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제주시농협공판장에서 진행된 산지전자경매 시연회 모습.

제주 1차산업 비중은 2015년 기준 11.6%으로 전국 평균 2.3%와 비교해 5배가량 높다. 농업인수 역시 3만3487가·9만3404명으로 제주 전체인구의 14.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15년 기준 제주지역 농산물 총 조수입 1조3778억원 중 감귤은 6022억원으로 전체 조수입의 43%를 차지해 산업 내 비중이 다른 농산물보다 월등히 높아 선거철마다 소위 ‘정치작물’로 인식돼 제주 농업정책 수립 중심에 서 있는 작물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9014억원을 기록하며 조수입 1조원 시대를 기대했던 감귤산업은 이상기후로 인한 품질저하와 과잉생산으로 2014년 6707억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15년에는 전년대비 685억원이 줄어든 6022억원을 기록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나마 2016년산 감귤의 경우 품질이 좋고 타과일의 작황 등의 영향으로 높은 가격이 형성되기는 했지만 조수입이 어느 정도 회복할지, 좋은 가격이 지속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결국 제주농업에 있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감귤산업의 생존은 품질과 수급조절 그리고 가격지지에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에 품질·수급조절·가격지지 세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감귤 산지전자경매 시범사업 시행에 나섰다.


◇감귤산업 생존 위한 새로운 시도

도매시장 반입 없이 거래인 지정장소로 직접 배송
10브릭스 이상 상품 품질 보증…최고 42% 높은값


최근 몇 년 동안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감귤 품질 저하와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서 농가들의 어려움은 가중돼 왔다. 또한 해상 운송 등으로 도매시장 출하 기간이 길어 운송 과정에서 부패가 다량 발생하면서 제값을 못 받는 빈도가 증가 하는 한편, 물류비와 박스비 등 유통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 증가로 농가 고통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는 농가 고통 해소를 위해 감귤 유통 단계를 축소하는 등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과 10브릭스 이상의 고품질 감귤을 선별해 품질을 보장하고, 가격결정권을 농가에 부여하는 한편 산지 출하물량 조절로 수급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전자거래시스템을 활용한 감귤 산지전자경매를 새롭게 도입했다.

산지전자경매제도는 기존 대면방식의 산지경매에서 벗어난 비대면 방식으로 출하자와 중도매인간 거래를 체결해 도매시장 상품 반입 없이 거래인의 지정장소로 직접 배송하는 거래 제도다. 농협인터넷 전자거래시스템에 등록된 출하조직체가 규격과 하한 가격을 등록하면 중도매인이 장소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매일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거래를 할 수 있다.

감귤 산지전자경매 주체인 제주시농협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 말 현재 경매 총 거래 물량은 417.2톤·7만5112상자다. 낙찰 평균가격은 노지감귤 10kg 1만7203원, 5kg 1만327원, 월동비가림 10kg 4만원, 5kg 2만855원, 만감류 10kg 5만4143원, 5kg 3만5750원, 3kg 2만274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도매시장 낙찰 평균가격과 비교해 최저 8%에서 최고 42% 가량 높은 가격이다.

현재 산지전자경매 대상 감귤은 제주지역 농·감협 거점산지유통센터 광센서 선별기를 이용해 선별된 당도 10브릭스 이상의 감귤로 이뤄져 품질이 보증된 상품이다. 특히 기존 도매시장경매와 비교해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 운송비, 하역비, 상장 수수료 등의 비용이 들지 않아 감귤 10kg 상자당 650원의 유통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출하농가 수취가격 역시 인센티브 지원을 포함해 1950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지전자경매가 이 같이 이뤄지면서 출하자는 물류비가 절감돼 수취가격이 증가되는 이득을, 소비자는 유통기간이 3일가량 줄어 신선도가 좋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 인터넷 전자거래시스템을 활용한 산지전자경매제도.

◇산지전자경매 안착과 유통혁신

참여 중도매인 100여명, 경매물량 2만톤까지 확대
직접 보지 못해도 화상경매 시스템으로 ‘신뢰 확보’


