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농산물 값 찍어누르기"…언론 호들갑에 정부 상식 밖 개입부터 중단을

농가소득의 기본은 생산된 농산물이 제값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농가들이 느끼는 제값받기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요원해 보인다. 농산물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 물가 관리 대상이 되면서 소득을 억누른다.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면 소득 보전을 위한 대책은 물가 관리만큼 따라가지 못한다. 이에 산지에서는 자신들의 생산한 농산물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농산물 제값받기의 필요성과 산지의 노력을 담았다.


몇 품목만 올라도 ‘물가 상승 주범’
농산물 값 ‘겉핥기식 보도’ 끝내야

#농산물 가격은 낮아야만 하나


소비자물가 상승 기여도 조사
배추, 커피의 25% 불과한데
‘명절 가격 폭등’ 등 집중포화

"지난해 기상이변 등 최악의 해
농가 어려움 외면, 의지만 꺾어"


소위 농산물 가격은 동네북이다. 워낙 품목이 많기에 다수 품목의 가격이 내려도 오른 품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른 품목만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며 마치 모든 농산물 가격이 상당히 오른 것 마냥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양파, 마늘, 김장철 배추와 무 등 다수 품목이 소비 침체에 선거 영향, 재배면적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시세가 형편없었지만 감자, 건고추 등 오른 품목을 중심으로 전체 농산물 가격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언론에서는 연일 '소비자 물가지수 최고치, 농산물 가격 상승이 주도', '추석 앞두고 농산물 가격 폭등' 등 편향된 농산물 가격 소식을 주요 단골 메뉴로 올리고 있다. 심지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 먹을 게 없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농산물 가격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농산물 가격 부담이 타 부류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전 농경연이 소비자 가구 패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배추 가격이 50%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는 0.06%p로 조사돼, 커피의 기여도인 0.24%p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커피 한잔 가격이
4000~5000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농민단체에선 쌀 한 공기 값이 300원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울분을 토하는 현실만 봐도 농산물 가격이 얼마나 저평가 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에 산지의 농가들은 “지난해는 기상이변으로 농가들이 농사짓는데 최악의 해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각종 비용의 증가는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됐는데 언론에서는 속을 들여다 보기는 커녕 농가의 생산 의지를 꺾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농가들의 이런 불만의 대상에는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만 놓고 봐도 건고추 비축 물량 방출, 감자 TRQ(저율관세할당) 증량 등 가격이 상승한 품목은 발 빠른 대책이 나온 반면 김장철 배추·무 대책 등 가격이 하락한 품목에 대해선 대책 마련이 요원했다. 그러기에 농가들은 정부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 관리 대상으로 가격 찍어 내리기에 급급한 반면 가격이 떨어지면 나 몰라라 하는 식의 대응을 보면 ‘이 나라 국민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농산물 수급조절 정책이 가격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아 이른바 재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라는 목적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형태의 정책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개입을 통한 가격지지 정책보다는 농가의 수입 안정화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권승구 한국식품유통학회장도 “국내 생산의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농가 조직화는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조직화를 통한 생산의 안정성은 외부의 변동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가격 중심 수급조절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 차완수 논산농협 APC 센터장(사진 앞)과 이현재 딸기공선출하회장이 곧 수확될 딸기를 살펴보며 올 시즌 딸기 출하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현장 사례-논산농협 APC와 딸기공선출하회

고정관념 깬 ‘딸기 택배’ 반응 뜨거워

우체국쇼핑과 택배사업 진행
전용 용기 제작…옥션 등 입점
미생물제 처리 기능성 제품도
"판로 확보·품위 향상 등 힘써"


소비자들에게 딸기 대표 산지를 묻는다면 아마 다수의 입에서 ‘논산’이 나올 것이다. 국내 최대 딸기 산지인데다 일본산 위주였던 딸기 품종을 국내산으로 돌려놓았던 설향 품종이 개발된 곳이자 매년 딸기 축제가 진행되는 등 ‘논산 딸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산 딸기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실험 및 도전을 통해 논산 딸기의 값어치를 더 올려놓는 곳이 있다. 논산농협 산지유통센터(APC)와 딸기공선출하회가 그곳이다.

