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 흥천면 외사리 이장을 맡고 있는 전용중 씨와 이원석 씨가 마을 회계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서 불과 40km, 여주 농민들은

"아기 울음소리 끊긴지 오래 지역내 산부인과 다 없어져"

전원주택 터 잡기 한창
농사 지러 오는 사람 아냐
면엔 문닫은 상점 즐비


수도권 인근의 여주 흥천면. 서울에서 차로 불과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이지만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것은 다른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다. 흥천면 외사리 이장을 맡고 있는 전용중 씨(48)는 20여년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농사꾼 중에서는 막내다. 그는 농촌으로 도시민들이 귀농귀촌을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마을 일을 함께 정리하기 위해 전 씨의 집을 찾은 이원석 씨(62)도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아이 울음소리가 끊어진지 꽤 됐다”면서 “이천지역에 이어 여주지역으로도 전원주택을 짓기 위한 집터 잡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농사를 지으러 오는 사람들은 아니다”라고 지역 상황을 전했다.

5000여평의 벼농사와 1300여평의 가지 호박농사를 짓고 있다는 그는 “농사를 지어서 돈이 벌려야 지역도 활성화 될 텐데 그게 안 되니 돈을 쓸 수가 없고, 그러다보니 면단위 상권이 모두 죽어버리는 상황”이라면서 “면소재지에 가보면 알겠지만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은 상점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흥천면 사무소가 위치한 면소재지 거리에는 간판을 떼거나 아니면 간판이 걸려있더라도 문을 닫은 상점들이 즐비했다. 새 건물이라고는 농협사무소 건물이 유일했다.

그는 또 “여주지역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어진 지 오래”라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하더라도 성남이나 이천, 원주 등으로 가서 출산을 한다”면서 “아이를 낳는 사람이 있어야 산부인과도 운영이 될 텐데, 그러지를 못하니 병원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복합영농을 하다 보니 쌀에서 얼마, 호박에서 얼마, 가지에서 얼마 식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고, 또 그렇게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실물적으로 느끼기에는 농약, 비료, 농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고, 또 한 번 오르면 안 떨어지는데 농산물 가격만 제자리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 젊은이들이 농사를 지으러 들어오는 것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본다”는 그는 “특히 여주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지정을 비롯해 개발제한과 관련된 규제가 7~8개이나 되기 때문에 재산권을 행사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업현장에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농산물을 좀 제값 받고 팔 수 있게 해 달라”면서 “사실 이것이 이뤄지면 정부의 지원 없이도 농가 스스로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산품은 생산자가 생산원가를 감안해 가격을 정하는데, 유일하게 농산물만 그렇지 못하다”면서 “과거 정부에서 그랬듯이 현재도 물가·재정당국의 행태를 보면 같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12월 5322명이던 흥천면의 인구는 올 11월 현재 5126명으로 3.7%가량 감소했다. 흥천면은 동서울 톨게이트에서 불과 40km거리에 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 경주시 남산동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임진모 씨는 정부가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해 탈농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시 쌀 농가 임진모 씨

"쌀 1평 당 순익 1000원 남짓 농민수당 통해 탈농 막아야"

농산물 시장 개방 큰 타격
소농은 경제적으로 못버텨
지역 상품권 지급도 방법


농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개념인 농민수당에 대해 할 얘기가 많다는 젊은 농민 임진모(40) 씨. 고향인 경북 경주시 남산동 일대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한농연경주시연합회 사무국장을 거쳐, 올해부턴 정책부회장으로 활동한다. 농사 규모가 제법 크지만 농민들이 농촌에서 버티려면 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쌀농사만 3만8000평정도 짓고 있지만, 앞으로 쌀값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실제로 농민소득이 도시근로자 임금에 60% 수준 밖에 안 되는 것이 현실이죠. 2000~3000평 정도 논농사를 지으면 평당 3000원 정도 소출이 난다고 볼 때 총수익은 600만 원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쌀의 경우 순소득이 1평당 1000원 정도 밖에 안 된다. 만일 논이 10만원짜리라면, 수익률이 1%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소규모 쌀 농가들은 농한기에 인근 도시에 나가서 다른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그는 말한다.

