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지난 1994년 1000만원대에 진입했던 농업소득이 24년이 지난 지난해까지도 여전히 1000만원대를 유지하면서 농가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같은 기간 농업외소득 등을 포함한 농가소득은 2031만6000원에서 3823만9000원으로 1.8배가량 늘긴 했지만 경영비가 무려 4배가량 늘어나면서 농업소득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후퇴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20년 넘게 농업소득 ‘제자리’…경영비는 4배 이상 ‘껑충’

#농가경제 현주소

1994년 1000만원대 진입 이후
24년 지나도 1000만원대 여전
농가소득은 2032만→3824만원
1.8배 늘었지만 경영비 ‘눈덩이’
"오르지 않는건 농산물 가격 뿐"


1994년은 재배한 작물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농업소득’과 농업외소득·이전소득·비경상소득을 포함한 ‘농가소득’이 각각 1000만원대와 2000만원대를 돌파한 해로 기록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당시 농업소득은 1032만5000원, 농가소득은 2031만6000원으로 1980년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하지만 이후 20년 넘게 명목상 농업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농업소득이란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해서 얻은 총 수입에서 경영비를 제한 값을 말하는 것으로 1994년 1032만5000원이던 농업소득은 2006년 1200만원대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2011년 875만3000원으로 떨어지면서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1004만7000원을 나타냈다. 24년 전과 비교해서 명목소득 측면에서도 하락한 것이다.

반면 농자재·기계 등과 같은 농업경영에 투입된 일체의 비용을 말하는 경영비는 같은 기간 4배나 높아졌다. 1994년 502만1000원이던 것이 지난해 2053만3000원을 나타내면서 4.1배가량 높아졌다. 반면 농산물을 판매해 올린 수입은 1534만7000원에서 3058만원으로 2배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돈 벌어서 농자재·기계 구입하는 데 다 섰다’는 현장 농민들의 말이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물가당국 입장에서는 ‘농산물 물가를 안정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겠지만 농촌현장의 농민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감은 팍팍하기만 하다. 통계청이 조사하고 있는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해 농가판매가격 지수는 119.8포인트를 나타내면서 2010년 100보다 19.8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반해 농가구입가격지수는 111.1포인트를 나타냈다. 2010년에 비해 지난해의 교역조건이 나아진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같은 기간 농가판매가격지수는 연도별 농산물가격 상황에 따라 등락한 반면, 농가구입가격지수는 단 한 차례도 하락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농가 살림살이는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현장 농민들은 ‘농자재를 비롯한 공산품 가격은 매번 오르고, 또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리지 않는다’면서 ‘반면에 농산물 가격은 등락을 해 종잡기가 힘들고, 물가를 감안할 경우 사실상 오르지 않는 것은 농산물 가격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벼 농사 7ha 지어야 기본 생활…그럴 땅이 어디 있나"

#누가 애기 낳고 농촌서 살겠나?

농가 평균 경지규모 1.5ha
1ha 미만이 전체의 69.7%
쌀 농사 1ha 연소득 500만원
"투잡 안하면 살수가 없어"

귀농·귀촌·청년 증가세 불구
지난해 농가인구 7만4000명↓


‘귀농·귀촌 인구 증가’‘청년층 농촌 유입’ 등과 같은 통계가 발표되면서 농촌과 농업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농업현장에서는 ‘침소봉대하지 말라’는 지적이 더 크다. 소비자단체들로부터 ‘높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현재의 쌀값을 고스란히 농민이 받더라도 1ha(3000평) 농사를 지어 봤자 연 500만원 가량의 소득밖에 못 올리는 판국에 ‘누가 애기를 낳고 농촌에서 살겠냐’는 것이다.

귀농·귀촌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통계청이 조사한 2017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의 농가는 104만2000가구로 전년대비 2.5% 감소했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고령화에 따른 농업포기와 전업 등으로 농가는 2만6000가구, 농가인구는 7만4000명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농가경영주 연령대에서는 70세 이상이 전체 농가의 41.9%인 43만6000가구를 나타냈고, 60대까지 포함할 경우 73.5%(76만5000가구)나 됐다. 또 인구별 조사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42.5%로 전년 40.3%에 비해 2.2%포인트 증가한 반면, 10세 미만은 7만명으로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세 미만 인구는 2016년에 비해 11.2%(8900명)가량 줄어든 것이다.