2007년에 출범한 논산농협 딸기공선출하회엔 59곳의 딸기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딸기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임에도 딸기 품위를 올리면 자연스레 더 나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품위를 올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현재 딸기공선출하회장(수딸기농원 대표)은 “클로렐라 등 미생물제를 이용해 기능성이 함유된 딸기를 생산하고 있고 또 다른 미생물제 처리로 경도와 당도를 높일 수 있는 딸기도 시범재배 중에 있다”며 “전국적으로 딸기 재배면적이 많이 늘어났고, 겨울철 수입 포도를 비롯해 수입 과일이 대거 들어오고 있는 상황 속에 딸기 소비력을 유지시키며 제값을 받기 위해선 품위를 올리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것을 공선출하회 농가들이 같이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 과정에서도 다양한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차완수 논산농협 산지유통센터장은 “딸기는 유통 과정 중 변질이 일어나기 쉬운 품목이다. 이에 신선도 유지가 생명인데 저장성을 높이기 위한 플라즈마 기계를 설치했다”며 “이외 현재 상온에서 오래가는 신선유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오면 이에 맞춰 현장에 적응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산농협 APC와 공선출하회는 판매 과정에서 또 하나의 선택도 했다. 경도가 약해 딸기는 택배에 부적합한 품목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이번 시즌부터 우체국쇼핑과 함께 택배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딸기 택배에 적합한 용기를 따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이는 11번가, 옥션, G마켓 등 온라인 시장에서 논산농협 딸기가 인기를 얻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현재 공선출하회장은 “추가적인 부수비용이 들어가지만 판매망을 늘리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며 “온라인 시장에서 첫 택배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논산농협 APC는 전국적인 재배면적 증가 속에 내수로는 딸기가 제값을 받는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 해외시장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수출전문단지 지정 신청과 해당 수출국에 맞는 선과장 구축 등 수출 확대를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차완수 센터장은 “논산조합공동사업법인이 판로 구축을 맡고 있기에 농가들은 생산, APC는 유통에 주력할 수 있다”며 “좀 더 나은 품위를 만들려하고, 이 농산물이 유통과정에서 제대로 소비자에 전달되면서 판로도 다각도로 확보되면 우리 농산물은 더 나은 값, 그리고 그것이 정말 제값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 서울청과와의 상호 소통 속에 양지작목반 감귤은 고품위로 수확되고 있다. 사진은 유경순 작목반장이 가락시장에 출하될 감귤을 들어 보이는 모습.

#현장 사례-효돈농협 양지작목반

도매법인과 끈끈한 유대로 ‘감귤 제값’

서울청과에 감귤 전속 출하
출하 방법·물량 등 같이 고민
안정적 출하·높은 가격 ‘시너지’
"비즈니스 아닌 인간적인 관계"


양지작목반은 작목반 구성원과 도매법인의 상호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수년째 자신들이 생산·출하하는 감귤에 대한 제값받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에서 이뤄진 경매에서 제주 효돈농협 양지작목반이 출하한 조생온주는 관당(3.75kg) 6380원을 받았다. 이는 10kg 기준 환산 시 1만7010원으로 같은 날 가락시장 평균가 1만2500원과 비교해 36%인 4500원이 높고, 당일 최고가 1만9000원에 근접한 가격이다.

양지작목반이 다른 작목반과 일반 농가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유경순 반장은 반원 간 그리고 전속 출하처 서울청과와의 상호 소통·신뢰를 강조한다.

유 반장은 “서울로 판촉행사를 가면 중도매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중도매인들이 원하는 사항과 최근 소비 트렌드를 듣고 온다”며 “중도매인들과 나눈 내용을 반원들에게 회의와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전달하고 반원 및 선별사 교육을 통해 변화에 대응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가격이나 작목반에 관심을 가져준 서울청과에 전속 출하한지 10여 년째”라며 “서울청과와 간담회를 통해 트렌드를 듣고 향후 출하 방향을 같이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도매법인과의 끈끈한 유대는 농산물 제값받기와 더불어 신뢰 형성에도 크게 작용했다. 가격에 따라 출하처를 옮기기보다 도매법인과 고품질 출하 방법을 고민하고 농가들도 적극 동참하는 신뢰가 생겼다.

유 반장은 “도매법인과 작목반은 단순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도매법인에서 물량이 많아 출하 조절을 요구하면 반원들도 이에 따라주고 반원들이 요구하는 사항도 도매법인에서 모두 수용해 줘 서로 관계성을 높이고 협의를 하다 보니 가격도 다른 곳보다 높게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통과 신뢰는 비단 유 반장만의 생각은 아니다.

작목반원인 김은치 씨는 “다른 작목반과 비교할 때 양지작목반은 결속력이 강하고 가족같이 화합이 잘 되는 조직”이라며 “간담회나 교육 내용을 반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방향성을 제시함은 물론 임원진이 작목반 운영상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 반원들이 반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작목반을 신뢰하고 제시한 방향에 맞게 따라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태호 서울청과 차장은 “양지작목반은 감귤은 품질도 좋고 중도매인 선호도도 높다”며 “예전에는 타이벡 감귤이 없었는데 필요성을 얘기하니 작목반에서 이를 수용해 타이벡 감귤을 생산·출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하 물량이 안정적이고 선호도가 높은 것 외에도 개선 및 요구사항 전달 시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상호 신뢰 관계가 유지되고 출하품의 가격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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