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부 전청와대농림해양수석비서관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깜깜이 선거’ 개선 안돼 실망
조합원 수 요건 맞추기 급급하다
부실조합원 문제 확산 우려

협동조합으로 이름만 붙였지
관공서·관료화된 조직으로 변질
조합원 교육사업 공약 최우선
협동조합·조합원 역할 되새겨야

농협 구할 의인 같은 조합장 나와
흉금 터놓고 농협개혁 고민했으면


오는 13일이면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투표가 실시된다. 2015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관리를 통해 동시에 치러지고 있는 농·수·산림조합장 동시선거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거치면서 ‘공동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대한 개정 요구와 논란이 됐던 가짜조합원 문제, 그리고 조합원 중심으로의 협동조합 개혁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노출됐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제기됐던 문제점은 해소가 됐을까? 선거홍보 방식을 지나치게 제약하면서 일명 ‘깜깜이 선거’를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은 개정 없이 이번 선거에도 그래도 적용되고 있고, 가짜조합원 문제, 그리고‘조합원 중심으로의 농협 개혁’논의는 사실상 실종된 상태라는 평가다.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과정에서 좋은 농협 만들기를 기치로 내걸고 농민·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농협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에 나섰던 최양부 전 청와대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을 인터뷰 했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본격화 됐다. 1회 선거 때와 비교해 어떻게 보시는지?
“사실 지난 9월 21일자로 중앙선관위에 선거를 위탁하는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면서 동시조합장 선거가 공식화 됐다. 1차 선거 당시 가장 쟁점으로 떠올랐던 것이 무자격 조합원에 대한 정리, 그리고 두 번째가 ‘깜깜이 선거’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 금권선거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었다. 당시는 정기국회 개원 시점이었고, 본격적인 선거 국면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아 있어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막상 5개월이나 지나서 보니 아무것도 충족된 것이 없고, 4년 전이나 똑같은 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지게 된 상황을 보면서 일말의 기대감마저도 사라졌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현재 농업·농촌·농민이 처한 현실과 농협이 처한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현재 농협은 세 가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이 농협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하는 존립의 위기이다. 전국의 조합원 수가 219만여명이라고 하는데 40대 미만이 1.6%라고 한다. 70세 이상 고령 조합원이 39%가 된다. 앞으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가면서 적법한 조합원수는 계속 감소하게 될 것이다. 조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고, 또 조합을 유지하기 위해서 법적 조합원 수 요건을 맞추기 위한 조합원 숫자 채우기로 인해 부실조합원 문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없이 선거가 치러지는 것 같다.”

-존립의 문제는 당장 지역조합의 경영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은데.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농협의 경영위기로 전이가 된다. 경영수지 맞추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태가 되고 있다고 본다. 또 과거에는 이자수익을 가지고 경영을 할 수 있었다면, 이것도 어려워질 것이다. 그럼 ‘경영수지를 어떻게 맞출 것이냐’인데, 결국 이런 것들이 지역조합이 중앙회의 특별지원자금에 의존하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하지 않는 한 농민으로부터 제값에 농산물을 사서 팔아주는, 그리고 농민조합원에 대해 우대금리를 적용해주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조합의 존립문제와 경영위기가 맞물리면서 협동조합의 정체성 위기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조합장선거에서 어떤 공약이 제시돼야 한다고 보시는지?
“경영위기와 존립위기가 합쳐져서 우선은 조합을 존립시키려고 하다보니까 ‘이게 협동조합인가?’ 하는 정체성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선관위 위탁으로 조합장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조합원들의 인식 속에도 조합이란 것이 마치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은 붙였지만 제2의 지방의 관공서 같은, 관료화된 조직으로 변질돼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질적으로 조합장 선거는 조합원들이 조합의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또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진정한 조합원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에 대한 교육사업이라고 본다. 해외연수나 선진지 견학 또는 조합사업을 홍보·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조합원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런 류의 공약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근본적인 조합원 교육이 사실상 실종됐다고 한다.
“그렇다. 농협 전체에 걸쳐서 완전히 협동조합을 가르치는 교육이 실종돼 있다. 그나마 한농연이 해온 일 중 중요한 하나가 바로 ‘한농연 회원만이라도 조합을 제대로 알자, 최소한 이·감사는 협동조합을 제대로 알고 감시·감독하자’는 뜻이 살아 있어서 이·감사 교육을 해 왔었는데, 이것마저 예산이 사라지면서 실종되는 위기가 됐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이것 하나만이라도 바로 잡아서 ‘내가 조합장에 당선되면 조합 사업비 중 5% 아니면 10%를 본질적인 조합원 교육에 쓰겠다’는 이런 공약 하나만이라도 관철을 해서 교육개혁부터 시작을 한다면 큰 성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 거는 기대가 있으시다면?
“ 단순하게 조합장 자리, 권력자의 자리로 생각하지 말고 농협의 문제가 농업이 안고 있는 위기적인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공유하면서 협동조합으로서의 농협을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조합장들이 많이 당선됐으면 좋겠다. 또 중앙으로부터의 변화보다는 농업의 현장에 서 있는 조합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농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를 당당하게 발언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들을 해 나가는 의지를 가진 조합장들이 많이 당선됐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한농연 같은 경우는 회원이 곧 조합원이고, 또 조합장 후보로도 나서서 상당수가 조합장으로 당선이 되기 때문에 농협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에 앞장서는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1회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선출되는 조합장들이 내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당부가 있으시다면.
“개인적인 이익관계 등을 이유로 조합장이 되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농협은 물론이고 농업·농촌·농민의 미래는 없지 않겠는가? 이번 선거에서 100명이라도 혹은 10명이라도 의인 조합장들이 당선된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희망이 있다고 본다. 타락해 멸망을 자초한 소돔성을 떠올리며 그런 의미에서 정말 농협을 구하는 일에 나설 의인 같은 10명의 조합장 당선자를 만나 흉금을 터놓고 농협개혁을 붙잡고 같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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