파주지역에서 만난 한 40대 농민은 “벼 농사의 경우 최소 2만평(7ha)은 지어야 그나마 생활이 된다”면서 “그런데 젊은이들에게 그런 땅이 어디 있나? ‘투-잡’을 하지 않고서는 살수가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경지규모는 1.5ha(4500평)가량으로 1ha(3000평) 미만인 경우가 72만6000가구로 전체 농가의 69.7%를, 3ha이상 농가도 8만1000가구로 전체 농가의 7.8%에 불과하다.

한편, 교육부가 밝힌 2017년 초·중·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는 평균 27만1000원으로 2명인 경우 한 달 50만원이 넘는다. 산지쌀값이 80kg 기준으로 19만원이 넘는다는 가정 하에 1.5ha에서 벼농사를 지었을 때 남는 순이익을 고스란히 사교육비에만 털어 넣어도 ‘될까 말까 하다’는 계산인 셈이다.


저출산·고령화로 89개 시·군·구 ‘소멸위험’

#공동화는 당연한 수순?

전국 지자체 중 39% 달해
2013년보다 14개나 증가


이에 따라 농촌지역이 공동화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자체 중 39%에 달하는 89개 시군구가 소멸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이는 2013년 75개보다 14개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양양·영월·횡성 등 10개, 경기도에서는 가평·연천·양평 등 3개, 경남에서는 합천·남해·산청 등 11개, 경북에서는 의성·군위·청송 등 17개, 전남에서는 고흥·신안·보성 등 16개, 전북에서는 임실·무주·장수 등 10개, 충남은 서천·청양·부여 등 10개, 충북에서는 괴산·보은·단양 등 5개, 인천광역시는 강화·옹진 등 2개 지자체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멸위험지수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 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으로, 소멸위험지수가 0.5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분석결과에서 소멸 위험 읍면동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6만2000명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17만명가량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0만9000명, 10대 이하가 6만3000명가량으로 나타나면서 30세 이하 순유출 인원이 34만2000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농업계는 ‘지방소멸론에 너무 경도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소득과 공공복지의 확충을 전제되지 않을 경우 소멸위험은 우려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혁명적 대책 없인 농어촌 소멸 보게될 것"

#오영훈 민주당 의원

‘지방소멸지수 보고서’ 등 분석
어촌 2023·농촌 2025년 소멸 경고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농촌과 어촌 등 지방 소멸이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라는 진단을 내놓아 눈길을 모았던 국회의원이 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 의원은 어촌은 2023년, 농촌은 2025년 무렵이면 어린아이 울음이 완전히 끊기는 심각한 농촌 소멸이 예고된다고 우려했다.

오영훈 의원은 지방소멸 화두를 던진 일본의 ‘마스다 보고서’와 이를 한국 여건에 맞춰 적용한 이상호 한국고용연구원 부연구위원의 ‘한국의 지방소멸지수 보고서’ 등 두 개의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2010년에서 2017년 통계청이 발표한 ‘농림어업조사의 연령 및 성별 농가인구’를 적용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0년도 306만명이던 농가인구는 2017년 242만명으로 약 21% 감소했고, 이에 따른 소멸위험지수는 0.20에서 0.11로 나타나 마스다 분석 보고서 기준으로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를 광역자치도별로 분석하면 2010년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볼 수 있었던 제주도의 경우 위험지수 0.45에서 0.22로 51% 감소하며 ‘소멸위험진입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국을 비롯한 도별 농가소멸지수 변화 추세를 살펴보면 제주도의 경우 하락세가 가장 강한 것으로 분석됐고, 경남·북 > 전남·북 > 충남은 0.1 미만으로 떨어져 ‘소멸고위험 지역’이라는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어촌의 경우는 2023년, 농촌은 2025년에는 소멸인 ‘0’에 가까운 수치가 점쳐지고 있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오 의원의 지적이다.

오 의원은 “소멸고위험 단계에 빠져든 한국 농업·농촌을 살리기 위한 농업·농촌의 특단의 대책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농업정책의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농업분야 국정과제에서 ‘사림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제시했다”면서 “긴급하고도 혁명적인 대책 없이는 한국사회에서 농어촌이 소멸되는 모습을 손 놓고 지켜만 봐야 할지 모른다”고 관련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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