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비를 위해 꽃길 조성에 나선 마을 주민들.

노인 경험·지식 등 연계 일자리 창출
소규모 모임·그룹 활동 참여 도모
건강프로그램 운영·체력 단련 지원
독립적 노년활동 주체자로 우뚝


논산시의 ‘농촌건강 장수마을 육성사업’이 고령화가 심한 농촌지역 공동체마을의 삶의 질을 바꾸고 있다. 노인들의 건강 관리 및 학습 활동을 통한 사회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소일거리를 발굴해 소득과 연계, 이들의 노후생활 기반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도농 복합형 농촌사회로 발전하고 있는 논산시는 지난 2005년 양촌면 거사리 지역을 시작으로, 지난해 연산면 북촌리 북촌마을까지 모두 7개 마을을 대상으로 농촌건강 장수마을 육성 사업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농촌고령자의 경험·지식·기술을 소득과 연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규모 모임이나 그룹 활동 등 공동 참여형 노후생활을 도모하거나 건강관리, 학습·사회 활동 등 유형별 프로그램에 맞춘 체계화된 사업 계획을 수립, 운영하기도 한다. 사업기간은 3년이었으나 지난해부터 2년으로 줄었으며, 국비 포함해 사업기간 동안 매년 5000만원을 지원받는다.

마을주민 중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 이상인 지역 중 노인의 절반 이상이 사업 참여 의지가 있어야 하고, 젊은 층의 지도자가 함께 참여해 다음 세대까지 전승이 가능한 마을이 지원 대상이다. 또한 농업·공예품 제조, 농·식품 가공, 운동·학습 등에 노인들의 공동 참여가 가능하며, 젊은 세대와의 교류가 왕성한 마을로써 사업 완료 후에도 자발적인 활동이 지속 가능한 마을이 해당된다.

이런 마을에는 건강생활 실천을 위한 건강프로그램 운영 및 체력단련 지원, 노인 안전생활 및 건강생활 환경정비, 노년에 적절한 소일거리 및 가공 등의 저강도 소득활동을 위한 기반 조성, 우수지역 벤치마킹 및 장기 계획 수립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이 같은 사업으로, 농촌노인들이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독립적인 노년활동의 주체자로 인식토록 하여 핵가족화, 고령화, 부녀화 등으로 야기되는 노인부양 및 가족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건강한 노인들에게 농촌마을의 자랑거리를 주제로 한 소일거리를 발굴해 소득과 연계함으로써 마을주민이 함께 하는 등 농촌마을 공동체의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기회를 제공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노인들의 안정적인 소득원 발굴이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김영재 논산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려면 처음 마을 선정이 중요하고 마을 여건과 이장 및 추진위원들의 추진력과 주민들의 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산=윤광진 기자 yoonkj@agrinet.co.kr

▲건강관리 과정 중 하나인 건강 기체조 활동 모습.
▲콩밭열무 축제는 도시민에게 콩밭열무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우수사례/강경읍 채운2리‘황금빛마을’

‘콩밭열무’ 옛 명성 되찾기
온 주민 합심해 성공 결실 
마을 장기발전 기금마련도

황금빛마을은 논산시 강경읍에서 규모가 제일 큰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동쪽으로 강경천이 흐른다. 인구는 190명(85가구). 황금빛마을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추진된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을 계기로 제2의 새마을 운동을 추진 중이다.

2013년 마을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을 △건강관리 과정(기혈유통, 자연치유) △학습사회활동 과정(향토요리, 선진지 현장교육, 한지 및 생활공예) △환경정비 과정(마을입간판 설치, 꽃길 조성, 유채꽃단지 조성, 허수아비 설치) △소득활동 과정(콩밭열무 재배 및 축제 개최, 두부 가공 및 체험, 열무김치 체험)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실시했다.

그해 처음 열린 콩밭열무축제는 콩밭 고랑 사이에 열무를 심어 여름철이 되면 강경장에 내다 팔면서 강경읍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콩밭열무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축제로, 마을 자체 수익사업은 물론 주민들의 화합에도 큰 역할을 했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마을주민들의 태도가 바뀌게 됐다.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주민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마을회의 참석률이 증가하고 노인회와 부녀회, 청년회가 협력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듬해인 2014년 열린 제2회 콩밭열무축제에는지역주민은 물론 가족단위 체험객 600여명이 참여해 콩밭열무비빔밥을 시식하고 열무김치를 구매했다. 이를 통해 논산을 찾는 도시지역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웰빙먹거리인 콩밭열무를 널리 알리고 마을의 장기발전을 위한 기금마련과 함께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했다.

