 농수산대학 1학년 때부터 사업계획을 쓰면서 준비를 했다고 한다.

학교 교육에 있어서도 한 마디 덧붙였다. 현재 교육이 생산부터 가공까지 확대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농업 현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관련 법률이다. 예를 들어 원물을 가공하려면 관련 법률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법을 잘 몰라 벌금도 여러 번 냈다”며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학교에서 배울 수가 없다. 최소한의 법률 정도는 학교에서 알려주면 현장에 나와서 우왕좌왕하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후계농업인이나 청년농 지원 제도에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를 보탰다. 특히 후계농업인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는 입장이다.

한 씨는 “지자체들이 농촌의 인구유입을 위해 각종 귀농귀촌 정책을 펴는데 후계농업인들과는 별개로 다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귀농귀촌인들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후계농업인들에 비해 후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씨는 “농촌에 인력이 없어서 귀농귀촌 정책을 펴는 것은 좋지만 농지 구입이나 임차료 지원사업 등에서 후계농업인에 비해 후하다”며 “그렇다면 누가 지역에서 자라서 청년농업인으로 성장할 계획을 갖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후계농업인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농업을 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주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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