“농민들에게 최저 생계수당을 지급해 농사지으면서 농촌에서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저가 농산물 정책 펼쳐왔습니다. 특히 수출주도형 경제를 통해 농산물 시장개방하면서 엄청난 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면적이 적은 소규모 농가는 경제적으로 버틸 수 없어 농촌을 떠나는 추세죠. 탈농으로 인한 농촌사회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농민수당을 도입해서 농민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농촌을 떠나는 일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그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농업종사자에게 농민수당을 통해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산업은 탄소를 배출하던지 공해를 발생시키는데, 농업만이 유일하게 생물의 다양성과 수자원을 보존하고, 탄소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등 전 지구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농민수당은 이렇게 농업이 사회적으로 행한 이로운 행위에 대한 보상이라고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임진모 씨는 농민수당 지급 방안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다.
“농민수당의 시작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방정부에서 조례 제정을 통해 먼저 나서야 합니다. 전남 강진의 경우 이미 농가경영안정자금으로 연간 70만원을 지원해오고 있고, 그중 50만원을 지역 상품권으로 지원하고 있어 지역 시민들의 반발도 적다고 들었습니다. 강진에서 농민에게 지원한 돈이 고스란히 지역사회에 소비되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생각. 열악한 지방정부의 재정을 감안하면 농민수당 지급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국비 예산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민수당으로 매달 40~6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할 경우, 탈농으로 인한 농촌인구의 급감을 막아내고 농촌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등 정책적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을 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대책을 내 놓지 않는데 농업에 대한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농민수당제 도입을 모두가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야 합니다.”

경주=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 농사와 택시운전을 겹업하는 신성호 씨는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농업인의 소득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택시 겸업하는 신성호 씨

"이상기후로 올 소득 반토막 불안한 마음에 운전대 잡아"

밀려드는 수입농산물에
농자재값·물가 올라 삶 팍팍
소득·생활안정 대책 절실


1998년 후계자로 선정돼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신성호(58) 씨는 요즘 개인택시 운전사로 하루를 보낸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신 씨는 쉬는 날 주로 농장관리와 우사관리 등 본업인 농업으로 하루를 보내는 등 겨울이지만 농번기 이상으로 바쁘게 생활한다.

신 씨가 택시를 시작한 것은 5년 전부터다. 이때부터 신씨는 3월부터 9월까지 복숭아 농사에 전념하고 9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택시운전사로 일해 왔다.

그가 택시 운전에 나서게 된 것은 농사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생활물가는 급격하게 오르는 반면 농산물 가격은 그에 미치지 못해 실질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복숭아 과수원 2만1000㎡와 논농사 1만2000㎡, 한우 10마리 등 연간 소득은 1억원 정도이지만 자재 값과 이건비 등 생산비를 빼고 나면 순소득은 4500∼5500만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평균 이상으로 농사가 잘 되고 가격도 받쳐줬을 때 기준입니다.”

올해의 경우 이상기후로 수확이 줄어 순소득이 2000만원에 그치는 등 소득이 불안한 상황이 반복돼 제2의 소득원을 준비해야 했다는 것이 신 씨의 설명이다. 이 정도 소득으로는 자식들 공부시키고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월 40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충당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신씨가 9월부터 다음해 2월 정도까지 택시영업으로 버는 수입은 1000만 원 정도이다. 큰 돈은 아니지만 지금은 우선 생활비에 도움이 되고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 농사일을 못할 때 주 소득으로 전환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택시 운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농업인들이 지금 것 편안하게 생활을 유지하며 농업에 전념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80년부터 농업생산력이 크게 증가해 농업인들의 소득이 일시적으로 늘어났지만 이후 FTA등 시장개방으로 수입농산물이 밀려들고 농자재 값과 생활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농업인들의 삶은 다시 팍팍해 졌다”는 것이 신씨의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자신과 같이 투잡을 하지 않고 농업에 집중하며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소득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역이득공유제와 직불금 확대 등 실질적인 농업인 생활안정 대책이 나와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로부터 받은 것 없이 자신의 노력으로 지금의 농토와 살림 기반을 마련한 신 씨는 우리나라 근대화의 핵심인 수출중심의 공업화는 농업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저임금의 도시근로자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낮은 농산물 가격정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류의 마지막까지 지키고 발전시켜야하는 농업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로 평가할 수 없는 중요한 생명산업입니다. 농업인들이 생활의 안정위에 농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더욱 필요합니다.”

춘천=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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