도는 감귤 가격 안정과 유통구조 혁신을 위해 도입한 산지전자경매의 안착을 위해 올해부터 경매 참여 대상과 물량을 늘려 일 년 내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농협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대형거래처 중도매인 참여를 100여명으로 확대하고 경매 물량을 2만톤까지 늘려 간다는 방침이다. 또 경매 대상도 노지감귤 중심에서 월동온주, 비가림, 하우스, 만감류 등으로 확대하고 향후에는 월동채소까지 대상을 늘려 연중 산지 전자경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산지전자경매 시 직접 상품을 보지 못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중도매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는 11~12월 사이 산지 화상경매 시스템을 가동해 생산자와 중도매인간 신뢰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이우철 도 감귤진흥과장은 “산지전자경매 품질 유지와 소비시장의 요구에 맞춰 토양피복사업과 온풍기 지원 사업 등 고품질 감귤 생산기반을 위한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소규모 보급형 광센서선별기를 도입하는 등 감귤 유통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감귤 가격안정과 유통구조 혁신을 위해 산지전자경매가 도입된 만큼 맛을 기준으로 한 차별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산지에서는 관행 재배방식에서 탈피해 당도 등 품질을 끌어올리는 재배방식으로 전환해 최근 양보다는 질적인 소비로 변하고 있는 소비자 기호에 부응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유통방식을 정착, 감귤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용창 제주시농협 조합장
“제주농업 대변혁 시발점…대학나무 명성 회복할 것”

유통구조 줄여 농가-소비자 모두 만족

 

“감귤 산지전자경매가 제주농업 대변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과거 대학나무라 불렸던 감귤산업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귤 산지전자경매 추진 주체인 제주시농협 양용창 조합장은 산지전자경매에 거는 기대가 크다. 양 조합장은 “산지경매는 안동, 성주 등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전부 대면방식으로 제주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전자거래시스템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조합장은 “제주가 감귤 5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출하를 위해서는 소비지 도매시장까지 가야하는 번거로운 시스템으로 운영이 돼 왔다”면서 “농가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통구조 혁신이 필요했고 유통구조를 줄여 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산지전자경매라고 판단했다”고 얘기했다.

양 조합장은 산지전자경매 효과에 대해 “평균가격이 도매시장과 비교해 25% 이상 높아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를 하고 있다”며 “최저가격을 농가에서 정하고 중도매인이 최저가격 이상을 입찰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농가에서는 가격 안정면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도매인들이 제기하는 신뢰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비대면 방식으로 겉모양을 확인할 수 없어 중도매인들이 불만을 토로하며 신뢰 확보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화상경매 웹을 개발, 올해 말부터 화상경매를 도입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 조합장은 “제주에서 출하되는 감귤 물량 50% 이상이 산지전자경매로 이뤄진다면 농가 소득 안정화와 홍수 출하 방지를 이끌어 낼 수 있어 향후 성공한 제도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며 “정착되기까지 대략 10년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노지감귤을 중심으로 산지전자경매가 시작됐지만 향후에는 키위와 월동채소까지 확대해 제주농업의 대변혁이자 감귤의 과거 명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농협은 산지전자경매 시스템 구축부터 농가와 중도매인 등록·관리, 감귤 배송부터 대금정산까지 산지전자경매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도맡아 하고 있다.


산지전자경매 참여 농가 문정구 씨
“도매시장보다 높은 가격…고품질감귤 생산 의욕 불끈”

품질·농가 의식 개선, 소득 안정화 기대

 

“산지전자경매로 높은 가격을 받아보니 고품질감귤을 생산해야겠다는 의욕이 솟아납니다.”

제주시 도평동에서 40여년째 감귤농사를 지으며 생산량의 60% 이상을 10브릭스 이상 감귤로 출하하고 있는 문정구(74)씨는 지난해 감귤 산지전자경매에 참여했다. 산지전자경매가 생소한 그는 반신반의 심정으로 시험 삼아 참여해 체감한 산지전자경매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씨는 “산지전자경매가 어떤 것인지 잘 몰라 시험 삼아 노지감귤 5kg 기준 150박스를 산지전자경매에, 156상자를 도매시장에 출하해 봤다”면서 “경매 결과, 같은 감귤을 가지고 도매시장에서는 8200원, 산지전자경매에서는 8500원이 나와 산지전자경매가 300원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지전자경매에서 박스당 300원을 더 받은 것에 도 보조 지원금 650원을 합하니 박스당 950원의 차액이 발생해 도매시장보다 소득이 높았다”며 “2000여평에서 생산된 감귤의 1/3을 산지전자경매에 출하해 소득이 기존보다 20% 가량 늘어 앞으로도 산지전자경매에 출하할 예정”이라고 얘기했다.

문씨는 “감귤 가격이 도매시장보다 높다보니 고품질 감귤을 만들어야 겠다는 의지와 의욕이 솟았다”면서 “생산자는 가격이 올라 좋고 소비자는 맛있는 감귤을 먹게 돼 좋고 모두를 만족 시키는 시스템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씨는 “농가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10브릭스 이상의 감귤이 출하되는 비율은 전체 물량의 15~20% 내외”라며 “산지전자경매 효과가 지속된다면 각 농가에서도 품질과 의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게 돼 결과적으로 유통혁신은 물론 고품질 감귤 생산과 소득 안정화까지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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