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군의 산모들은 출산을 하면 미역, 쇠고기, 아이내복 등이 담긴 ‘아기사랑 택배’를 선물로 받는다.

농촌의 청년층 유출로 인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저출산의 늪에 빠진 한국에 비상이 걸렸다. OECD 회원국 중 출산율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다가올 미래가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국의 농촌 지자체가 인구감소로 걱정을 안고 있는 가운데 최근 농어촌 인구구성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방자치단체로 꼽히는 해남군이다. 군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2.43명으로 2012년부터 4년 연속 합계 출산율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저출산 극복 대안을 찾기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시골 보건소'를 찾는 이례적인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저성장 기조와 인구감소,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의 위기 속에서 한반도 끝자락 ‘땅끝마을’이 저출산 대책의 모범 지자체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2008년 전국 최초 출산정책팀 신설
신생아 양육비·난임부부 지원 등
아낌없는 금전적 뒷받침은 물론
산모·출산가정 우대 받는 분위기 조성

임신·출산·양육 등 전 과정 돕는
세심한 눈높이 정책 발굴 성과 톡톡
젊은층 귀농·귀촌 유입도 열심

▲ 해남 공공형산후조리원에서 이낙연 전남지사와 박철환 해남군수가 신생아실을 살펴보고 있다.
▲ 해남군은 신생아에게 무료 작명도 해준다.

해남군도 처음부터 출산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합계출산율 1.4명, 10년 전만 해도 해남군은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출산율로 고민이 많았다. 

여기에 사망자, 전출자 증가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에 위기감을 느낀 군은 지난 2008년 전국 최초로 출산정책팀을 신설, 전문 전담팀을 구성해 인구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해남군만의 특별한 출산정책과 지역 맞춤형 출산 인프라 및 기반구축에 앞장선 출산정책팀은 신생아 양육비 지원, 난임부부 본인부담금 지원 등 출산가정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임신과 출산, 양육에 이르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출산장려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해남군이 절치부심 추진한 출산정책이 마냥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시행초기 출산정책 업무를 맡으려는 부서가 없어 산재해 있던 분과들의 업무를 통합해 팀을 구성하고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을 겪었다. 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몇 번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시책을 개발하고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지난 2011년 양육비 지원 근거를 마련했고, 2012년부터 4년 연속 출산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성과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강숙 팀장을 중심으로 총 6명의 전문가가 십시일반 출산과 관련된 시책을 발명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군은 출산가정에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는 산모와 출산가정이 우대받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산모와 출산가정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들을 발굴하고 임신, 출산, 양육 등 전 과정을 돕는 세심한 정책으로 출산가정을 배려해 왔다.

군은 먼저 첫째 아이를 출산하면 300만 원, 둘째 아이는 350만 원, 셋째 아이는 600만 원에 달하는 신생아 양육비를 지원한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다산가정의 지원에만 집중한 반면 해남군은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큰 첫째 아이부터 양육부담을 덜어주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정부지원비가 턱 없이 모자란 난임부부 시술비의 본인부담금을 지원, 2014년 16명, 2015년에는 11가정이 임신에 성공하는 실질적인 성과도 냈다.

▲ 해남군은 제5회 인구의 날을 맞아 대통령 기관표창을 받았다.
▲ 해남군은 자녀와의 건강한 관계맺기를 위해 ‘초보아빠 해피스쿨’도 운영한다.

여기에 임산부의 초음파 검사비, 셋째 이상 신생아에게 5년 납부 건강보험료를 지원하고 만기가 되면 교육비로 지급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정책은 양육을 위한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3년 연속 신생아 800명 출산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도 미역, 쇠고기, 아기내의 등 출산 선물과 지역신문의 ‘축 탄생 우리아이가 태어났어요’ 코너 연재, 신생아 무료 작명 등 출산가정에서 아이 탄생 축하와 축복의 의미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로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군에선 출산정책의 일환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층의 귀농귀촌 유입을 위해 다양한 정착지원 프로그램으로 해마다 귀농인 600여 명씩을 유치하고 있다. 고령화와 공동화로 인한 인력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해남군의 출산정책이 활력을 불어넣는 펌프 역할을 수행 중인 셈이다.

또 농어촌 산모들의 도시원정 산후 조리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전남 최초의 공공산후조리원을 유지해 2014년부터 운영을 시작, 저렴한 가격과 최상의 시설로 농어촌 산모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내려와 셋째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 신현미(31)씨는 “요즘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타 지역의 4분의1 금액의 산후조리원과 현지 실정에 맞는 각종 지원, 혜택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절약된 비용으로 아이들에게 더 많은 투자와 정성을 쏟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해남=최상기·김종은 기자 choisk@agrinet.co.kr


“의료·편의·교육시설 같이 확충 돼야 지속 가능”
강숙 해남군 출산정책팀장

젊은층 안정적 생활 기반 마련
아이 낳기 좋은 고장이 꿈
지자체 재정부담 커 고민
중앙정부 차원 장기대책 필요

 

해남의 출산정책팀은 출산에 부담을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해남을 아이 낳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을 가장 큰 사명으로 삼고 출산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래 부부를 위한 ’땅끝 솔로탈출여행’, 남성의 육아 가사 참여를 유도하는 ‘땅끝 아빠캠프’와 ‘초보아빠 해피스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또 저출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유모차 150대와 참가자들이 함께 해남읍 시가지를 행진하는 ‘유모차 행진 음악회’ 등 캠페인 활동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하지만 강숙 출산정책팀장은 출산율 전국 1위의 영광에도 대도시로 유출되는 인구를 모두 상쇄하기엔 아직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젊은 층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출산 후에도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

지속가능한 출산정책이 되기 위해선 아이들이 아플 때 금방 찾아갈 수 있는 소아과 등 의료시설과 편의시설, 교육시설 확충과 일자리 확대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

“해남의 출산정책이 부모의 전입과 출산으로 인구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군의 출산정책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목포나 광주 등 대도시로 나가는 인구를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죠.”

여기에 강 팀장은 출산정책 지원 확대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부담 가중 문제 등 정부 차원의 대책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적 지원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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