사업 마지막 해인 2015년에는 건강관리, 학습사회활동(풍물 등), 환경정비(조롱박터널 조성, 마을표지석 설립 등), 소득활동(콩, 열무 재배 등)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제2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 참가해 국무총리상(은상)을 수상했다.

마을주민 이경신 씨는 “마을 안길에 벽화를 그리고 꽃길 조성을 하면서 마을에 대한 애착이 늘었고, 객지에 나가 있는 가족들이 마을이 밝아져서 참 좋다고 한다”며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교육도 좋았고, 콩밭열무축제를 준비하고 행사를 진행하는데 힘들기는 했지만 너무 좋은 경험이었기에 올해 행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을 시작한 연산면 1·4리 북촌마을(대표 이준행)은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사업비 5000만원을 들여 건강기구 구입 및 활용, 꽃차 만들기 교육, 천연염색 교육, 마을 꽃길 조성 및 쉼터 조성, 대추 가공 판매사업 등을 진행했다.

대추 집산지인 북촌마을은 매년 10월에 대추축제를 개최하고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을 계기로 노인들의 의식 전환과 화합을 이끌어 마을 및 공원 환경 개선, 여가 활동, 마을문화재 보존 및 계승, 대추 가공 판매를 통한 소득활동을 하고 있다.   


“친환경 농사로 주민 의식 변화…소득·마을 가치 높여”
황금빛 마을 김시환 이장

 

“경관이 살아야 농산물이 좋다는 생각으로 마을의 환경을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건강한 농산물은 좋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갈 때 만들어 집니다.”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제2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 참가해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는 논산시 강경읍 채운리 황금빛 마을의 김시환 이장은 “환경 파괴로 사라진 3대 포구의 명성 회복과 1960년대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마을을 개발했다”며 “마을 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소득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콩밭 열무를 마을의 주요 자원으로 선정, 마을주민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한 ‘콩밭열무축제’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이장은 “친환경농사를 통해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가져왔다”며 “친환경농사와 더불어 꽃길 조성과 마을 도랑 정비 등을 곁들이니 마을 소득이 증대되고 마을 가치 또한 커졌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김 이장은 “깨끗한 마을을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고, 마을을 가꾸며 친환경 재배로 얻는 모든 과정을 보여 주고 싶다”며 “때문에 마을을 방문하는 관람객 및 초등학교 학생들의 체험행사를 위해 일회성이 아닌 마을을 가꾸면서 재배하는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이장은 “특산물인 콩, 열무를 활용해 건강한 밥상을 전하는 행복한 농부의 마음이 어우러진 먹거리 전략을 마련하고, 우리나라 전통 작부체계를 살려 열무뿐만 아니라 자운영 등을 재배, 환경 친화적인 생태마을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 전문가 진단/이재식 논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마을 실정에 맞는 교육이 핵심·소득원 창출기반 조성을

 

농촌건강 장수마을 육성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사업의 지속성이 유지되려면 몇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해당 마을 선정은 물론 프로그램 및 강사 선정이 잘 돼야 한다. 우수마을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벤치마킹해 추진하다 보면 해당 마을 실정과 맞지 않아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

전문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마을주민들과 유대관계가 좋은 강사를 선정해야 교육이 잘 운영되고, 사업 완료 후에도 어르신 및 주민들의 건강관리, 학습 교육 등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소득원 창출 기반 조성이 중요하다. 마을이장의 추진력과 농업기술센터의 지원, 마을주민의 협력 등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셋째, 마을주민들의 인식 전환과 솔선수범 정신이 꼭 선행돼야 한다. 꽃길 조성, 하천정화 활동, 환경 교육, 폐비닐 및 빈병 등 영농폐기물 수거 활동 등 작은 일을 실천하기에 앞서 먼저 내 집 앞에 쓰레기 버리지 않기 등 주민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기 위해 사업 추진위원과 부녀회 등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넷째, 사업 지속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 그동안 농촌건강 장수마을 육성사업은 소득활동, 학습·사회활동, 안전생활·환경정비, 건강관리 등 4대 영역으로 살펴보면 노인 어르신들에게 호응도가 높은 좋은 사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올해 연산면 연산리 북촌마을 사업을 끝으로 국비 지원이 마감된다. 현실적으로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 이 사업은 주민들의 생각대로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 지원이 재개되길 바라면서, 올해부터는 논산지역 실정에 맞게 우리시 자체 예산으로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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